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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개그계를 평정한 샛별, 시각장애인 하마다 유타로
일본 개그계를 평정한 샛별, 시각장애인 하마다 유타로
장애인도 개그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선보여 호평
  • 도쿄=김민정 기자
  • 승인 2018.03.10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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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선 아이스하키 한민수 선수가 성화를 매고 점화대를 올라 큰 감동을 주었다. 한국이 평창동계패럴림픽을 개최하기 며칠 전, 일본에선 시각장애인 개그맨이 개그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 개그계의 1인자를 선정하는 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하마다 유타로(28) <사진출처=R1 공식 홈페이지>

지난 6일 일본에서는 ‘R1 그랑프리 결승전’이 열렸다. 이 개그 콘테스트는 프로, 아마 상관없이 출전할 수 있으며, 상금은 500만엔, 반드시 혼자 개그를 선보이도록 하고 있다. 2002년에 시작된 이래, 지난 16년간 하카타 하나마루, 나다기 다케시, 아키라 100% 등의 스타를 탄생시켰다. 올해는 3700여명이 예선부터 참전하여, 하마다 유타로(28)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하마다 유타로는 이 대회 첫 장애를 가진 우승자이다. 선천성 녹내장으로 왼쪽 눈이 전혀 안 보이며, 오른쪽은 약간 빛이 보이는 정도다. 고베 출신으로, 5년전에 개그맨으로 데뷔해, 현재는 요시모토 크리에이티브 극장에서 무대에 올라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R1그랑프리 출전을 벌써 7번째다. 

소속사 요시모토 흥업에 따르면, 하마다의 취미는 기타연주, 특기는 마사지라고 한다. <사진=유투브 화면 캡쳐>

그는 시각장애로 겪는 불편함을 자신의 개그로 승화시켰다. “여러분, 아십니까? 저는 시각장애인 학교를 다녔는데, 글쎄 학교 계단에는 점자블럭이 없어요. 아니, 거기 가장 필요한 거 아닙니까?” “시각장애인 학교에도 칠판이 있어요. 놀랍죠? 칠판이 있길래 혹시나 해서 분필을 찾아봤더니 그건 없더라고요. 도대체 왜 칠판만 있을까요? 칠판으로 학교인 걸 좀 힘주려고 했던 걸까요?” “저는 자판기에 돈을 넣은 후 기도를 합니다. 제발 원하는 음료가 나와달라고요. 그런데 한 번도 나와본 적이 없어요. 차가운 주스가 나오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글쎄 뜨거운 단팥죽이 나왔어요. 이래서 신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시각장애인 학교엔 눈이 보이는 선생님도 많아요. 어느날 강당에서 줄을 서는데 앞이 안 보이는 우리가 꾸물거렸더니 선생님이 저희 보고 바닥에 있는 흰줄에 맞춰서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꺼낸 후 그제서야 눈치를 챘는지, 마음의 눈으로 보라고 했거든요. 아니 마음의 눈으로 흰 선이 보이면 저희가 뭐하러 시각장애인 학교에 다니겠습니까?”

하마다 유타로의 개그는 경쾌하고 신선했다. 시각장애인이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학교가 어떤 시설인지 또 실제로 시각장애인이 일상 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는 상상만으로는 감조차 잡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고스란히 개그로 승화시켰다. 일부는 하마다 유타로가 우승한 것을 두고 동정표였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남을 비웃는 개그, 이상한 탈을 쓰고 나와 독특한 춤으로 웃음을 유도하는 개그가 판을 치는 가운데, 자신의 일상을 재해석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R1그랑프리 결승진출자들. 매년 1번 열리는 개그 콘테스트로 프로, 아마 상관없이 출전이 가능하다. 개그맨으로 경력이 긴 쟁쟁한 진출자들을 제치고 시각장애를 가진 개그계의 샛별, 하마다 유타로가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출처=R1 공식 홈페이지>

TV아사히는 ‘시각장애인의 생활을 웃음으로 바꾼 승자’ 라고 보도했고 다른 언론들도 그가 시각장애인임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언론들이 자신의 시각장애를 가학적인 웃음으로 승화시킨 하마다 유타로의 고뇌를 칭찬하고 있는 동안, SNS에선 시각장애를 웃음으로 삼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의견들이 오갔고, 한편으론 폐쇄적인 일본 사회에 돌맹이를 하나 던져준 고마운 인물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하마다 유타로가 나오기 전까지 시각장애인도 개그맨으로의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무대 옆에서 내내 개그를 들으며 익혀왔고, 시계가 보이지 않아 무대 위에서 개그를 하는 시간을 몸으로 외웠다. 노력 자체에 의미가 없다고 여기기보다, 노력하며 달려온 자였기에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개그를 시작하고 눈만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아예 미래도 안 보이게 되었다.”는 하마다 유타로. R1그랑프리 우승으로 더 밝은 미래를 찾았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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