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매출액 전년대비 20%이상 급락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사진=닛테레 뉴스 화면 캡쳐

고가·고급 이미지 훼손···중저가시장에서도 외면

오오츠카(大塚家具) 가구. 한때 일본 고급가구의 대명사로 불리며 매출액규모로도 일본 가구업계 1위를 자랑하던 오오츠카가구가 사상 최대의 적자폭을 기록하며 창사이래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다. 오오츠카가구 창업주의 장녀인 오오츠카 쿠미코가 2015년 3월 주주총회에서 창업주인 아버지 오오츠카 카츠히사로부터 경영권을 빼앗아 온 이래 불과 2년만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오오츠카의 2016년(1~12월) 결산결과에 따르면 매출액은 전년대비 20.2% 감소한 463억엔, 영업이익은 전년 4억엔 흑자에서 약 46억엔 적자로 전락했다. 대폭적인 적자요인은 차치하고라도 매출하락세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있다.

1969년 창립이래 2000년 '니토리'에게 선두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일본 가구업계를 리드하던 오오츠카가구가 오늘날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무엇때문일까.

고급가구를 표방하며 철저한 '회원제'를 원칙으로 운영돼 오던 오오츠카가구는 2009년 취임한 쿠미코 사장이 '저가 대중화 트렌드'에 맞춰 전통적인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손쉽게 접근 가능한 새로운 오오츠카'를 모토로 내세우며 노선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창업 정신을 부정하는 쿠미코의 경영방식에 불만은 품은 아버지 카츠히사는 2014년 7월 압도적인 지분율(18.04%) 을 무기로 지분 9.75% 보유한  쿠미코를 사장 자리에서 해임시키고 자신이 다시 사장에 복귀했다.

이에 쿠미코는 2015년 1월, 우호 주주들을 규합해 아버지인 카츠히사를 사장 자리에서 다시 몰아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2015년 3월 27일 열린 오오츠카 주주총회의 표대결 결과 주주 61%의 지지를 얻은 딸 쿠미코가 승리해 창업주인 카츠히사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오오츠카 일가의 지분을 제외한 일반 주주의 80%가 딸인 쿠미코의 손을 들어 준 셈인데 그 이유는 실적 때문이었다. 아버지인 카츠히사가 다시 사장자리에 복귀했던 2014년도의 하반기 실적이 12억엔 적자로 돌아선 탓에 주주들은 '전통'을 고집하기 보다는 '변화'를 통해 '돈' 버는 회사를 만드는 딸을 선택한 것이다.

당시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가족간의 경영권분쟁이 오늘날 오오츠카가구 위기의 배경일까. 물론 그러한 요인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오오츠카가구가 위기에 내몰린 가장 큰 요인은 섣부른 대중화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쿠미코 사장이 대중화로 노선전환을 시도했던 2009년은 이미 니토리가 '싼' 가격을 무기로 중저가 가구시장을 거의 석권한 시기였다. 게다가 니토리는 가구업계의 유니클로라 불리우 듯 상품기획부터 디자인-생산-유통-판매까지 직접 맡아 일괄 진행하는 SPA생산방식을 도입해 다양한 고객의 제품수요에 대응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었다. 참고로 니토리의 2015년 매출액은 4580억엔, 영업이익은 730억엔이다.

니토리뿐만 아니다. 중저가 가구시장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글로벌 가구공룡 스웨덴의 이케아도 2001년 일본 가구시장에 재진출해 완전히 자리를 굳힌 상태였다. 이케아는 1974년 급속한 경제성장을 구가하던 일본시장에 첫발을 내딛었지만, 일본인들의 가구에 대한 소비문화에 대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10여년 후인 1986년 일본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쿠미코 사장의 뒤늦은 대중화 전략이 제대로 먹힐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쿠미코 사장은 왜 이같은 무리한 선택을 한 것일까.

2009년 3월 사장에 취임했던 쿠미코 사장이 마주했던 것은 매년 추락을 거듭하던 오오츠카가구의 매출이었다. 취임 2년전인 2007년 매출액 700억엔, 이듬해인 2008년에는 660억엔 그리고 2009년에는 570억엔까지 떨어졌었다. 반면, 오오츠카가구의 상황과는 반대로 라이벌인 니토리나 이케아는 일본의 장기불황을 등에 업고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던 때였다.

쿠미코 사장은 오오츠카가구의 매출하락이 불황때문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오츠카가구의 전통적인 판매전략인 고급화와 회원제가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는 더이상 생존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은 크나큰 오판이었다. 아버지이면서 창업주이기도 한 카츠히사가 한때 사장자리를 맡겼다가 되물리면서까지 쿠미코 사장의 대중화와 회원제 폐지를 극구 반대했던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만약 쿠미코 사장의 대중화전략이 일본의 장기불황 초입에 시도됐거나,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어 고급화와 대중화 투트랙 전략을 도입했더라면 지금같은 결과는 초래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고급화전략을 계승해 더한층 고급화를 추구했더라면 오히려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장기불황이란 다른말로 표현하면 '빈익빈·부익부'이기 때문이다. 

현재 쿠미코 사장의 노선 전환에 대한 성과는 전무하다 못해 위기다. 도쿄 긴자에 위치한 매장의 방문객수는 회복세를 띄고 있지만 상품구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방문객수도 회원제 폐지로 인한 증가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오츠카가구의 주력 상품인 응접세트나 부엌가구, 침구류의 매출도 전년대비 20% 넘게 하락했다.

과거 일본인들 사이에서 고급가구하면 오오츠카가구였지만, 최근에는 오오츠카가구에 대한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창업 이래 쌓아왔던 고가·고급 이미지가 무너져 버린 것은 뼈아프다. 게다가 일반소비자들에게도 매장이 개방되면서 부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오오츠카가구가 철저한 '회원제'를 고집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회원제 폐지와 함께 단행했던 수차례의 대규모 세일도 소비자에게 싼가격이라는 이미지만 각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쿠미코 사장은 니토리나 이케아와 경쟁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은 이미 이도저도 아닌 가구업체로 전락한 듯이 보인다.

쿠미코 사장이 이끄는 오오츠카가구는 제휴판매 확대 등 활로 개척에 힘쓰고 있지만, 한번 무너진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2015년 부녀간의 경영권분쟁시 쿠미코 사장을 지지했던 주주나 사원들도 실적 여하에 따라 자세를 바꿀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딸에게 경영권을 뺏긴 아버지 카츠히사는 지난해 4월 과거 오오츠카가구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타쿠미 오오츠카(匠大塚)가구'를 설립하고 쿠미코 사장이 이끄는 '오오츠카가구'에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오오츠카가구의 부녀간 경영권분쟁은 여전히 진행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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