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컴투스, 카카오 게임즈 등 게임업계, 메타버스 철수 수순
이용률 부진과 수익 모델 한계···엔데믹 이후 가상현실 관심 시들
실적악화 게임업계, 메타버스 투자 한계···경영효율화에 집중할 듯
애플 '비전프로' 사전 판매 개시···메타버스 철수 시기상조 지적도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디자인=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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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메타버스 사업을 축소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메타버스에 대한 낮아진 관심도와 실적 부진 등이 겹치며 '가지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넷마블에프엔씨는 자회사 메타버스월드 전직원에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메타버스월드는 넷마블의 IP를 활용한 '그랜드크로스:메타월드'를 개발 중이었다. 

2022년 첫 공개 당시 2023년 내 시장에 메타월드를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소식이 없다가 돌연 법인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컴투스 역시 지난해 8월 출시한 메타버스 서비스 '컴투버스'를 출시한 후 약 두 달 만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넷마블처럼 사업 자체를 철수한 것은 아니나, 올해는 퍼블리싱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목표에 맞춰 당분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메타버스 서비스를 추진하던 증손회사 컬러버스도 지난해 12월 '퍼퍼레드M' 서비스를 종료했다. 6개월 전 한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사업 효율화를 위해 힘썼지만 결국 역부족이었다.  

넥슨이 지난 2022년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넥슨타운'은 사실상 휴업 상태다. 넥슨타운에서 확인할 수 있는 홍보 영상이나 홍보관들은 모두 지난해 초가 마지막 업데이트다. 

업계는 메타버스의 몰락이 사실상 예견된 순서였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초 등장한 '챗GPT'가 판도를 바꾸며 모든 산업이 생성형 AI에 뛰어들었다. 한창 가상현실 속 범죄 문제, 가상화폐 문제 등이 제기되던 와중 생성형 AI와 맞물려 소비자들의 관심도 옮겨갔다. 지난해부터 메타버스 관련 검색량은 70% 이상 감소하며 곤두박질쳤고,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구 페이스북)'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 유저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성장했다. 팬데믹 기간동안 '온택트' 서비스가 급부상하자 그 대안으로 온라인 가상 공간이 제시된 것이다. 더불어, 가상공간 속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급물살을 타자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가상 자산의 가치 변동을 통해 이익을 얻거나, 가상 부동산에 투자하는 등 온갖 '뉴머니'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됐다. 

엔데믹이 찾아오니 온택트를 향한 기대감은 꺼졌다. 비대면으로 타인을 만나거나 업무를 봤던 사람들은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갔다. 메타버스의 수익성에 대한 불안정성과 가상화폐 가치의 하락과도 맞물려 자연스레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관심 하락과 더불어 당시 게임사들이 내놓은 메타버스 서비스가 '현실과 가상의 융합'보다는 '가상세계'에만 치중된 것도 치명적인 한계로 작용했다. 게임을 어느정도 즐겨본 유저라면 가상현실 속에서 아이템을 거래하거나 유저들과 소통하는 일은 익숙하다. 메타버스가 부상하기 전부터 리니지, 검은사막 MMORPG 유저들은 방대한 세계관 속 '나'가 월드를 누비고 콘텐츠를 즐겨왔다. 

기술의 발전으로 그래픽과 인게임 서비스 역시도 빠르게 발전했다. 이미 국내외를 막론하고 실사에 가까운 캐릭터 모델링과 현실보다 더 광활한 가상세계를 그린 게임이 쏟아진다. 반면 게임사들이 내놓은 메타버스의 그래픽 퀄리티는 기존 게임의 수준에도 못 미쳤다는 평가다. 단숨에 '레디 플레이어 원'을 내놓을 필요는 없지만, 기존 게임 유저들이 즐길만한 키포인트가 있어야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메타버스만의 잘못은 아니다

나쁜 일은 따로 오지 않는다. 메타버스의 관심도 하락뿐만 아니라 게임산업의 혹한기도 길어지고 있다. 경제 침체와 연이은 실적악화에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게임사들이 메타버스 사업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인력감축에 나섰다. 

컴투스는 지난해 실시한 컴투버스 임직원 희망퇴직에 이어 최근 본사 차원에서 두자릿수 권고사직을 진행 중이다. 2022년 4분기부터 영업 적자가 이어지자 경영 효율화를 위해 감원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 AI 금융 사업을 철수하고, 지난 4일에는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폐업했으며 이어 '아이온 리메이크 TF' 개발팀을 해체했다.

라인게임즈도 최근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을 만든 콘솔 개발팀을 해체했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데브시스터즈는 지난해 8월 출시한 '브릭시티' 개발팀과 미국 법인 데브시스터즈USA의 인력 감축에 나섰다. 

메타버스 하락과 맞물린 업계 불황에 게임사들은 변화를 탐구하는 동시에 내실을 다질 전망이다. 넷마블, 위메이드, 컴투스 NHN의 대표 등은 신년사를 통해 경영 효율화와 게임사업 경쟁력 등을 내세웠다. 

게임사들의 작년 4분기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기업의 실적 전망이 어둡다고 분석한다.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은 적자 폭이 확대되거나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사들이 당장 돈벌이가 안되는 메타버스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기엔 무리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신사업에 몸을 사리지 않는 게임사도 있다. 위메이드는 가상화폐 '위믹스'를 자체 발행하며 블록체인 사업에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을 공식 승인하며 가상자산 시장의 혹한기가 끝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가망 없는 '엔드게임'은 아닐수도?

애플이 '비전프로'의 사전 판매를 시작하며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메타버스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애플이 공간컴퓨터 개념을 내세우며 본격 참전하자 메타버스 '부활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더불어 생성형AI를 바탕으로 한 '온디바이스AI'가 부상하며 메타버스에도 훈풍이 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아바타가 메타버스 속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아바타와 소통하는 등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다. 

다른 기술과 궁합을 보이려면 메타버스가 자체적으로 기술적 완성도를 띄어야 한다는 의견은 여전하다. 기존에 지적받은 콘텐츠 부족, 낮은 퀄리티 등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전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메타버스가 전보다 가진 열쇠가 많은 건 사실이다. 

빠른 후퇴를 선택한 국내 게임사들이 다시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실적 개선과 경영 효율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당장 무리하게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메타버스의 성장 잠재력이 계속 커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만큼, 희망을 완전히 버리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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