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자동차 급발진 사고시 차량 결함에 대한 입증 책임을 제조사에게 지우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 이른바 '도현이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한 시점으로 보인다.

지난 달 처음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산정됐지만,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내용이 수정된다면 정무위 문턱을 통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당론 차원에서 관련 논의를 확대해 사회적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킨다면 개정안 통과를 위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4일 정계에 따르면 정무위에는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3건의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과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등이 올라와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자동차 등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제조물에 의한 손해는 제조사가 제조물에 결함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은 피해자가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불시에 발생하는 급발진 상황에서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사용 중이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에서 급발진 사고의 결함 원인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사고 이후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강릉에서는 60대 여성이 몰던 차량이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다 지하통로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였던 60대 여성은 크게 다쳤고 차에 함께 타고 있던 12세 손자 도현군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고차량 블랙박스에는 손자에게 브레이크가 안된다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녹음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공정위 "도현이법 반대 아냐"…여·야합의 따라 추가 논의 가능성↑

지난달 22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이 논의됐다. 대체로 청원의 취지에 공감했지만 공정위에서는 민사 소송 원칙에 위배됨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정책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해외에 비슷한 종류의 법안이 시행된 적이 없고 법 체계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 검토 의견을 낸 것이다"면서도 "급발진과 관련해 소비자 입장에서의 제도 개선 등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 내에 영업비밀이라 하더라도 결함이나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공정위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들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연구 용역 등을 동원해 노력하고 있다"며 "법안 내에 우려되는 부분을 수정하고 논의가 원만하게 진행되기 위해선 국회에서의 토론은 물론이고 국토부 등 다른 정부부처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무위 내부에서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에서 규정하는 내용이 포괄적이기 때문에 이를 자동차 급발진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무위원들의 개정안 통과 의지가 높기 때문에 앞으로 법안소위에서 도현이법이 추가적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준호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에서도 관련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법 추진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여야 합의를 통한 추가적인 논의가 열릴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개정안 취지에 공감한다고 발언한 만큼 개정안이 폐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핵심은 국민들의 관심도에 있다.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 추가 논의 등이 진행되려면 여당과 야당 간사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완성차업계 등 산업 일부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론의 지지 없이는 의원들 입장에서도 여야 합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껄끄러울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노랑봉투법 등 현안 이슈들이 화제가 되면서 도현이법은 상대적으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 같다"며 "다시 한번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국민들의 관심이 환기된다면 정당들도 당론 차원에서 개정안을 논의하고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스맨]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