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LG에너지솔루션, SK온  / 디자인=김승종 기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LG에너지솔루션, SK온 / 디자인=김승종 기자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중국 CATL과 BYD 주도의 LFP 배터리 진출을 공식화하고 실물 모형을 선보이는 등 시장 개척에 나섰다.

중저가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LFP 배터리를 상용화하고 중국 제품보다 밀도와 효율을 더 높여 출시해 고객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양산까지는 최소 2년에서 3년의 시간이 걸릴 전망으로 LFP 배터리의 첫 고객사를 어느 기업이 선점할지가 주요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2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개최됐던 '인터배터리 2023'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LFP 배터리 실물 모형을 전시했다. 삼성SDI는 손 미카엘 중대형전지사업부 부사장이 행사 내에서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EV볼륨에 따르면 지난해 LFP 배터리의 전세계 점유율은 27.2%로 조사됐다. 지난 2020년까지 5.5%에 불과했던 점유율은 지난 2021년 16.9%로 급성장했고 지난해에는 10%포인트 이상 올랐다.

LFP 배터리는 가격이 비싼 니켈,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고 리튬과 인산, 철을 이용한 양극재를 사용해 제작된다. 단위 용량당 가격이 배터리 3사가 주력하는 리튬이온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3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주로 중저가형 전기차에 탑재된다.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를 준비하면서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를 먼저 상용화해 양산을 준비한다. SK온은 기존에 주력하던 파우치형으로 LFP 배터리를 개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신속히 진입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LFP 배터리와 리튬 이온 삼원계 배터리의 중간단계인 'NMX' 배터리와 함께 투트랙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왼쪽)LG에너지솔루션이 '인터배터리 2023'에서 선보인 ESS용 LFP 배터리, (오른쪽)SK온이 인터배터리 2023에서 전시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사진=김상원 기자
(왼쪽)LG에너지솔루션이 '인터배터리 2023'에서 선보인 ESS용 LFP 배터리, (오른쪽)SK온이 인터배터리 2023에서 전시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사진=김상원 기자

LG엔솔·SK온·삼성SDI '3사3색' LFP 배터리 전략 시나리오… "고객사 확보 관전 포인트"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용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먼저 양산하고 추후 전기차 용을 개발해 LFP 배터리 풀을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폼팩터 기반으로 전극을 적층하는 스태킹 방식의 LFP 배터리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배터리 셀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에는 중국 난징의 배터리 생산라인을 LFP 라인으로 전환해 제품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미국 미시간 공장 내에 신규 LFP 생산 라인을 구축해 사업 기회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국 ESS 기업 NEC에너지솔루션을 인수하고 ESS 완제품과 설치, 유지까지 책임지는 시스템통합(SI)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ESS 사업을 배터리 3사 중 가장 크게 영위하는 만큼 자사 내부에서 LFP 배터리 생산분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기차용 LFP 배터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에 ESS에 LFP 배터리를 장착함으로써 양산 라인을 안정화하고 차근차근 시장 진입을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용화 시기는 아직까지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생산라인 증설 등 계획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전기차용 LFP 배터리 진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은 인터배터리 2023에서 전기차용 파우치형 LFP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였다.

시제품을 통해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장에 즉각적으로 진입할 준비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주력으로 생산하던 파우치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노하우를 이용해 LFP 배터리도 파우치형으로 개발하고 완성차기업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SK온은 자체 개발을 통해 기존 LFP 배터리의 단점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영하 20도 안팎의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50%에서 70%까지 급감하는 기존 LFP 배터리의 단점을 70%에서 8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주장이다.

SK온 관계자는 "각 완성차기업들의 전기차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짐에 따라 배터리도 다양한 종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객사의 수요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LFP 배터리도 적극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CATL과 BYD가 생산하는 각형 LFP 배터리가 시장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호환성이 낮은 파우치형 LFP 배터리가 얼마나 고객사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관건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각형이 주도하고 있는 LFP 배터리 시장에서 파우치형의 배터리는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각형에 비해 파우치형 LFP 배터리는 호환성이 낮아 채택 시 완성차기업 입장에서는 전기차 생산 구조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SDI도 LFP 배터리 개발을 최근 공식화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 15일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LFP 배터리는 중요한 플랫폼 중 하나”라며 "사업의 다양성과 고객의 다양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LFP 배터리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양산 시기와 배터리 형태 등 구체적인 것은 밝혀지지 않았다.

삼성SDI는 LFP 배터리와 리튬이온 삼원계 배터리의 중간이라고 평가받는 'NMX'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NMX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재를 구성하는 니켈, 코발트, 망간 중 값이 비싼 코발트를 빼고 미지의 'X' 소재를 추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LFP 배터리보단 성능이 좋으나 리튬이온 배터리보단 값이 싼 것이 특징이다. 현재 국내에선 삼성SDI가 유일하게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LFP 배터리 진출 선언과 함께 NMX 배터리도 여전히 개발 중인 상황으로 삼성SDI는 투트랙으로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NMX 배터리 개발을 현재 진행 중"이라며 "LFP 배터리의 경우 구체적으로 양산 시기와 규모가 정해진 바 없으나 LFP 배터리 개발을 이유로 NMX 배터리 개발을 중단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는 배터리 3사 모두 시제품을 개발하거나 개발 계획을 밝혔을 뿐이다.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2년에서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박철완 교수는 "현재까지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의 시제품 정도가 공개된 상황으로 앞으로 양산라인을 구축하고 고객사를 확보하기까지는 배터리 3사 모두 최소 2년에서 3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LFP 배터리 시장 진입은 고객사가 확보되고 나서야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며 "LFP 배터리는 중국이 시장 점유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어느 회사가 중국의 지배력을 뚫고 고객사를 먼저 확보하는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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