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폭발·화재 현장. 사진=부산소방재난본부
전기차 폭발·화재 현장. 사진=부산소방재난본부

부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기차가 폭발한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화재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만약 전기차 배터리가 폭발 원인으로 지목된다면 해당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한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로 인한 위험성이 큰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폭발 사건이 발생한 대창모터스의 전기차 '다니고 밴'에 탑재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발사건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간 배터리 발열이나 폭발로 인한 사례가 빈번해 이번에도 배터리 문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이번 화재의 원인은 배터리에서 시작된  연소가스로 인한 폭발성 화염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연소가스에 의한 압력이 배터리 케이스를 뚫고 방출되면서 화염이 동시에 붙었다는 설명이다.

현장을 직접 보고 이번 사건 화재감식 위원을 맡은 류도정 한국폴리텍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는 원래 방수 처리가 돼있어 내부 반응에 의한 가스가 발생해도 유출되지 않는다"라며 "그런데 어떤 결함에 의해 가스가 꽉 차게 되면 압력이 높아져 케이스에 구멍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 교수는 "해당 사건 CCTV를 통해 볼 때 불길이 밑으로 깔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연소가스가 차 있다가 케이스 접합부 틈을 통해 분출하게 되면서 압력 탱크가 터졌기 때문에 화염이 같이 붙어서 나가는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배터리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차량 하단의 배터리 팩은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상태로 회수됐으며 화재가 퍼지는 양상이 배터리로 인한 화재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배터리로 인한 화재, 폭발에 수반되는 충격파도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불길이 차량에서 밖으로 퍼져 나온 것이라 폭발이라 보기도 힘들다"며 "화재가 옆 차로 번져가는 패턴은 바닥에 인화성 물질이 있을 때 퍼져가는 양식과 흡사해 우선 화재가 번지게 된 이유엔 바닥에 인화성 물질이 존재했다는 가설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렇다면 처음에 차량에서 화재가 난 이유가 중요한데 차량에선 연기가 보이다 화재가 난 것도 아니며 바로 불길이 터져나왔다"라며 "이 불길 강도를 볼 때 만약 배터리로 인한 화재라면 배터리 셀 다수가 폭발할 때 나올 수 있는 정도"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수의 셀이 폭발하게 되면 차량에 폭발력이 발산되면서 충격파 때문에 차량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이번 사건에선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국과수 감식을 기다리겠다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현재는 감식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대창모터스 관계자는 "창사 이후 첫 화재 사고라 당황스럽다"라며 "일반적인 전기차 화재와 양상이 달라 당사도 원인 조사를 기다리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국과수 원인 발표를 면밀히 검토해서 앞으로의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화재 빈도는 낮지만 한번 불나면 걷잡을 수 없어… 운전자 화재 예방 수칙도 '애매'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브 차량 대비 배터리 전기차는 화재 가능성과 빈도가 낮다. 문제는 한번 배터리와 연관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사고가 일어났을 때 여파가 크다는 점이다.

배터리에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내부에서 열이 발생하고 순식간에 1000도 이상의 온도를 기록하는 열 폭주가 일어난다. 이에 따라 진압이 어려워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는 대부분 전소된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미국에서 테슬라의 '모델 S'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압하는데 무려 7시간이 걸렸으며 사용된 물도 10만6000리터 이상이었다. 일반적인 내연기관차 화재에 1135리터의 물이 사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100배 이상인 셈이다.

전문가들도 이번 부산 다니고 밴 화재 원인에 대한 의견은 갈렸지만 전기차의 화재 위험성에 대해선 한 목소리로 대책을 촉구했다.

박철완 교수는 "아직까지 국내에선 지하주차장 등 실내에서 전기차 화재가 일어난 적은 없다"며 "전기차 화재가 빈도가 낮더라도 강도는 어마어마하다 보니 만약 실내에서 전기차에 불이 붙는 다면 상상하지 못할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도정 교수도 "이번 사고를 감식을 맡아 살펴보니 정말 밀집지역이나 폐쇄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굉장히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여지가 존재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전기차 운전자 입장에서도 화재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수칙이 정해져 있지 않아 문제다.

류도정 교수는 "급속 충전보다는 완속 충전이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으나 일상생활에서 완속 충전만을 고집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의 최고 충전 비율(SOC) 보다 낮게 충전하는 것도 방법이나 이는 또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줄어들어 소비자 입장에선 손해다"라고 평가했다.

박철완 교수는 "전기차 화재의 규모나 원인이 운전자들이 조심한다고 해서 예방될 수 있는 부분이 사실상 없다"라며 "사용자 과실에 의한 화재가 내연기관차 대비 아예 없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라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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