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통해 남여 화장실 변기 수 1:1.75 비율 확인...'벤테츠' 야유에도 멈추지 않아

일본의 한 전철역 공용 화장실 안내도. 여성용 화장실의 변기 수가 남성용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일본의 한 전철역 공용 화장실 안내도. 여성용 화장실의 변기 수가 남성용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일본을 여행해 본 여성이라면 공용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려 봤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늘며 화장실 대기 시간이 더욱 늘어났다. 실제 도쿄에 거주하는 기자 역시 여성용 화장실 앞의 긴 줄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다수 있다. 반면 남성용 화장실 앞에 줄을 선 광경을 목격한 적은 거의 없다.

이같은 일본의 ‘남녀 화장실 격차’에 목소리를 낸 여성의 사연이 9일 도쿄신문에 소개됐다.

2022년 7월, 59세의 한 여성이 오카야마현 JR구라시키역 여성용 화장실을 찾았다. 한시가 급했던 여성은 눈 앞에 대여섯명이나 서서 기다리고 있는 현실에 좌절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참아내 봉변은 막을 수 있었다.

볼일을 마친 여성의 눈에 입구 벽에 붙은 남여 화장실 안내도가 들어왔다. 화장실에 설치된 여성용 변기는 4개. 이에 비해 남성용은 좌식형까지 합쳐 모두 7개였다. 남성이 여성보다 1.75배 많다는 사실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다음 날에는 히로시마현의 JR후쿠야마역 공용 화장실에 들렀다. 이곳 역시 전날 방문한 화장실과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여성은 이번에도 화장실 안내도를 촬영해 X(옛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과 함께 ‘여성은 변기가 4개인데 남성은 7개. 여성은 평생 화장실 줄을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해야 하느냐’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여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수도권에 있는 역을 중심으로 화장실 안내도를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안내도가 붙어 있지 않은 화장실의 경우 청소 직원이나 지인 남성에게 부탁해 남성 화장실의 상황을 파악했다.

이렇게 조사한 화장실만 해도 지난 해 10월까지 모두 444곳이었다. 평균을 내어본 결과, 여성이 처음 분노를 느꼈던 구라시키역과 같은 1대 1.75의 비율이었다.

한편 여성의 이같은 활동은 인터넷 상에서 ‘벤테츠(便鉄)’라는 야유를 받기도 했다. 일본에서 철도 사진 촬영 매니아들을 ‘토리테츠(撮り鉄)’라 부르는데, 이들의 경우 선로에 무단 침입해 운행에 지장을 주는 사례가 있어 문제시되기도 한다. 일부 악질 네티즌들은 여성의 활동을 이에 빗대어 변기의 일본어 발음인 ‘벤키’와 ‘토리테츠’를 합쳐 ‘벤테츠’라고 부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성의 화장실 안내도 촬영은 멈추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도쿄신문이 JR히가시니혼과 수도권의 9개 민영 철도에 문의한 결과, 응답을 준 7개사에서 설치한 남녀별 화장실 변기 수는 여성 대 남성의 비율이 1대 1.65~2.04로 나타났다.

이같은 불평등한 상황 속에서 가장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곳은 ‘사가미 철도(소테츠)’다. 소테츠는 요코하마역의 아침 출근 시간대 여성용 화장실의 긴 대기 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에 화장실을 증설했다.

소테츠 측은 또한 쪼그려 앉는 동양식 변기를 없애고 남녀 모두 좌식형으로 바꾸는 등 화장실 문화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전철역 화장실 40~50곳의 설계를 담당해 온 설계사무소 곤돌라의 고바야시 준코 대표는 "아침부터 밤까지 화장실 이용자 수를 세는 철도 회사도 있다"며 철도 회사 측의 노력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개의 경우 역의 공간 부족으로 화장실을 늘리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역과 인접한 곳에 자치체의 화장실이 있다면 안내를 하는 등 지역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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