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IT·통신 산업분야를 막론하고 전 세계가 AI(인공지능)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픈 AI가 지난 2022년 '챗GPT'를 선보인 후 챗봇, 이미지 생성, 영상 제작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이동통신 산업 역시 새 먹거리로 'AI'를 선정했다. 국내 ICT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 '화려한 역사'를 뒤로하고, 변화해야만 하는 시기를 맞닥뜨린 것이다. 지난 1월 열린 CES에 이어 지난달 MWC까지,이동통신사 모두 저마다의 AI 기반 무기를 내세우며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 

◆ 통신 3사별 AI 로드맵…SKT는 벌써 '굳히기' 돌입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변화'를 올해의 키워드로 꼽았다. 모두 AI를 주요 먹거리로 선점, 변화하는 기술 시장에 발맞춰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목표다. 당찬 포부에 맞게 신사업이 구체화되는 모습을 MWC 2024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SKT는 '텔코(통신 사업자) 연합군'을 꾸렸다. 유영상 SKT 사장은 MWC에서 유럽, 중동, 아시아 대표 통신사의 경영진들과 만나고 이후 합작법인 'GTAA(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출범을 발표했다. SKT를 비롯해 도이치텔레콤·이앤그룹·싱텔그룹·소프트뱅크 등 총 5개 통신사가 GTAA에 참여한다. 

GTAA의 핵심은 '텔코 LLM(통신사 특화 거대언어모델)'의 개발이다. SKT는 GTAA를 통해 한국어·영어·독일어·아랍어·일본어 5개 국어를 시작으로 향후 전 세계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LLM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번 MWC 현장에서 SKT는 300평짜리 대규모 전시관을 마련해 텔코 중심의 AI 기술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고객지원 AI 컨택센터(AICC) ▲챗봇 구현 버추얼 에이전트 ▲AI 기반 스팸·스미싱 필터링 시스템 등이다.  

더불어, SKT는 차세대 냉각 기술을 포함한 AI 데이터센터(DC) 고도화를 위해 글로벌 액체냉각 전문기업 '아이소톱(Iceotope)'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향후 AI 데이터센터 내부의 온도와 전력 등을 예측하는 기술과 AI 자동 냉각 제어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AI 기업으로 주목받는 휴메인·퍼플렉시티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개인형 AI 비서(PAA)'도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조비 에비에이션과의 협력을 통해 AI 기반 UAM(도심항공교통) 고도화 및 신기술 도입에도 나서며, AI 기반 기지국 무선 송수신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미 SKT는 NTT도코모, NTT, 노키아 벨연구소와 협력해 6G를 위한 AI 기반 기지국 무선 송수신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 검증까지 마쳤다. 이같은 SKT의 발 빠른 움직임은 글로벌 빅테크를 상대로 AI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일종의 '굳히기' 작업으로 읽힌다. 국내를 대표하는 이동통신 3사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행태다.    

◆ KT·LG유플, LLM과 SLM 협력 무기 삼아 '전진 앞으로'

KT도 MWC에 참가해 '미래를 만드는 디지털 혁신 파트너 KT'를 주제로 총 2개 테마의 전시관을 꾸렸다. 'NEXT 5G' 존에서는 항공망 특화 네트워크 기술을 적용한 UAM 체험 공간과 지능형 교통관리 시스템을 선보였다. KT의 지능형 UAM 교통관리시스템(UATM)은 교통과 디지털 트윈을 접목한 'UAM 교통 Twin' 기술을 통해 운항 과정을 안전하게 만들고, 노선 별 최적의 하늘길 경로도 제시한다. 'AI LIFE' 존에서는 소버린 AI, AI 문맥 맞춤 광고 서비스 등 초거대 AI를 적용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KT는 우수 파트너사들과 함께 MWC 현장을 찾았다. 콴다·모바휠·Superb AI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 부스 인 부스 방식의 'KT 파트너스관'을 제공했다. KT 역시 '협력'을 통해 AI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KT는 자체 LLM 중심이었던 AI 전략을 여러 종류의 LLM을 포함한 '멀티 LLM' 전략으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최근 경쟁이 치열해진 SLM(고객 특화 경량화 모델)에도 힘을 쏟는 중이다. 

김영섭 KT 대표는 MWC 현장에서 "이제 KT는 'AICT'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KT는 AI 및 디지털 분야 인력을 올해 최대 1000명 수준으로 영입하고, 내부 교육 등을 통해 AI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할 예정이다. 더불어 핵심 사업에도 자체 LLM '믿:음'을 적용하는 등 업무 방식도 변화시킨다.

LG유플러스는 초석을 다지는 모양새다. 이번 MWC 2024에 전시 부스를 내지는 않았으나,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와 주요 경영진들이 현장을 찾았다. 특히 참관단은 6G, AI 등 미래 핵심 기술과 트렌드를 중심적으로 탐색했다. 현장에서 황현식 대표와 캐서린 렌츠 아마존웹서비스(AWS) 부사장이 만나 AI 활용을 위한 협력을 맺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상반기 이내 SLM 형태의 생성형 AI '익시젠'을 공개할 예정이다. 

◆ "AI, 국가의 성패 좌우할 것…공 쏘아 올리려면 기초체력 필요"

지난 5일 이동통신 40주년을 맞아 바른ICT연구소와 SKT는 'AI 시대, ICT가 가야 할 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이동통신 산업의 발전과 역사를 되짚고, '大 AI시대'에 필요한 정책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은 ▲통신 시장 경쟁구조 개선 및 경쟁 활성화 통한 국민 편익 증진·유무선 통신 인프라 고도화 ▲6G 기술 개발∙표준화 주도(2024)·Pre-6G 시연 및 조기 상용화 ▲‘AI 일상화’ 본격 확산 세 가지 정책 추진을 제시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AI 시대에 적절한 대응 여부가 기업, 산업, 국가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융합 시대의 ICT 정책은 이동통신 중심의 생태계에서 서비스∙기기∙플랫폼∙콘텐츠가 대립적 구도를 벗어나 선순환 고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현 정부의 이동통신 정책은 산업육성적 관점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이어 시장·생태계 중심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가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와 산업 활성화 후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강조는 토론에서도 이어졌다.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초거대 AI 모델 경쟁력을 위해서는 양질의 대규모 학습 데이터셋 구축이 중요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데이터를 구축하고 저작권 이슈 등의 문제에 대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신 연세대 객원교수는 토론을 마치며 "AI 서비스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이 돼야하며, 정부 위주보다는 시장 위주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오늘 토론회를 통해 재확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레스맨]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