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본격화···아모레퍼시픽, 북미·일본 집중 공략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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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K뷰티' 성장을 이끌었던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이 지난해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아모레G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2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감소했으며, 과도한 마케팅 비용증가로 수익성 마저 크게 악화돼 영업이익은 1520억원으로 같은 기간 44.1%나 급감했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하락세다. 

특히 아모레G의 실적 대부분을 견인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추락이 뼈아팠다. 아모레퍼시픽의 작년 매출액은 11.1% 하락한 3조6740억원, 영업이익은 49.5%나 쪼그라들어 1082억원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불과 수년전인 2016년 아모레G의 1조원대 영업이익을 이끌어내던 그때의 아모레퍼시픽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아모레G는 6조6976억원의 매출과 1조82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하락 요인은 높은 '중국 의존도'로 요약된다. 중국은 한때 우리나라 전체 화장품 수출의 60%를 상회했던 만큼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킬레스 건이 된 듯 하다. 지역별로 매출을 들여다 보면 보다 확연하게 드러난다.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매출은 2조 2108억원으로 14.4% 감소했다. 이는 면세 채널의 부진 탓으로 불과 수년전 싹쓸이 쇼핑의 대명사이던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游客)'들의 발길이 예전같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해외 실적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해외 매출액은 1조 3918억원으로 5.5% 감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43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에서 부진한 건 경기침체 뿐만 아니라, '궈차오'라는 애국소비 열풍으로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K뷰티의 파워가 예전만큼 통하지 않고 있는 것도 실적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시장은 아모레퍼시픽이 일찌감치부터 공들여왔던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2002년 라네즈 출시를 시작으로 2005년 마몽드, 2011년 설화수, 2012년 이니스프리, 2013년 에뛰드를 차례로 중국에 선보였다. 특히 가성비 제품으로 인기가 높았던 덕분에 여행 자유화로 한국을 찾는 연 700만명의 요우커들이 한국 면세점에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을 싹쓸이했다. 아울러 프리미엄 제품 '설화수'는 '명품' 이미지로 인지도를 높혔다. 실제 설화수는 2015년 10월 '요우커 만족도' 화장품 부문 1위, 2016년 7월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의 명품' 한방화장품 부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에 들어서 상황은 급변했다. 주한 미군의 사드(THAAD) 배치에 반발해 한국 여행 제한 조치 등 중국정부의 '한한령(限韓令)' 시행을 기점으로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중국향 매출 모두 된서리를 맞았다. 산업연구원의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 제한 조치가 국내 소비재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직간접 피해 규모는 최대 15조 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화장품과 의류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 한한령의 영향은 관련통계로도 확인된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38%의 증가세를 보이던 중국인 관광객수는 한한령을 기점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랄까, 사드 사태가 잦아들 무렵인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는 아모레퍼시픽에게 회복하기 힘든 상흔을 남겼다. 펜데믹 기간 봉쇄정책으로 인한 매출 감소보다는 '궈차오(애국소비)'로 표현되는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가 오히려 더 큰 상처로 남았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10조 2751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줄었다. 한류의 영향으로 베트남23.4%, 대만 21.1%, 태국 13.2%, 필리핀 44.4% 등 아시아 국가는 눈에 띄게 성장했지만, 중국향 수출은 26%나 대폭 감소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와 화장품 규제 강화, 자국 제품 선호 추세 등으로 중국 화장품 수출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대내외 요인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 거리두기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일본, 북미, 유럽 등 신시장 개척과 함께 내수 시장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류 열풍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일본 시장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화장품 선진국으로 불린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42조가 넘는다. 일본 화장품 시장은 시세이도, 고세 등 자국 브랜드의 품질이 뛰어나고 그만큼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 K뷰티의 불모지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내 한류 열풍 등으로 K뷰티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중이다. 일본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은 775억엔으로, 처음으로 프랑스산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의 일본 진출은 2006년부터다. 이후 2011년 에뛰드, 2018년 이니스프리, 2020년 라네즈에 이어 지난해에는 에스트라와 헤라를 추가로 선보이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북미 지역의 아모레퍼시픽 성과도 흥미롭다. 아모레퍼시픽은 2022년 10월 미국 화장품 브랜드 타타하퍼를 인수하고 설화수, 이니스프리 등 주요 브랜드의 한자 표기를 영문 표기로 바꾸는 등 리브랜딩을 하며 북미 공략을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매출은 5~7% 수준이지만 라네즈와 ‘코스알엑스’(COSRX)를 앞세워 2027년까지 북미 시장 매출 비중을 19%로 늘릴 계획이다. 같은 기간 중국 매출 비중은 18%까지 낮출 계획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코스알엑스에 큰 기대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설립된 국내 뷰티기업 코스알엑스는 민감피부용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로 북미, 동남아, 유럽, 일본 등 140여개 국가에 진출해 해외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1902억원의 매출과 71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며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 괄목할 성과를 올리고 있다. 

국내시장 공략은 ‘제2의 설화수’로 불리는 초고가 뷰티 브랜드 ‘시예누(SIENU)’를 앞세운다. 중국 내에서 한국 화장품의 위상이 약해졌지만, 국내에서는 초고가 뷰티 시장에 이제 막 불이 붙고 있는 만큼 업력을 앞세워 초반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예누는 2020년 아모레퍼시픽이 롯데면세점과 공동으로 개발한 초고가 스킨케어 브랜드다. 30㎖짜리 용량의 앰플 한 병 가격은 40만 원대다. 

동시에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 새로운 포지셔닝을 위해 전략적인 재정비나 수익성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과의 거리두기에 나선 아모레퍼시픽,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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