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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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이나 이커머스 등 다양한 판매 플랫폼이 넘쳐나는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우리네들의 소비문화를 180도 바꿔 놓았다. 미디어 속에서 대중에게 영향력을 지닌 개인을 뜻하는 인플루언서의 광고·리뷰 콘텐츠를 통해 그들이 제공하는 이른바 '구매도움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것. 소위 '언택트(Untact) 소비' 시대를 마주하고 있음이다.

본 기자도 해외쇼핑몰 의류를 구매할 때 SNS로 많은 도움을 받는다. 전 세계의 소비자를 연결해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의류의 형태와 질감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어 만족도는 꽤나 높은 편이다. 기업 홍보 모델 겸 인플루언서가 본인의 틱톡(TicTok) 계정에 등장해 친절히 설명해 준 덕이라고나 할까. 

'사람'을 활용한 광고·리뷰 콘텐츠는 이미 우리 일상에 깊게 자리한 듯하다. 지난 2022년 한국섬유산업연합회(KOFOTI)가 SNS에서 인플루언서 계정을 구독한 6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특정 제품 구매 경험에 대해 73%가 해당 계정을 보고 구매했다고 답했다. 소비자에게 있어 인플루언서 개개의 영향력을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매일 접하는 유통 기업의 보도자료에서도 "인플루언서 OO도 다녀간 맛집" 등의 홍보 문구에서도 그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이미 글로벌 리서치 기관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2022년 기준 164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2019년에 비하면 2배 성장한 수치다. 이대로라면 향후 성장률 증가는 이미 정해진 셈이다. 

올해는 이러한 소비문화를 지칭하는 신조어 '디토소비(ditto)'도 탄생했다. 디토는 영어로 '나도'라는 동조의 의미로, 소비자가 유명인의 구매를 접하고 따라 구매한다는 뜻이다. 디토소비 울타리 안에서는 구매 결정을 내릴 때 시장조사나 가격 비교 등 개인의 의사결정 과정은 생략된다. 

물론 해당 문화에 따른 장점도 많다. 복잡한 고민 없이 신뢰하는 쇼핑몰이나 개취나 가치관이 비슷한 인플루언서의 추천을 바탕으로 구매를 결정하니 시간도 절약되고,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제품과 콘텐츠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편리한 거름망일 테다. 

아울러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적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전부터 광고에는 빠짐없이 연예인이 등장하는 현상에서 알 수 있듯, 소비하는 데 있어 이를 추종하는 심리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기업이 제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인을 고용하는 것은 곧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기 때문 아니겠는가.

다만, 이와 같은 소비 습관이 고착되는 것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인플루언서와 유명인이 대중에게 구축한 신뢰와 친밀감에 따라 소비자가 쉽게 마음을 여는 만큼, 과장광고나 허위 리뷰에도 쉽게 노출되는 연유에서다. 사람과 콘텐츠에 기반한 소비 트렌드에 따라 상품에 대한 SNS, 커뮤니티 등에서의 평판을 신뢰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탓에 소비자를 기만하는 상술이 만연해질 확률이 존재하는 것이다. 

SNS를 유랑하다 보면 "밥 많이 먹어도 '이것'만 먹었더니 살이 20kg가량 빠졌어요" 등의 근거 없는 다이어트약 광고 멘트를 접하는 경험은 예삿일이 된 지 오래다. 작년 식약처는 SNS에서 식품과 화장품을 광고·판매하는 인플루언서 84명의 계정을 단속한 결과를 내놨다. 무려 54명의 계정에서 허위·과대 광고 불법행위를 적발해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이들 모두 일반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하거나 화장품의 범위를 벗어나는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도록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꼼꼼한 소비를 위해 신뢰하는 계정의 리뷰를 살핀다는 게, 오히려 그들은 바보로 전락하게 만든 셈이다. 

선망하는 누군가를 따르는 소비는 절대적인 개인의 자유로, 타인이 평가의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다. 그에 따른 사회적인 파장은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제품 광고를 받은 인플루언서에게는 거대한 영향력만큼 고액의 소득이 제공되고 이는 광고 마케팅 비용의 증가를 불러온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개인에게는 맹목적인 충동소비·모방소비 등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특히, 계획에 없이 충동적인 상품 구매를 뜻하는 충동소비는 한창 '소비자아'를 확립할 시기인 청소년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는 지난해 발표한 SNS 지출 설문조사에서 조사자 3500명 중 인터넷과 친숙한 젊은 세대가 유독 온라인 충동구매 유혹에 취약한 것을 확인했다. 

젊은 소비자 층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와 밀레니얼세대(80년대 이후 출생)는 60%가 지난 1년 간 SNS 때문에 충동구매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반해 X세대는 42%, 베이비붐 세대는 34%가 충동 구매 전적이 있다고 답했다. 

집단주의적 소비행태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소이지 않을까. 소비자 개인의 선호에 따라 자주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다른 소비자들과 동일한 선택을 해 준거집단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원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 없이 타인의 기준에 우선적으로 맞춰 몰개성화를 유발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인플루언서를 추종하는 소비를 통해 취향을 형성하고 그에 따른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다만 건강하고 합리적인 소비문화 확산을 위해 개인은 본인의 소비가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을 한 번 더 고려하고, 기업은 해당 마케팅에 따른 부작용을 제고해 홍보에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 아닐까.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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