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에 대기업 부품기지 밀집…생산차질 불가피

<이미지출처=Getty Image Bank>

제조업·관광산업에 타격…마이너스 성장 우려

일본 경제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지난주 일본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급등했던 일본 증시가 18일(현지시간) 일본 증시는 3.4% 폭락한 1만6275.95로 장을 마쳤다. 

표면적으로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들이 통화 강세에 대해 개입 반대 의사를 보이면서 엔화 가치가 오른 것과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주요 산유국들이 산유량 동결 합의에 실패해 유가가 급락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규슈지역의 연쇄지진으로 인해 일본의 경제 및 산업에 타격이 장기화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증시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불구하고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지진의 여파로 공장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규슈지역을 중심으로 관광산업이 얼어붙으면서 수출과 내수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규슈는 일본에서 상대적인 지진 안전지대로 도요타, 혼다, 소니 등 일본 간판기업의 생산기지나 협력업체가 밀집해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8일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산업계가 서플라이체인(공급망) 강화에 나섰지만, 다시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도요타자동차는 구마모토(熊本) 지진의 영향으로 부품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일본내 15개 자동차 조립공장에서 18~23일 조업을 단계적으로 정지한다. 

도요타그룹의 자동차 부품업체 아이신정기가 이번 지진 피해로 2개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엔진 등 주요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규슈지역 공장은 이날부터 23일까지 생산이 중단된다. 후쿠오카현의 거점 공장은 지난 15일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이어 아이치현, 미야기현 등의 공장가동도 멈췄다. 19일에는 하이브리드자동차 프리우스를 생산하는 아이치현 공장 라인이 멈춘다. 이어 20일 렉서스 브랜드를 만드는 타하라 공장이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 또 도요타그룹 자회사로 경차를 생산하는 다이하츠공업도 이날부터 22일까지 오이타현 공장, 엔진을 생산하는 후쿠오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미쓰비시UFJ의 스기모토 고이치 애널리스트는 이날 리포트를 통해 도요타가 5만6천대 이상의 생산감소 피해를 보며 4~6월 3천억엔(약 3조2천억원)대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도요타는 그룹사인 자동차 특수강 부품 공급업체 아이치제강 공장 폭발 사고로 지난 2월에도 일주일간 국내 모든 완성차 공장의 생산을 전면 중지한 바 있다. 당시 9만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일본내 생산이 18.8% 감소했었다. 올 여름까지 손실을 만회할 계획이지만 이번 구마모토 지진으로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혼다는 구마모토에 있는 오토바이 공장에서 생산을 이날까지 중단키로 했다. 연간 2만5000대 정도의 오토바이를 생산하는 이곳은 혼다의 주요 생산거점이다. 혼다 측은 "피해를 파악하고 복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닛산자동차도 후쿠오카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미쓰비시자동차도 부품 조달 차질로 구라시키시 공장 가동을 이날부터 이틀간 멈춰 세웠다.

전자업체 소니도 구마모토현 내 반도체공장의 가동이 14일부터 정지되고 있다.

이 공장은 카메라나 스마트폰용 화상센서를 생산하는 주력 거점이다. 14일 밤 첫 강진 이후 15일 생산재개 준비를 했지만 16일 더 큰 '본지진'으로 흔들리면서 조기 조업재개는 당분간 어려워졌다.

공장건물 피해는 없지만 여진 영향으로 공장 내의 상황을 충분히 확인할 수가 없어 생산재개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도 구마모토 공장 가동을 멈춰세웠다. 이 회사는 생산 중단이 장기화하면 다른 공장에서 대체 생산을 검토 중이다. 타이어 제조업체인 브리지스톤도 공장 가동을 못하고 있다.

구마모토현에 반도체와 액정 생산 거점을 두 곳 두고 있는 미쓰비시전기도 복구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세밀한 부품 취급은 신중해야 하기 때문에 복구시기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제조업 공장은 생산시설 피해만 없으면 조기에 정상화할 수 있지만, 이번 지진이 규슈 지역 서비스산업에 미칠 악영향이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있다.

아울러 내외국인 대상의 관광산업 위축도 불가피하다. 규슈지역은 자연환경이 뛰어나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수요가 높아 지난해 규슈의 외국인 방문객은 연간 28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인해 이미 후쿠오카나 규슈 인근 시고쿠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 취소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에 대한 공포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일본 열도 방문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내국인 이동도 줄면서 침체일로인 일본의 소비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이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올해 일본경제의 성장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여기에 지진여파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일본 경제가 역성장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재민의 생활 지원을 서두르면서 대책 비용이 증가될 경우 2016년도 추경 예산을 편성해 복구에 사용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올해 예산의 예비비에서 지진복구 비용을 지원한다. 7월 참의원 선거 뒤 경제 대책을 목적으로 편성되었던 경정 예산안에 이번 재해 대책 마련을 위한 비용을 포함 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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