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삼성반기보고서 / 사진=삼성전자 / 디자인=김승종 기자
자료=삼성반기보고서 / 사진=삼성전자 / 디자인=김승종 기자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알려진 보험업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도 폐기 위기에 놓였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을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는 법안으로,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지배구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19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으나 법안을 발의한 의원의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다만 이번 국회에서는 처음으로 법안소위에 보험업법 개정안이 산정되면서 진전을 이뤄냈다. 법안과 관련된 공청회와 법안소위 재산정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어 법안 통과 여부에 대해 속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추진력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개정안 폐기 위기를 두고 일부 여당의원들도 보험업법 개정안 취지에 공감했는데 더불어민주당에서 적극적인 추진력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당장이라도 여당이 당론 차원에서 관련 논의를 확대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13일 정계와 재계에 따르면 올해 말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논의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해당 개정안은 지난 1월 법안심사소위에 산정된 바 있으나 별다른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법안을 발의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삼성생명법이 논의됐지만 성과는 없었다"며 "국정감사가 시작될 올해 말에는 국회 전체가 내년 총선을 준비할 시기이기 때문에 관심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 2020년 6월 이 의원과 함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로 발의했다. 지난 2021년 당시 고 이건희 회장의 유산 상속으로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되며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도 박 의원이 이승호 삼성생명 부사장을 증인으로 불러 입법 필요성을 제기하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달 박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이동하게 되면서 추진력이 약화됐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소위 산정과 공청회를 함께 추진하며 삼성생명법이 재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상임위원회가 변경되면서 이를 주체적으로 끌고 갈 수 없게 돼 아쉽다"고 토로했다.

◆ 왜 '삼성생명'법?… 통과 시 이재용 회장 그룹 지배구조 개편 불가피

현재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특정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보험사는 계약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금융자산에 투자하는데, 자산운용에서 문제가 생겼을 시 보험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해당 계열사의 위험이 보험사로 전이되거나 계열사의 이해관계에 보험사가 종속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보험사의 자산운용이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는 이유다.

그러나 자산운용 비율 3%에 해당하는 금융상품의 가치는 매입했을 때의 가격인 취득원가로 산정하기 때문에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약 8.69%의 지분율을 통해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 1980년 삼성전자 주식 매입 당시 한 주당 가격은 1072원으로 총 매입 주식량은 5444억원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의 현재 총 자산은 300조원 규모이기 때문에 취득 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험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 가치 산정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바꾼다는 항목이다. 삼성전자의 현재 주식 가격은 7만원가량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시가에 맞춰 계산하면 약 36조원에 이른다. 이는 기존 규제한도인 3%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만약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약 27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

나아가 이재용 회장의 그룹 지배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이 19.34%의 지분으로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다시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기존에 이 회장은 상속 전 삼성물산 주식(17.33%)을 지렛대 삼아 그룹 지배권을 확보했다. 지난 2021년 상속 이후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10.44%로 증가했고 삼성생명의 개인 최대 주주로 등극해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해진다.

개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종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으며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보험업법이 현행대로 지속되는 것은 이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권을 위한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자산운용 비율을 계산할 때 분모는 시가이고 분자는 취득원가인 이해하기 어려운 규정이 지속되고 있다"며 "사실상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과도하게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며 이는 이 회장의 그룹 지배구조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특혜일 뿐이다"고 진단했다.

◆ 공청회·법안소위 산정에 '여야합의' 필요… "민주당, 의지 더 보여줘야"

고무적인 것은 이번 국회에서 법안 발의 8년 만에 처음으로 개정안이 법안소위에 산정됐다는 점이다. 다만 지난 1월 산정 이후 논의가 지체됐고 현재로서는 법안소위 재산정이 필요하다.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 주도로 개정안과 관련된 공청회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공청회가 성사된다면 여당의원 2명과 야당의원 2명이 토론을 진행하며 금융위원회 관계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들도 공청회에 참석하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공청회와 재산정이 성사되기 위해선 여당과 야당의 간사 간 합의가 필요하다. 삼성생명법에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서는 개정안에 대한 화제를 다시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과 개정안에 대한 합의를 진행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내년 국회의원 임기 만료 전 재산정과 공청회에 대한 기회를 얻지 못하고 논의가 흐지부지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발의된지 8년이 지난 개정안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선 당 차원에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핑계를 대는 것 같다"며 "법안소위 산정 당시 여당 의원들 일부도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가 있었다면 본 회의 상정까지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발의된 법안을 지금까지 지체시킨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진정성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며 "개정안이 버려지지 않도록 당론 차원으로 논의를 확대시킨 후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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