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기자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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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에서 '당당치킨'의 인기가 매섭다. 홈플러스가 선보인 당당치킨은 한마리 6990원, 두마리 9900원의 초저가 치킨이다.

지난 6월 30일 판매를 시작해 이달 10일 기준 32만마리 넘게 팔렸다고 한다. 매장별로 하루 30~50마리 한정 판매하는데 1초에 5마리씩 팔린 셈이다.

당당치킨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1만원 미만의 초저가 치킨 판매 대열에 합류했다.

대형마트에서 초저가 치킨을 내놓은 것은 홈플러스가 처음이 아니다. 롯데마트는 2010년 한마리 5000의 '통큰치킨'을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소상공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판매를 중단했다. 치킨매장이 포화상태인데 대형마트가 치킨사업까지 한다면 동네 치킨집은 모두 문을 닫게 된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또 다시 대형마트의 횡포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전에 비해 논란의 수위가 높지 않다. 되레 일각에선 대형마트가 초저가 판매 치킨 방식을 더 늘려 치킨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배경은 무엇일까. 근본적인 것은 서민들의 삶이 이전보다 더 팍팍해졌다는 게 주효했다. 서민음식이라고 불리는 치킨값이 매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한마리당 2만원에 이른다. 배달비를 합하면 3만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생닭 한마리를 4000~5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데 이와 비교하면 프렌차이즈 치킨 가격은 6배 가까이 비싸다. 

소비자들이 과연 프렌차이즈 치킨 가격이 과연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홀쭉해진 호주머니도 '지금은 틀리다'는 것을 반영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9% 올랐다. 올해(연간)는 5%를 넘어설 것 같다. 이중 농수산물 가격은 '에그플레이션'을 방불케한다.

폭우와 폭염이 반복하면서 농수산물가격은 수배 이상 치솟았다. 한 예로 배추 가격이 1년새 102% 급등했고 채소류는 절반 이상으로 뛰었다. 

기준금리도 역대 수준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기준금리는 올해 1월 1.25%에서 7월 2.25%로 1%포인트 상승했다.

설상가상 한국은행은 연내 두세차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연 3%에 육박하게 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1인당 대출금리는 30만원 더 내야하고 민간소비는 0.1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가계지출 증가로 낮은 가격의 외식 소비를 원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이 있다. 치킨값을 올리는 주체는 사실 프랜차이즈사다. 그런데 대형마트 등 특정 기업이 특정 물품의 가격을 낮추면 이를 반대하는 주체자는 자영업자들이다. 프랜차이즈사들 입장에선 더 좋을 게 없다.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관철되면 비용은 고스란이 소비자들이 떠 안는다. 누군가에겐 완벽한 시스템이다. 

당당치킨이 쏘아올린 공은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치킨에 이어 다른 초저가 외식식품이 나올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선 자영업자들이 주장한 골목상권 침해 논리도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한 때다. 그리고 그 중심엔 소비자 보호가 우선시 돼야 한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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