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김승종기자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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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제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러시아에 해외 법인을 둔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유럽 진출을 교두보로 삼은 현대차그룹의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돼 자동차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16개 그룹이 러시아에 53개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CXO연구소가 러시아 해외 법인을 조사한 결과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현지 법인이 18곳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위아 등이 러시아에 법인을 두고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러시아에 9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고 롯데그룹도 호텔롯데와 롯데상사 등 9개의 현지 법인을 세웠다. SK와 CJ, 두산, KT&G 그룹은 각각 2개의 법인을 러시아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현대차그룹은 주요 부품 협력사들과 러시아에 동반 진출하고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삼은 바 있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 현대위아는 지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엔진 공장을 설립해 현지 생산 공정을 확대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GM의 러시아 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생산량은 연간 약 23만대에 이른다.

이 상황에서 지난달 27일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우르술라 폰테라이언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주요 은행들은 스위프트 제도에서 제외될 것"이라며 "러시아 중앙은행의 거래를 금지하고 이 은행의 자산을 동결한다"고 말했다.

스위프트는 달러화로 국제 금융 거래 시 필요한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조직이다. 러시아가 퇴출되면 해외의 금융기관 간 통신이 차단돼 돈을 주고받을 수 없다. 즉 러시아 기업과 개인이 수입 대금을 지불하거나 수출 대금을 받기 힘들고 러시아와 금융계약을 체결한 업체, 기관이 이차 피해를 입게 된다.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스위프트 배제로 인해 물류, 대금 결제가 차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 등 동구 유럽권 국가 내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할 여지도 크다. 올해 러시아권역 판매 목표를 지난해 대비 5.8% 증가한 45만5000대로 상향 조정한 현대차그룹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할 당시 자동차 수출은 같은해 24억500만달러에서 2015년 9억1100만달러로 약 60%가량 줄었다. 자동차 부품도 13억8800만달러에서 8억3800만달러로 약 40% 급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28일 미국의 러시아 수출 통제책인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에서 한국도 통제 명단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FDPR은 미국 외의 글로벌 기업이 만든 제품이더라도 제조 과정에서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장비,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했을 시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강력한 제재 조항이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5개 업체가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스위프트 배제로 인한 대금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반도체와 시스템 등 첨단기술이 들어간 제품의 수출을 억제시키면 충격이 일파만파로 커질 수 있다"라며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문제가 커지지 않게끔 관세, 유동성 자금 지원 등의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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