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최 ‘한달 전’ 의식해 6월 20일까지 긴급사태선언 재연장…의료계, 스가 총리에 올림픽 취소 강하게 요구

지난 4월말~5월초 대형연휴 이후 도쿄의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한 인구 이동은 크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6일의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의 모습 (사진=최지희기자)
지난 4월말~5월초 대형연휴 이후 도쿄의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한 인구 이동은 크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6일의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의 모습 (사진=최지희기자)

어쩌면 긴급사태가 선언 중인 가운데 도쿄에서 올림픽·패럴림픽이 개최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도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감소세는 더딘 데다, 백신 접종률은 계획대로 늘고 있아 긴급사태선언은 또다시 연장될 방침이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27일, “자신을 갖고 도쿄로 오라”며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내보였다. 현재로서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판단에도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도쿄(東京) 등 9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을 대상으로 한 3번째 긴급사태선언에 대해 연장 및 재연장하기로 정했다. 반복되는 긴급사태선언에도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4월말부터 5월 초에 걸친 대형 연휴 이후 인구 이동은 계속해서 증가중이다. 이대로라면 신규 코로나19 감염자수 감소세가 멈출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내려진 긴급사태를 6월 20일까지 연장할 방침이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확산세를 확실히 억누르기 위해서는 “한 달 이상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언 기간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바로미터 중 하나가 인구 이동의 추이다. 상업시설 등에 대해 휴업을 요청한 지난 대형 연휴 기간의 경우 도쿄 및 오사카(大阪)의 야간 인구 이동은 4월 초에 비해 60~70%, 낮 시간대에는 40~50% 정도 감소했다. 하지만 신주쿠(新宿)역 등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연휴 이후 인구 이동이 크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스가 총리는 27일 감염 상황에 대해 “도쿄, 오사카 등에서 감소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방심해서는 안된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특히 감염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형 변이바이러스의 일본내 확산 징후가 나타나면서 24일까지 7개 도도부현에서 29명의 감염자가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오는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 달 전에는 긴급사태를 해제”하고 싶은 것이 속마음이다. 6월 20일까지를 재연장 기한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연장 기한에 대해 일본 정부 내에서도 “6월 말까지” 혹은 “7월까지 걸쳐서 선언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반대로 끝모를 긴급사태선언으로 인해 일본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스가 정권의 일련의 대응에 대해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아즈미 준(安住淳) 국회대책위원장은 “질질 끄는 소모전에 들어간 상황이다. 총리가 언급한 ‘단기 결전’은 이미 실패했다. 이에 대한 정치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도쿄올림픽 후원사 중 하나인 아사히신문은 26일, ‘여름 도쿄올림픽 중지 결단을 총리에게 요구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도쿄올림픽 후원사 중 하나인 아사히신문은 26일, ‘여름 도쿄올림픽 중지 결단을 총리에게 요구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본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도쿄올림픽 후원사 중 하나인 아사히신문은 지난 26일, ‘여름 도쿄올림픽 중지 결단을 총리에게 요구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의료계에서는 한층 더 강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우에야마 나오토(植山直人) 일본 전국의사노조 위원장은 27일 주일외국특파원클럽(FCCJ)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쿄올림픽이 열릴 경우 “완전히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생길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도쿄올림픽발 변이 바이러스’를 낳은 대회로 비난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며 이같은 위험한 올림픽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도쿄올림픽 개최의 레거시 중 하나로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긴 증거가 되는 올림픽”을 내세운 바 있다. 우에야마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정작 일본은 백신 접종률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데다, 코로나19 검사 실적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가운데 35위라는 점을 지적하며 “올림픽 개최는 선수에게도 무책임한 일이며 일본 국민에게도 큰 위협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쿄 등을 비롯한 일본 전국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은 여전히 하루 4천명대의 신규 확진자를 내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의 보도에 따르면 27일에는 도쿄 684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4천 140명의 신규 감염자가 확인됐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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