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 수 전체 30%, 소비 점유율은 40%...한국인 관광객 급감 통해 특정 국가 의존에 경각심 

도쿄(東京) JR유락쵸(有楽町)역 인근에 위치한 홋카이도 지역 특산물 판매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사진=최지희기자)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2.2% 증가한 3천 188만 2천명으로 드러났다. 일본 관광국이 1964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치다. 국가별 관광객 수를 보면 중국이 14.5% 늘어난 959만 4천명으로 1위이고, 한국은 그 뒤를 잇는 2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같은 기록 갱신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의 비율이 크게 늘면서 ‘중국 의존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30%를 차지하며, 이들의 소비 점유율은 40% 가까이 달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비 의욕이 높은 중국인의 증가가 일본 경제에 가져다 주는 은혜도 크지만, 한편으로 젊은 여성 관광객들의 쇼핑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의 소비 금액을 살펴보면 중국인은 한 사람당 약 21만 3천엔(약 224만 2천원)을 쓰고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평균 보다 약 5만 5천엔(약 57만 9천원) 정도 많은 수준이다. 이중 특히 쇼핑에 쓰는 돈이 약 10만 9천엔(약 114만 7천원)으로, 여타 국가에서 오는 관광객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이른바 ‘싹쓸이 쇼핑’ 경향은 줄어들었다지만 중국인이 여전히 높은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경우 일본 방문의 주된 목적이 ‘쇼핑’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이들의 발길이 도쿄 등 대도시에만 집중해 지방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발신하기 위해서는 ‘체험형 소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현재로선 이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일본에서의 소비 가운데 ‘오락・서비스비’의 비율은 지난해 3.9%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쿄의 대표적 밤거리 명소인 신주쿠(新宿) 가부키쵸(歌舞伎町) 입구 (사진=최지희기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기업들도 현재 체험형 상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JTB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옵션투어로 고급 택시를 대절해 관광지를 둘러보는 상품을 늘렸다. 늦은 밤시간대에도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USJ)은 도쿄 올림픽 개최 전 ‘수퍼 닌텐도 월드’를 개장해 닌텐도의 인기 캐릭터인 ‘마리오’를 테마로 관광객들을 불러 들일 계획이다. 

여름에 열릴 올림픽까지는 일본을 찾는 발길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문제는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지속될지 여부다. 단발적인 이벤트나 쇼핑에만 의존하지 않고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 것이다.

한편 일본이 이처럼 특정 국가의 관광객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된 데는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한국인 관광객의 급감이 배경에 자리한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17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558만 4천 600명으로 전년 대비 25.9%나 감소했다. 이같은 감소폭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2.0% 감소 이후 최대 감소율이다.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작년 7월 전년 동기 대비로 7.6% 감소한 이후 8월 48.0%, 9월 58.1%, 10월 65.5%, 11월 65.1%, 12월 63.6% 각각 감소했다. 작년 11월부터 감소세가 다소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60%대의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 중국과도 관계 악화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 수 급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한국인 관광객 감소세 속에서 높아져 가는 중국 의존도에 대한 경각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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