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겪던 일본 센토…거주 외국인의 ‘안식처’, 방일관광객의 ‘문화 체험’ 장소로

도쿄 메구로구 가쿠게이다이가쿠역 상점가에 위치한 센토 ‘치요노유’ (사진=최지희기자)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대중 목욕탕을 이용하는지에 대해 물으면 ‘정기적으로 찾는다’는 소수의 단골 이용객 말고는 ‘어릴 적 엄마 손에 끌려 간 이후로 가본 적 없다’는 반응이 많다. 일본에서도 온천 말고도 ‘센토(銭湯)’라고 불리는 대중 목욕탕이 과거에는 마을마다 하나씩은 있었지만, 근래에는 이용객이 눈에 띄게 줄면서 자취를 감추는 추세다.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사라져가는 센토를 살리고자 매력 알리기에 나서는 등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돼 왔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식어가던 센토에 새롭게 열기를 불어넣는 의외의 주역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일본에 장기간 거주하거나 관광차 방문하는 ‘외국인’들이다. 

도쿄 메구로(目黒)구 가쿠게이다이카쿠(学芸大学)역의 상점가 골목 끝에 호젓이 자리한 ‘치요노유(千代の湯)’는 2010년 새롭게 단장한 이래 지역 주민들의 휴게 공간이 되어 왔다. 하지만 초대형 스파 시설들이 전철로 몇 정거장 거리에 속속 등장하면서 치요노유를 찾는 발길은 단골 어르신 이외에는 점차 뜸해져 갔다.

‘치요노유’의 내부 모습  (사진=최지희기자)

그런데 최근에는 가쿠게이다이가쿠 역 인근을 중심으로 외국인 거주민들이 늘면서 치요노유가 다시금 활기를 띄고 있다. 18일 오후, 치요노유를 방문하자 입구에서부터 중국어가 들려왔다. 두 명의 중국인 여성 모두 인근에 집을 구해 거주하고 있지만 욕실 안에 욕조가 따로 없어 일주일에도 두세 번 이상 이곳을 방문한다고 했다. 

그들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피로가 싹 풀린다. 목욕 후 마시는 커피우유도 빼놓을 수 없다”며 단골임을 인증했다. 치요노유는 이들과 같은 외국인 손님이 늘면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병행 표기된 입욕 안내 포스터를 벽에 붙여 놓고 있다. ‘외국인 입욕객을 위한 안내 메뉴얼’도 상비중이다. 일본에 터를 잡아 학교 및 직장을 다니는 외국인들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센토가 이들의 몸과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욕탕 안에 붙은 안내문. 외국인 입욕객이 늘면서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이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뿐만이 아니다. 일본 전통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센토를 찾는 관광객들도 늘어났다. 특히 내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센토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도의 대중목욕탕조합에 따르면 센토 수는 헤이세이(平成)가 시작된 1898년에2천개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해 2006년 1천개, 2015년 12월 말 시점에 628개로 빠른 속도로 감소해왔다. 하지만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센토들이 다양한 언어로 홍보 및 서비스를 시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치요노유에서는 자동발매기를 통해 티켓을 산 후 카운터에 있는 주인에게 전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른은 460엔, 어린이는 180엔이다. (사진=최지희기자)

일본 정부 역시 일본 전통 문화를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센토에 주목하고 있다. 내각관방의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추진본부사무국’은 배리어프리(장애인 및 고령자 등의 활동에 장애를 없애는 것) 혹은 다국어 서비스를 실시하는 곳을 대상으로, 일본 문화와 매력을 발신하는 단체로 인증하는 ‘beyond2020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센토 이용 요금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많아봐야 500엔(한화 약 5,500원)을 넘지 않는다. ‘커피 한잔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일본 문화’인 셈이다. 존폐의 위기를 겪던 센토가 거주 외국인들에게는 안식처로,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매력적인 체험관광지로 발돋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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