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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 어떤 명함으로?
2017.07.31 | 최종 업데이트 2017.07.31 16:20 | 이승휴 기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함'세대의 대표주자격인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이 얼마 안 남았다. 최근 모임의 자리에서 우연히 합석하게 된 분이 심리컨설팅을 하시는 분이라 요즘은 어떤 강의를 주로 하는지 물었다. 대기업 임직원들이나 퇴직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과정과 대처방안에 대한 내용’을 주로 한다는 답이다.

강의에 앞서 어떤 두려움이 있는지 물었을 때 두 가지 유형의 답이 나온다고 말한다. 임직원들일 경우 평생 오더만 내리던 ‘오더인생’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내릴 오더가 없을 경우 황당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두려움이 클 거 같다고 말한다. 임직원이 아니고 한 직장에서 쭉 회사원으로 출발해서 퇴직하는 회사원일 경우 늘 나눠주던 명함을 더 이상 나눠줄 수 없는 것이 제일로 허전할 거 같다고 말한단다.

두 부류 중 실제로 다수를 차지할 명함인생 퇴직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보자. 누구나 겪게 될 ‘퇴직’이 주는 두려움이 생각보다 훨씬 크게 작용한다. 정년퇴직이라 함은 ‘사회로부터 내가 더 이상 쓸모 있는 존재가 아닌 불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다. 고령화 시대에 60이란 숫자는 예전 노인처럼 ‘이제 자식 부양을 받으며 쉴 수 있는 연령대가 아니기’도 하고 몸도 마음도 ‘아직 중년일 뿐 노년이 아니’란 생각에 받아들일 자세가 전혀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퇴직 이후에는 ‘백수 아무개 하고 하나씩 명함 박아서 나눠주면 되지’ 라고 했지만 곧 닥칠 미래들이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요즘에야 사람 만나 연락처 주고받으면 되지만 직장인들은 꼭 명함을 주고받는 것이 처음 만나는 사람간의 예의였다. 받은 명함을 꽂아놓는 명함첩이 중요자산이던 시절도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기소개를 작은 종이 한 장으로 할 수 있는 편리함이 명함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소속 직장, 직위, 주소, 이메일, 전화번호, fax 번호까지 상대방의 가장 기본적인 신상이 고스란히 적혀있어 일적인 차원에서 요긴하게 쓰임을 갖는 것이 명함이었다.

명함 한 장의 뿌듯함이 있었다. 여자들의 경우 결혼 후 직장생활 하다 육아로 인해 집에 있으면 자신의 이름으로 불릴 경우가 별로 없다. 누구 엄마, 누구 아내, 누구 며느리로 살다 재취업 하면서 자신의 이름이 딱 박힌 명함을 받아들면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 다시 살아간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명함을 얼마나 뿌리냐에 따라 자신의 실적과 비례하는 직장인이 영업직이었다. 받아두었다가 생각나면 명함첩 보고 연락 오는 사례가 많았던 시절이 명함시대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아날로그적이지만 추억이고 소속감이고 연대감이기도 하다.

명함만 봐도 회사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대기업 일수록 회사마크와 직위 이름 등이 딱딱하게 박혀있으며 광고회사나 출판사, 홍보기획 쪽으로 갈수록 세련되고 심플한 디자인이 새겨져 있어 젊은 감각을 뽐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복고풍이 유행이라 그런지 요즘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미지 명함 만들기가 유행이란다. “자신에게 딱 맞는 이미지를 선택해 이름을 새겨 넣고 주고받는 문화, 아직 직장인이 아니지만 스스로 곧 다가올 자신의 직장에 대한 준비과정이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도 돼서 하나 만들게 되었다.”고 K양(23, 파주시)은 말한다. 쉽게 명함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나라처럼 호칭이 어려운 나라도 없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알기 전에는 뭐라고 불러야 할지 참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식당에 가서도 메뉴를 주문하려면 ‘이모, 사장님, 언니, 여기요’ 등등 다양한 호칭이 식당 내부에서 부딪치기 일쑤다. 그러니 처음 만나 인사 나눌 때 어색한 분위기와 침묵을 한방에 무너뜨릴 수 있는 매개체가 명함 한 장으로 바뀔 수 있었으니 참 고마운 존재였다.

그렇게 명함 한 장으로 회사생활을 통해 관계를 맺고, 일을 하고, 승진을 해서 가족생계를 유지해주던 조직에서 퇴직을 하게 되어 이제 더 이상 명함으로 나를 대변할 수 없을 때 느껴지는 허탈감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을 것이다.

예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평생직장이었던 은행에서 명퇴 당하자 아버지에게 감사패를 전달해 주던 장면이었다. 남편이나 아버지가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는 날 ‘가족명함’을 만들고 감사장을 만들어 전달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족주식회사 대표 아무개’라고 찍어 퇴직 이후 지인들 만나면 나눠주라 드리고 ‘평생 동안 가족을 위해 고생 많으셨으니 천천히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새롭게 시작하라’는 응원을 적은 감사장을 받는다면 뻥 뚫린 상실감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베이비 붐 세대의 고령화는 개인문제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현명하게 대처해야할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명함 한 장으로 대변할 수 있는 낀 세대의 대표주자격인 ‘베이비 붐 세대’들은 퇴직 후 제2인생‘을 서서히 준비해 스스로 두 번째 명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세대다.

이승휴 기자  tmdgbtkfk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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