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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기업' 오명 쓴 덴츠(電通)는 어떤 기업일까?
'살인기업' 오명 쓴 덴츠(電通)는 어떤 기업일까?
화려한 광고계의 이면에 감춰진 군국주의 업무 방식
  • 이준 기자
  • 승인 2016.10.21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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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5일 일본 최대 광고기업 덴츠의 신입사원이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의 이름은 다카하시 마츠리. 사건 발생당시의 나이는 24세였다. 동경대를 졸업하고 덴츠에 입사한 지 8개월여 만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인터넷 광고 부서에서 자동차보험 등의 광고를 담당했던 그는 수습기간이 끝난 지난해 10월부터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렸다. 휴일 근무는 물론 밤을 새는 일도 허다했다.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의 잔업시간은 무려 130시간에 달했다. 그러나 잔업시간 70시간 이내라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근무보고서에는 '69.9시간'이라고 적어 제출했다. 

그녀가 생전에 남긴 SNS에는 살인적인 회사업무에 대한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자고 싶다는 것 외의 감정을 잃었다"

"벌써 (새벽) 4시다. 몸이 떨린다. 더 이상은 무리"

매일 다음 날이 오는게 무서워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토로하던 그녀는 결국 그해 크리스마스 날 아침 사원 기숙사 4층에서 몸을 던지고 말았다

다카하시가 처했던 살인적 근무환경은 어머니가 산업재해(이하 산재)신청을 하면서 드러났다. 과로로 인한 덴츠 직원의 사망은 비단 이번 일 뿐만이 아니다. 3년전인 2013년 6월에도 당시 30세의 한 남성 직원이 돌연사해 노동당국으로부터 '산재에 의한 과로사'로 인정받은 바있다.

이와 같은 일로 인해 '악덕 노동착취 기업'·'살인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덴츠(電通), 과연 어떤 기업일까?

덴츠는 일본 최대 광고기업으로 TV나 신문 등 광고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업계의 걸리버다. 매출 기준으로 세계 1위인 WPP 그룹에 뒤쳐지지만, WPP는 여러 회사로 형성된 그룹인 반면 덴츠는 하나의 법인으로 단일회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미국의 광고업계는 광고를 수주하는 미디어측의 대리인(미디어렙)과 광고를 발주하는 광고주측의 대리인(에이전시)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어 쌍방이 협상하는 형태로 광고계약이 체결되는 형태인 반면, 일본의 경우 덴츠와 같은 기업이 렙과 에이전시를 병행하면서 미디어와 광고주간의 중개역할을 수행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광고기업들을 광고대리점(에이전시)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광고주들의 입김이 강한 업계의 관행 때문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덴츠는 일본 대학생들의 입사선호도에서 수위를 다투는 매우 화려한 이미지의 기업이지만, 그 설립은 2차대전 전시의 일본 군국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이 시작되기 전의 메이지시대(1868년~1912년) 일본은 문호의 개방과 함께 신문과 잡지 등 현대적인 언론 매체의 창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이들 매체의 광고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에 비례해 광고대리점도 늘어나기 시작한 시기였다.

하지만, 일본의 정당정치가 무너지고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군국주의 체제에 돌입하면서 언론 등 미디어의 암흑기가 도래하게 된다.

권력을 장악한 군부는 일본의 언론 매체 등에 대해 강력한 통제에 나서게 되는데 그 첫번째 대상이 바로 통신사였던 일본전보통신사(日本電報通信社)였다.

일본전보통신사는 기자였던 미쓰나가 호시로가 세운 전보통신사(電報通信社)와 광고부문 자회사였던 일본광고(日本廣告)가 1907년 통합돼 설립된 당시 일본최대 민간통신사였다.

언론 장악에 나선 군부는 1936년 일본전보통신사와 신문연합사(교도)의 뉴스 서비스부문을 통폐합해 국책 통신사인 동맹통신사를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일본의 통신사는 유일하게 동맹만 남게 되어 정부의 나팔수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일본전보통신사와 신문연합사의 광고서비스 부문은 덴츠(電通)로 통합해 동맹통신사 산하의 국책 광고대리점이 되었고 이것이 바로 덴츠의 전신이다.

패전과 함께 동맹통신사는 해체되고 경제보도부문은 시사통신사, 일반보도부문은 교도통신사, 광고대행업무는 덴츠로 새롭게 출발했다. 덴츠의 대주주가 시사통신과 교도통신인 이유는 바로 이러한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당초 국책통신사 설립에 극렬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덴츠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로 인해 일본의 거의 모든 광고를 수주하며 사실상 독과점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종전 이후에도 이미 독과점 상태이었으니 덴츠의 영향력이 막강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덴츠에는 '귀십칙(鬼十則)이라는 십계명(사훈)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일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2. 일은 먼저 선수를 치는것으로 수동적인 자세로 하는 것이 아니다.

3. 큰 일에 부딪쳐라, 작은 일은 자신을 작게 만든다.

4. 어려운 일을 노려라, 그리고 그것을 달성해야 발전이 있다.

5. 파고든 일이라면 완수 할 때까지는 죽어도 포기하지 마라.

6. 주위 사람들을 이끌어라, 이끄는 것과 끌려다니는 것은 오랜 시간뒤에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를 가져온다.

7. 계획을 가져라, 장기적인 계획이 있다면 인내하고 궁리하라, 그리하면 올바른 노력과 희망이 뒤따른다.

8. 자신을 가져라, 자신이 없으면 자기가 하는 일에 박력도 끈기도, 그리고 깊이도 없게 된다.

9. 늘 머리를 회전시켜 모든 방면에 신경을 쓰고 한치의 틈도 있어서는 안된다. 서비스는 그런 것이다.

10. 마찰을 두려워하지 말라, 마찰은 진보의 어머니, 적극성의 비료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비굴하고 미련한 사람이 된다.

이 십계명은 전후 오랜기간 덴츠의 사장을 역임한 요시다 히데오씨가 만든 것인데, '광고가게'라고 멸시를 당하던 당시, '광고업'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종사자들은 어떻게 해야하는가라는 고민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그러한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조직(덴츠)을 위해 목숨까지 버려야 했던 군국주의 시대의 망령만이 떠도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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