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자 회의 생전퇴위방안 내년 봄 제시 예정”

아키히토(明仁·82) 일왕이 지난 8월 8일 NHK 등이 방송한 사전녹화 영상에서 생전퇴위와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 NHK)

1945년 8얼 15일 일본열도의 일본인들은 ‘옥음 방송’을 들으며 큰 충격을 받았다.

“짐은 세계의 대세와 제국의 현 상황을 감안하여 비상조치로써 시국을 수습코자 충량한 너희 신민에게 고한다. 짐은 제국 정부로부터 하여금 미국, 영국, 중국, 소련 4개국에 그 공동선언을 수락한다는 뜻을 통고하도록 하였다.”

바로 히로히토 일본 천황의 항복 방송이다. 일본 천황은 일본, 그 자체이자 상징이다. 하지만 그 날만큼은 자신들이 알던 천황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청천벽력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천황의 지위는 메이지 천황의 총애를 받았던 이토 히로부미가 1889년에 만든 ‘대일본제국헌법’에서 비롯됐다. 이 헌법은 근대 일본 천황제를 최종 확립했다. 헌법 제1장 제17조에서는 천황의 권력을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통치한다’, ‘천황은 신성불가침하다’, ‘천황은 국가의 원수로서 통치권을 독점한다’ 등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은 천황 지위의 변경을 초래했다. 종전 후 제정된 일본국 헌법은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고,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며, 이 지위는 주권을 가진 일본 국민의 총의에 기초한다”고 규정했다. 헌법상 지위는 변경됐지만 일본 천황은 아직도 일본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존재다.

일본 유식자회의는 아키히토(明仁) 천황의 생전 퇴위 방안을 내년 봄께 제시할 계획이라고 NHK가 18일 보도했다.

일본 유식자 회의는 아키히토 일왕이 지난 8월 의향을 밝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생전퇴위를 준비하기 위해 새로 설치한 기구를 말한다. 정식 명칭은 '일왕의 공무 부담 경감 등에 관한 유식자회의'이다.

방송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퇴위 문제 등에 검토하는 일본 정부의 유식자회의는 전날 첫 회합을 개최하고 헌법과 왕실 등 전문가로부터 일왕의 퇴위와 공무 방식, 부담 경감책 등 7개 항에 관해 의견을 청취할 방침을 확인했다. 유식자회의는 이르면 내년 초 생전퇴위에 관한 논점을 정리한 다음 내년 봄에는 제언을 확정할 수 있도록 검토를 본격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 근대화의 상징인 메이지 유신을 단행한 메이지 천황, 20세기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히로히토 천황, 그리고 평화시대에 생전 퇴위를 준비 중인 아키히토 천황을 지켜보니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천황제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아키히토 천황의 생전 퇴위가 아름답게 진행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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