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앞에 기 죽는 시장…활성방안은?

모두가 지독한 폭염이라고 입을 모았던 여름이 지나가고 민족대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유독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전국의 전통시장 상인들에겐 고된 여름으로 지쳐갈 무렵 다가온 추석대목이 반가울 법도 하지만, 과거와 달리 차례를 지내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명절특수도 옛말이 된지 오래다.

올해도 역시 통계청 등 물가관련 기관에서는 백화점 및 마트와 전통시장 평균물가를 비교했다. 한국물가협회가 서울·인천·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전국 6대 도시 전통시장 8곳의 과일·견과·나물 같은 차례 용품 29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 추석 차례상 비용은 평균 21만 6050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20만1190원) 보다 7.4%(1만4860원) 오른 수치다. 이례없는 폭염에 과일과 채소류 가격이 오른 탓이다.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백화점 등과 비교해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뜸하기만 하다.

"그나마 명절에라도 활기차던 시장이 조용해~"
 

지난 1일 기자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망원시장에 들린 적이 있다. 당시 먹거리 장터를 구경 중 "찜통더위에 장사는 커녕 한 달에 얼음 값만 200만원이 넘었다. 더워 죽겠지만 우리는 장사가 안되서 죽겠어. 추석대목에나 매출이 오를까"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던 한 상점 주인이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메르스 때만큼이나 장사가 안된 상인은 추석대목에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른 가게의 사정도 마찬가지. 이들은 한 달에 얼음 값이 200만원이 넘는 폭염에 적자만 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올해는 소비자들이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는 설이나 추석 등 명절때마다 언급되는 이야기가 된지 오래. 명절이 지나면 정부의 관심은 자취를 감추기 일쑤다. 정부와 대기업의 상생방안, 온누리상품권 확대 등 내수활성화 해결책도 늘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실질적으로 장을 보는 주부들 역시 저렴한 가격에 명절 장보기를 마칠 수 있다는 것이 전통시장만의 매력이지만 한꺼번에 장을 봐야 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마트를 찾는다고 말한다. 평균적으로 살림과 육아를 도맡아 하는 주부 입장에서는 평소에 시장을 방문하려면 오히려 시간과 체력이 더 소모된다는 것이 이유다.
 
이날 망원시장을 찾은 주부 김지혜(여·39) 씨는 "아무래도 평소에 장을 볼 때에는 마트를 더 찾는 편"이라며 "아이를 키우는 주부 입장에서는 시장을 찾는 것보단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마트에서 빠르고 편리하게 장을 보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온누리상품권
시장 활성화, 정부 및 기업 등 상생노력 이어져야
 
일각에선 전통시장과 마트를 비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기업의 유통흐름과 전통시장 자영업자의 생계형 유통과는 큰 차이가 있기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정부와 중기유관기관 등은 전통시장 소상공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와 매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 이용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금융지원위원회'를 개최해 추석 특별자금 대출, 보증 등 명절전후(8월16일~9월30일)에 24조9000억원을 중소기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추석명절 기간 '한가위 전통시장 그랜드세일'도 이달 14일까지 200여개 시장에서 실시 중이다. 이달 열릴 국내 최대 쇼핑관광축제 '코리아 세일 페스타(9월29일~10월31일)'에도 400여개 전통시장이 동참, 전국 각 지역별로 쇼핑과 문화가 결합된 다채로운 행사와 특색 있는 이벤트로 개최된다.
 
온누리상품권의 구매 한도도 늘렸다. 저변확산을 위해 전국상인연합회 등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개인할인(5%) 한도를 기존 월 30만원에서 월 50만원까지 확대했다. 상품권 취급도 대폭 늘려 전국 13개 은행 6600여 개 지점에서 구매가 가능토록 했다.
 
추석대목이 지난 후에도 전통시장 내수활성화 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민들의 발걸음이 절실한 상황.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불편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주차 공간 미비와 배달 서비스다. 시장을 찾는 고객보다 마트를 찾는 고객이 느는 이유 역시 대형 유통업계가 시장의 이같은 취약점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주차 보완 문제의 경우에는 구청과 경찰서와의 논의를 거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주차 공간 마련'에 관한 건의안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은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주변에 주차 공간을 확보하려면 억대의 견적을 투자해야 하는데 좁은 시장 상권 이용만을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유다.
 
국회, 외국인 관광객↑…시장 내 면세점 유치 개정안 발의
 

한편 국회에서도 시장상권을 위한 개정안을 내 놓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전통시장에 중소면세점을 설치할 수 있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면세점 특허 평가 기준에 외국인 관광객 유치실적과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추가해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면세점을 유치할 때 가중치를 주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매년 증가하지만 단체 관광객 대부분이 대형 면세점과 백화점만 찾고 있다"며 "전통시장에도 중·소규모 면세점을 설치해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지역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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