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식당의 인기 비결은?

츠키지시장은 올해 11월 도요스로 이전하지만 장외시장은 그대로 유지된다./김정욱 특파원

에도 시대부터 도쿄의 식품을 담당해오던 니혼바시 어시장이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파괴된 것을 계기로 스미다 강의 수운과 시오도메역의 철도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던 옛 외국인 거류지며 해군성의 땅을 임차해서 자리잡은 것이 지금의 츠키지 시장이다.

당시 어시장 운송의 메인 역할은 철도가 담당했기 때문에 물류중심 설계로 지금의 부채꼴 모양으로 건설됐으나 이후 트럭의 운송비율이 점차 증가하면서 1987년을 마지막으로 열차운행이 종료됐다.

이후 좁은 부지에서 트럭과 화물운반용 소형차 “타레”가 오가며 관광객들과 접촉사고 등이 발생하는 등 물류적 관점에서 문제도 발생했으며 시설도 노후 됐다.

올해 11월 6일 개장 예정인 도요스 어시장 조감도

새로 건설될 도요스시장은 신선도 유지를 위한 완벽한 냉장시설 때문에 제조공장모습으로 건설돼 서 관광객들도 지정된 통로를 이용해 시장을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존의 츠키지 시장이 완전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외시장으로 불리는 시장 밖의 상점들과 초밥 집들은 그대로 유지된다.

관광객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선한 생선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초밥 집에 줄 서있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지난주 취재를 위해 찾은 스키지 시장에선 아침 일찍 긴자, 히비야에서 마주치는 상인들을 모두 만났다. 신선한 생선을 싣고 거래처로 떠나는 이들을 츠키지시장에서 보니 더욱 반가웠다.

이처럼 츠키지시장은 긴자와 1Km 거리로 신바시, 히비야 등 전통 있고 유명한 가게들로 그때그때 직송된다. 실제 츠키지 시장 외각에서 “삐끼”들이 호객하는 집들과 신바시나 히비야의 단골집 가격을 비교해도 후자가 훨씬 저렴하고 맛있다.

츠키지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스시를 먹기 위해 가게앞에 줄서 있다./김정욱 특파원

100년 전통의 에도가와식당

1912년 창업한 에도가와식당을 들어섰을 때 노년의 시장 상인들이 낮술을 즐기고 있었다. 양쪽 초밥집들이 관광객들로 길게 줄 선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가게의 영업시간이 오전5시부터 오후1시까지라 시장상인들을 위한 밥집느낌이 들었다. 올해 4대째인 오너가족들이 손님들을 대하는 모습에는 따뜻한 인정이 넘쳤다.

이 집의 대표메뉴인 대구조림을 시키니 달착지근한 조림간장과 입에서 녹는 대구속살의 느낌이 일품이다. 4대째 만들었다는 느낌을 확 받는다. 곁들여 나오는 미소시루(된장국)는 진하고 매콤해서 한국인들에게도 맞는다.

새벽일에 지친 시장상인들에게 하루의 피곤을 씻겨주는 깊고 얼큰한 국물 맛이다. 식사를 마치자 처음 본 이방인에게 일본식 오이 절임을 건네는 안주인의 상냥함에 다시 한번 감동한다. 아들만 4형제를 둔 안주인은 남편을 “마스터”라 부르며 집안 얘기를 해주신다.

출산을 마치고 마스터를 도와 이곳에서 30년째 일하고 있으며 “에도가와식당”은 11월에 신규 오픈 하는 도요스 어시장으로 이전을 한다며 현재 3남이 가게 일을 돕고 있으나 5대 주인이 될지는 미지수라며 웃으신다.

어느새 옆에서 낮술 하던 시장 상인들과도 자연스레 인사가 오고 갔다. 이런 분위기가 일본 식당의 bar 문화의 특징인 것 같다. 주인을 매개로 자연스레 손님들이 얘기할 수 있는 공간. 한국의 지인들이 온다면 꼭 안내하고 싶은 소박하며 일본스러운 식당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런 분위기 있는 술집에서 석양을 보며 술 한잔 못하는 것이다.

에도가와식당 외관 모습/김정욱 특파원

대표 메뉴 "대구조림"/김정욱 특파원

이노우에 중화소바

1966년 창업한 이곳 메뉴는 “중화소바” 한가지뿐이다. 시원한 돼지 뼈 육수에 두툼한 차슈(삶은 돼지고기 토핑)가 풍성하게 올라온 것이 특징으로 앉아서 먹는 좌석은 없고 서서 먹는 입식이다.

사람이 많을 때는 도로 찻길 가에 테이블을 놓고 먹을 정도며 일 평균 600그릇, 많이 팔릴 때는 하루 1400여 그릇이 팔린다고 한다. 필자가 10여번째 줄을 섰으나 5분도 안돼 차례가 돌아오는 “시스템”을 갖춘 식당이다.

카드는 안되며 쉴새 없이 돈만 받는 사람이 따로 있는 서울의 하동관을 연상케 한다. 보통의 한국인들에게 돼지 뼈 육수는 느끼한 인상을 주는데 비해 이 집 육수는 시원하고 담백하다. 듬뿍 들어간 죽순의 식감도 라면 맛을 더한다.

다만 두툼하게 4장씩이나 들어간 돼지고기가 다소 부담이 갈수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로 북적 이는 생동감을 느끼며 서서 먹는 라면은 도쿄문화의 노른자를 삼키는 즐거움이다.

 

이노우에는 "중화소바"단품만 취급하고 있다./김정욱 특파원

키츠네야 곱창덮밥

이노우에(라면집) 오른쪽으로 츠키지의 명물 가게가 또 하나 있다. 일본식 된장에 조려낸 곱창덮밥 집으로 1947년 창업했다. 곱창과 내장, 곤약을 넣고 핫쵸된장으로 끓여냈다. 핫쵸된장이란 아이치현에서 생산되는 빨간 된장으로 일반 된장에 비해 염분이 적다.

일본 요리들 대부분이 달착지근한 것에 비해 키츠네야 곱창은 은은한 맛이 난 후 입안을 떠날 때쯤 곱창의 고소한 향이 느껴진다. 대표메뉴는 ホルモン丼(호르몬동/곱창덮밥)으로 생 계란이나 반숙계란을 주문 후 투하해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는 일본 양념인 시치미(일본식 고춧가루로 7가지 재료가 들어감)를 넣어 함께 비벼먹으면 더욱 맛있다.

키츠네야에서 주문을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김정욱 특파원

키츠네야 대표 메뉴인 곱창덮밥/김정욱 특파원 

스시잔마이 본점

해마다 1월 4일이나 5일이면 츠키지시장 첫 경매일에 최고급 참치를 낙찰받는 것으로 유명해진 스시잔마이 기무라 사장은 2013년 15억에 낙찰을 받은 적도 있지만 낙찰 받은 참치는 각 점에서 정상가격에 판매된다. 파일럿이 꿈인 기무라 사장은 자위대에 입대해 꿈을 키우지만 시력 이상으로 제대하게 된다.

여러 과정을 거쳐 츠키지시장에 첫 스시집을 내고 일본 최초로 “24시간 영업”을 시작하며 언론에 등장하기도 한다. 블로거들에게 인기 있으며 가성비 높은 긴자의 “미도리 스시”를 외국인 관광객들이나 지방에서 올라온 관광객들이 선호하지만 도쿄사람들은 스시잔마이를 추천한다.

스시잔마이 본점앞 사장의 인형앞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욱 특파원

요시노야1호 점

일본여행을 가면 한번쯤 먹어본 일본 국민메뉴 규동(덮밥)전문점 “요시노야”가 있다. 1899년 도쿄 니혼바시에서 창업한 소고기덮밥 전문점으로 2013년 기준으로 일본에 1,192개 점포, 해외(9개국) 604점포로 “스키야”에 이어 일본 내2위다. 요시노야 1호 점은 니혼바시에서 스키지 시장으로 이전한 어시장 때문에 현재 스키지가 1호 점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유락초점은 전국매출 1위 매장으로 하루 평균 3,000그릇이 팔리기때문에 숙련도 높은 직원들을 집중 배치했다. 손님이 없는 밤시간 활용을 위해 2013년 실험적으로 만든 “간다 점”은 2층 플로어를 저녁부터 밤시간만 "吉呑み(요시노미)"로 꾸며 선술집으로 운영해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야간매출이 40% 증가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가고 있다.

시내 곳곳에 있는 요시노야를 보며 수없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대한민국의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이 같은 노포 프랜차이즈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츠키지시장에 있는 규동 프랜차이즈"요시노야1호점"/김정욱 특파원

100년이 넘는 노포 "에도가와식당"은 단품이 아닌 다양한 요리를 판매하지만 싱싱한 생선 재료를 판매하기 보다는 주인의 따뜻한 인정을 주고받는 느낌에 100년 쌓인 맛의 데이터는 "덤"이란 생각이 들었다.

6~70년 된 소바집과 곱창덮밥 집은 노점 형태로 판매량이 너무 많아 손님과 직원이 눈조차 마주치기 힘들었다.이들 가게의 특징은 "선택과 집중"의 메뉴였다. 어시장에서 의외로 라면집과 곱창집이 성공하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케이스다.

스시잔마이의 경우 전통적 일본 상술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마케팅과 외부인들의 편이를 고려한 24시간 영업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요즘은 어느 나라를 가도 할인마트가 발달해 지역 색이 떨어지지만 역시 재래시장을 찾아 고유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맛있는 음식도 시식하며 100여 년 넘게 유지해오는 비결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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