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나이언틱랩스' 지분율 낮고, 수익분배율 불투명

<디자인=김승종 기자>

'포켓몬고' 열풍으로 닌텐도 전용게임기 매출 하락 불가피

'포켓몬고'의 인기가 실로 무섭다. 국내에서는 아직 출시조차 되지 않은 게임을 하기 위해 유일하게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속초로 발길을 재촉하는 게이머들이 끊이질 않고, 국내의 '포켓몬고' 다운로드 횟수는 이미 100만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포켓몬 잡다가 사람 잡을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포켓몬고'에 열중한 사람들의 위험천만한 행동들도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이용자가 호수 위에 비친 포켓몬을 잡는다며 추락방지용 난간위에 올라서는 가 하면, 보행신호가 떨어지기도 전에 포켓몬을 잡으려고 무단횡단을 하거나, 운전 중에도 포켓몬 게임에 빠져들어 전방을 주시하기 보단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못하는 등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는 등이다.

비단 한국 뿐만 아니다. 7월 6일 선행 출시된 미국에서는 포켓몬 찾기에 열중해 타인의 부지에 들어가거나, 이동 중에 넘어져서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와이오밍 리버튼이라는 마을에서는 19세의 여성이 포켓몬을 찾던 도중 진짜 시체를 발견했다는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다.

통계 숫자로도 '포켓몬고'의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5%이상이 이미 이 앱을 설치했으며 계속이용율도 60%를 넘는다고 한다. 또한 1인당 이용시간이 무려 43분 23초에 달해 스마트 폰 전체 앱 중 SNS를 포함하여 현재 최장시간을 기록 중이다. 

이쯤되면 일개 게임이 전세계적인 사회현상을 몰고 온 셈이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적인 측면에서는 어떨까.

'포켓몬고'는 무료서비스다. 누구나 앱을 다운로드 받아 자신의 주변에 살고있는 몬스터를 포획하는 게임으로 다른 플레이어들과도 교류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포켓몬고'는 몬스터를 잡는데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게임내에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미국내에서의 아이템 판매수익은 현재 하루 약 160만달러로 추정된다. 이 때문일까 닌텐도의 주가는 7월 6일 종가 1만 4380엔이던 것이 18일 10시 현재 2만 7780엔을 기록중이다. 불과 7 거래일만에 거의 100%에 달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급격한 주가 상승도 거의 초반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직 세계 최대의 게임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내에서의 포켓몬의 인기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출시만 되면 '포켓몬고'가 인기 게임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포켓몬고'의 글로벌 매출이 얼마나 늘어날 지는 차치하고라도, '포켓몬고'의 매출이 닌텐도에 어느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왜냐하면, '포켓몬고'를 개발·판매하고 있는 것은 구글로부터 독립한 미국 벤처기업인 '나이언틱 랩스(Niantic Labs)'라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10년 구글 사내 벤처 중 하나인 증강현실 게임 개발스튜디오로 출범, 구글 지도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해 왔고, '포켓몬고' 개발 이전에도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현실 세계를 실제로 돌아다니며 영역을 확장하는 게임인 '인그레스(Ingress)'로 인기를 모은 업체이기도 하다.

나이언틱랩스는 지난해 구글에서 분사해 독립 회사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구글은 “나이언틱랩스가 독립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독립 회사로 나서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투자자와 파트너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글은 나이언틱랩스가 분사한 직후 3000만 달러(약 364억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닌텐도는 이 회사의 주식을 부분적으로 밖에는 소유하고 있지 않다. 또한 '포켓몬고'와 관련된 수익을 어떻게 분배할지에 관해서도 나이언틱랩스는 밝히고 있지 않다. 참고로, 닌텐도는 포켓몬 캐릭터를 관리하는 포켓몬컴퍼니에 대해서도 32%의 지분밖에는 소유하고 있지 않다. 

미국 인터넷 신문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 스토어에서의 '포켓몬고' 매출 이익 구조는 애플(30%), 나이언틱랩스(30%), 포켓몬컴퍼니(30%), 닌텐도(10%)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에 구글플레이도 이같은 이익분배 구조라면 '포켓몬고'의 인기가 높아질 수록 최소한 30%의 이익을 취할 것으로 보이는 구글이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켓몬고'가 닌텐도의 실적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적어도 매출면에서는 힘들어 보인다. 그 이유는 닌텐도는 연매출 2조엔에 육박하는 전용 게임기 판매회사이기 때문이다.

전용 게임기 분야의 절대강자인 닌텐도는 스마트폰 게임 시대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이와타 사토루 前닌텐도 사장은 "스마트장치에는 물리적인 버튼이 없어 '슈퍼마리오'등을 즐기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에 대응하기 어려운 '혁신의 딜레마'에 빠진 닌텐도가 선택한 것은 M&A다. 9조엔에 육박하는 내부유보금을 활용해 전세계 게임 개발회사의 인수나 지분 투자를 통해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뛰어들어 탄생한 것이 '포켓몬고'다.

하지만, 이번 '포켓몬고'를 둘러싼 이익 분배구조나 투자회사의 지분 구조를 볼때 닌텐도의 전략은 그다지 세련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말처럼 '포켓몬'의 지적 재산권을 보유한 닌텐도에게 '포켓몬고'는 속빈강정이 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포켓몬고'의 대히트가 올 가을 출시예정인 닌텐도의 전용게임기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되고 있지만, 오히려 '포켓몬고'라는 파괴적인 기술이 포켓몬 캐릭터를 사용하는 전용 게임기의 판매하락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포켓몬고'의 대박은 닌텐도에게 있어서는 양날의 검과 같다고도 볼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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