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형 창업모델

몇 번 언급했던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 장사의 신 '우노 다카시'씨는 5평짜리 가게로 시작해 도쿄 인근에만 20여 개가 넘는 가게를 갖고 있다. 그의 가게들은 규모가 있어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이 벤치마킹 하기에는 부담일수가 있다.

몇해 전 그의 아들에게 가게를 만들어준 사례를 통해 적은 돈으로 창업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자.

공병과 와인잔으로 만든 샹들리아 <사진=김정욱 특파원>

이 가게는 도쿄 번화가중 하나인 시부야에 위치해 있으나 중심부와는 거리가 멀다. 역에서 10분 이상 떨어져 있고 주변은 다소 썰렁하기 까지 하다. 하지만 가게를 도착하니 이미 만석, 빈자리가 한 테이블 있었으나 예약석이었다. 며칠이 지나 이른 시간에 다시 찾았다. 가게의 성격은 와인 바로 일찍 간 덕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배부른 상태에서 먹기 좋은 플레이트 추천 메뉴. 가격은 1천엔 <사진=김정욱 특파원>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이 봉투를 건넨다. 봉투 안에는 메뉴가 편지처럼 접혀 있다. 그리곤 기본 안주(자리 세)로 생햄이 나왔다. 보통의 이자카야에서 형식적으로 내주는 안주와는 격이 달랐다. 물론 가격은 약간 더 비쌌지만(일반적으로 300엔 내외지만 이곳은 500엔) 술꾼들은 생햄(하몽)과 술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 것이다.

편지봉투에 들어있던 메뉴 <사진=김정욱 특파원>

일단 생맥주로 목을 축이고 글라스 와인을 시켰다. 손님 앞에 잔을 놓고 거의 넘칠 만큼 따라주니 술꾼의 입가엔 미소가 넘친다. 사실은 일반 가게보다 잔이 작았다. 하지만 그런 건 관계없다. 손님을 즐겁게 해주는 센스가 돋보였다.

넘치기 직전까지 채워주는 글라스 와인 <사진=김정욱 특파원>

현금 5000만원 이하로 만든 가게라 꼼꼼히 따져보며 살폈다. 테이블은 직접 만들고 가게의 메인 역할을 하는 샹들리에는 빈 와인 병으로 만들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조명이다. 벽은 페인트칠도 안 해 시멘트가 훤히 보였으나 익살스럽고 섹시한 포스터로 어지럽게 도배해 눈이 정신 없이 돌아간다. 이 집에서 추천하는 메뉴는 벽에 손으로 써놔서 한국처럼 예쁘게 디자인한 인쇄된 메뉴판은 없다.

식재료와 손님의 눈을 즐겁게 해줄 소품들로 꾸민 bar <사진=김정욱 특파원>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물” 관리다. 여성 우대정책을 써서 고객의 3/2가 여성이다. 오너의 배짱이 돋보이는 마케팅이다. 필자의 머릿속엔 “여자가 마셔봤자 얼마나 마시겠어?”처럼 느꼈다. 이슬 같은 한국여성들이 가면 가게가 망할 수도 잊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일본의 무제한 마시기는 2시간 제한이지만 이 집은 여성고객에 한해 시간제한 없이 요리 8종류와 함께 무제한 술 마시기가 1인당 4천엔(약4만원)이다.

공사중인것 같은 벽에 꾸민 조명 소품 <사진=김정욱 특파원>

부담 없는 가격과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양쪽에서 들리는 여성고객들의 웃음소리를 안주 삼아 와인과 생맥주가 끊임없이 들어갔다. 비싼 인테리어와 좋은 입지보다는 고객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신의 손길이 가게 곳곳에서 느껴졌다.

[핵심 포인트]

- 부담없는 가격

- 여성 마케팅

- 가게 곳곳에 재미있는 요소 만들기

- 창업비용의 최소화

- 너무 허름해서 편안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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