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매뉴얼화 된 등교용품 눈길

일본은 매뉴얼 사회다. 5년 전 대지진 발생 때 관련 매뉴얼을 조사하던 중 시간이 흘러 굶어 죽는 노인이 발생해 당시 큰 이슈가 됐었다.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융통성” 없이 일어난 어이없는 일이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니“융통성 없는 매뉴얼사회”가 더 편할 때가 많다. 일본 사회에 정착하는 입장에서 행정절차를 밟을 일이 많은데 머릿속에 질문할 내용이나 궁금한 것을 준비하고 있으면 알아서 그런 세밀한 부분까지 순차적으로 안내해주는 세심함과 배려가 매뉴얼에 나와있기에 질문이 필요 없을 정도다.

이런 일본인의 매뉴얼화된 사회 생활은 어려서부터 시작된다. 등교길 가방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책가방 옆에 뭔가 주렁주렁 달린 모양이 군대의 완전군장 모양이다.

한국 초등학교에 비해 차별화된 점은 교복이 있는 사립학교를 제외하곤 모자가 유일한 교복 역할을 한다. 학교마다 색상이 틀리고 학교 로고가 새겨져 있다.

학교에 따라 하교 방향에 맞춰 리본을 부착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하교를 돕는 노인 봉사자들이 하교라인을 구별해 쉽게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학생들은 입학할 때 '란도셀'이라는 가죽 가방을 사는데 가격은 최소 30만원부터 시작된다.

1800년대 왕세자의 입학 축하선물에서 시작된 문화로 손자의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조부모들이 사주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6년 내내 사용하기 때문에 비싸다고 할 수만은 없다. 공개수업 때 학교를 가보면 100%가 '란도셀'을 메고 있다.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구매해 젊은 여성들이 패션으로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란도셀과 학교 모자, 입학시 나눠주는 호신용 경보기(가운데), 가방에 부착한 개인 위생용품들/김정욱 특파원

어깨에는 경보기를 부착해 수상한 사람이 나타나면 스위치를 잡아당겨 요란한 소리가 울리도록 설계돼 주의를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일종의 호신용품으로 입학 시 학교에서 최초 지급하고 이후부터는 개인이 구매한다.

허리에 두 개의 주머니를 차고 다니는데 하나는 식사 때 사용하는 테이블보와 마스크다.

배식을 받으면 책상 위에 테이블보를 깔고 그 위에 식사쟁반을 놓고 식사한다. 특히 배식 담당학생은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식사를 나눠줘야 한다.

다른 주머니에는 손수권과 티슈가 들어있다. 손수건 사이즈는 손바닥만한 작은 사이즈며 모든 학생들의 필수 소지품이다.

독감에 걸리면 학교 등교가 금지된다. 이는 학생뿐 아니라 어른들도 해당되는 사항이라 고열 발생시에는 진단서를 제출하고 출근을 하지 않는다.

어릴적부터 규격화 된 매뉴얼에 개인 위생용품 등을 자기가 소지하고 관리하는 습관은 성인이 돼서도 사회에 그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신입사원에게는 짝 다리로 서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안되는 등 기본 생활자체를 사진설명이 포함된 두툼한 매뉴얼로 나눠주는 것이 일본사회다.

따라서 성인으로서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직접 표현은 안 하지만 매뉴얼도 못 지키는 형편없는 사람으로 취급되며 혹시라도 지적을 당해도“몰랐어요”라는 대답은 통하지 않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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