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금융시장 패닉···주가 폭락·엔화가치 급등

주가부양·엔화 약세 유도 '아베노믹스' 물거품
日銀 구로다 총재 "유동성 공급 준비돼 있다" 

돈을 풀어 주가를 상승시키고 엔화 약세를 유도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아베노믹스가 '브렉시트'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가 전날 여론조사와는 달리 탈퇴를 결정함에 따라 일본의 주식시장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엔화는 한때 100엔대가 무너지는 지는 등 혼란한 모습을 연출했다.

24일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1286.33 (7.92%)하락한 1만4952.02로 마감했다. 연중 최저치를 갱신한 것은 물론 지난 2014년 10월 21일 이후 약 1년 8개월만에의 최저치다. 아베노믹스의 이전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엔화가치 절하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 24일 브렉시트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6.7% 폭락, 100엔대가 무너져 99.02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13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일본은행이 본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던 지난 2013년 4월과 비슷한 수준이 된 것이다. 

이에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연이어 시장 개입 가능성을 내비쳐 간신히 100엔대를 유지하는데 성공했지만 그 기세를 꺽기에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당연히 파운드와 유로화 였다. 파운드는 장중 엔화에 대해 15% 넘게 폭락하기도 했으며, 유로화 역시 엔화에 대해 한때 9% 이상 추락했다.

엔화가 주요 통화들에 대해 일제히 폭등함에 따라 일본의 수입물가가 하락하고 수출업체들의 채산성이 위협을 받는 등 물가와 성장에 강력한 충격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주요 시장금리들이 이미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일본은행의 추가 대응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일단 일본이 기댈 만한 곳은 주요국들과 힘을 합해 동시에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는 것이다. 일본은 최근 엔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의 눈치를 보느라 환시에 개입하지 못했지만 이번은 G7의 공동 대응을 요구하는 소위 시장 쇼크 상황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이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다른 국가 중앙은행들과 맺은 현행 스왑 계약을 활용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도 긴급 회견에서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은행에 가해지는 통화정책 완화 압박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행이 추후 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가 엔을 끌어내리기 보다는 오히려 강세를 부추기고 있는 만큼 채권 및 ETF 매입 규모 확대가 답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브렉시트 충격이 지속될 경우 '헬리콥터 머니' 와 같은 보다 공격적인 통화부양 정책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헬리콥터 머니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이 1960년대 제창한 이론으로 마치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것처럼 중앙은행이 국가의 재정투입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말한다. 구로다 총재는 그동안 이런 정책을 도입하는데 대해 현행법상 '불가능한' 선택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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