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처럼 차가운 M&A의 이면

<자료출처:영국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 디자인=김승종 기자>

세계 맥주시장에서 대규모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버드와이즈’ 등의 브랜드를 가진 세계최대 맥주회사 앤하이저 부시 인베브(이하 AB인베브, 벨기에)가 ‘밀러’ 등의 브랜드를 가진 세계 맥주시장 점유율 2위인 영국의 'SAB밀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양사가 통합되면 세계시장 점유율 30%을 차지하는 거대기업이 탄생하게 되는 것으로 세계의 맥주시장은 생존을 둘러싼 최종국면에 돌입하게 된다. 

이번 합병으로 거대기업으로 거듭나는 AB인베브는 각 나라의 독과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유럽에서는 일본의 아사히그룹 홀딩스와 이탈리아의 페로니 등 SAB 밀러 산하 맥주 계열사 4 개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에서는 SAB밀러가 보유하고 있던 화룬스노우맥주의 지분 49%를 16억달러에 매각한다. 하얼빈맥주, 버드와이저 브랜드를 통해 중국내에서 이미 20% 중반대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던 AB인베브가 SAB밀러를 인수하면 점유율이 50%에 육박하게 돼 반독점 심사를 통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SAB밀러를 품에 안는 AB인베브는 200개가 넘는 맥주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으며,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로는 버드와이저, 코로나, 스텔라, 호가든 등이 있다. 우리나라 맥주 카스도 AB인베브의 소유다. AB인베브는 자신들이 가진 맥주 브랜드를 Global, international, local champion 등 3가지로 분류한다. 기본적으로 Global브랜드에는 전 세계 공통적으로 잘 팔리는 브랜드, International은 각 대륙, 또는 몇몇 나라에서 잘 팔리는 브랜드들이고, Local champion은 한국의 카스와 같이 그 나라의 지역 브랜드들을 일컫는다.

AB인베브의 2015년 12월기의 연결매출은 436억 달러 (약 51조1000억), 영업 이익은 138억 달러 (약 16조1000억)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30%가 넘는다. SAB밀러와의 통합후 매출액은 단순 합산으로 약 86조3000억원에 달한다.

브라질 변방의 작은 맥주회사(Brahma)는 어떻게 불과 4반세기만에 세계 맥주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일각에서는 AB인베브의 이같은 급성장을 두고 "맥주회사라기 보다는 투자펀드"라는 야유섞인 목소리와 함께 '브라질의 골드만삭스'라고 비야냥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AB인베브는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해 M&A를 지렛대 삼아 인수대상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그 실적을 바탕으로 더욱 많은 자본을 조달해 수년단위로 더 큰 인수를 감행해 왔다.

인수 대상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철저한 비용절감과 능력 우선주위다.

2008년 엔하이저부시를 인수한 인베브는 '버드와이저'의 원료는 독일, 홉은 값싼 미국산으로 전환하는 등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비용절감에 노력했다. 10개로 분산되어 있던 원료 구입처도 2개사로 줄이고, 오래전부터 엔하이저부시와 계약하고 있던 업체들도 비용이 맞지 않으면 가차없이 잘라 버렸다. 이를 통해 연간 약 5500만달러를 비용절감효과를 본것으로 알려졌다.

'버드와이저' 이외에도 독일에서 미국으로 수입했던 '벡'도 비용절감을 이유로 미국 피츠버그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벡' 애호가들이 "맥주맛이 변했다"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고집을 꺽지 않았다.

비용절감을 위해 대규모 감원도 불사했다. 앤하이저부시 인수 후에는 전체 직원의 6%에 해당하는 직원 1400명을 해고했다. 기업 번영의 상징이던 20대의 개인 제트기 매각, 메이저리그 연간 회원권 폐지 등에 이어 호화 사무실 가구 등도 옥션으로 처분했다.

"비용은 자라나는 손톱 같은 것, 항상 잘라내지 않으면 안된다"가 이 회사의 슬로건인 것처럼 비용절감을 위한 '제로베이스 예산'을 꾸리는 것도 이 회사의 특징이다. '제로베이스 예산'이란 연간 예산을 전년 실적을 바탕으로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처음부터 쌓아 나가는 것이다. 교통비 및 통신비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검토를 거쳐서 반드시 비용을 인하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책정한다.

금욕적인 비용 절감 효과는 숫자에 여실히 드러난다. 엔하이저부시와 경영통합 직후인 2009년 12월의 23% 였던 영업이익률이 2015년 4분기에는 32%까지 수직상승했다. 벌어들인 현금은 M&A 등 을 통해 자본효율을 높여 ROE (자기 자본이익률)도 같은 기간 14%에서 18%로 늘어났다.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또 하나의 기둥은 실력주의에 바탕을 둔 조직운영이다. 예를 들어, 보너스 금액은 수치 목표에 대한 달성도에 달려있다. 그 폭은 2~10 배 정도로 미달이라면 제로다. 목표에 미달된 직원은 상사로부터 경고를 받고, 경고가 3회 누적되면 실질적으로 해고가 통보된다. 성과가 낮은 하위 10%를 항상 교체하는 것이 회사의 규칙이다. 'All or Nothing. 달성하면 그만큼 보상된다는 철저한 실력주의가 바탕인 셈이다.

AB인베브는 인수한 회사에 대해서도 이같은 기업문화를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인수 이후에는 유능한 인재만이 남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의 원리 원칙을 잘 따라가는 적자생존의 시스템인 셈이다.

"아무도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자신의 실력과 결과가 정당하게 평가되는 점에서 최고의 회사"라고 대부분의 AB인베브 직원들은 말한다.

이같은 철처한 비용절감 노력, 우수한 인재채용, 능력 우선주위, 일관된 자본논리에 근거한 AB인베브의 경영은 지난 20여년간 맥주업계의 판도를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AB인베브가 탄생하기 이전까지는 전세계 맥주 상위 10개사의 영업이익은 19억달러(2조2000억)수준이 었던 앤하이저 부시가 두각을 나타낼 정도로 글로벌 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현재는 연간 138억달러(16조1000억)을 벌어들이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SAB밀러와의 통합이 완료되면 매년 30조에 육박하는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방의 작은 맥주회사가 불과 4반세기만에 이미 게임의 룰을 만드는 존재로 다가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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