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가격 안정화에도 높아만 지는 생리대 가격
90% 이상의 배당률, 웃는 주주와 우는 소비자

<디자인=김승종기자·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13년 연속 ‘한국에서 존경받는 기업’에 선정됐던 유한킴벌리가 더 이상 그 명맥을 이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생리대 가격 인상 소식을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은데다 ‘친환경 기업’, ‘일하기 좋은 기업’ 등으로 포장됐던 그들의 행태가 낱낱이 파헤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재료 가격 안정화에도 높아만 지는 생리대 가격

지난 3일 유한킴벌리 측은 성명서를 통해 “생리대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올 하반기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한 중저가 생리대를 출시하고,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해 생리대 150만패드를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신제품인 ‘좋은느낌-매직쿠션’의 경우 프리미엄 소재를 사용했으며 신기술이 적용돼 7.5% 인상해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유한킴벌리의 발표에 업계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 5월 말 유한킴벌리 측이 ‘좋은느낌’, ‘코텍스 오버나이트’ 제품 가격을 평균 8.2% 인상할 계획이란 것을 밝힘에 따라 한차례 여론의 뭇매를 맞았기 때문.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고생하는 저소득층 소녀들의 사연이 알려지고, 생리대 원재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인하되고 있는 정황 역시 확인되면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는 추세란 점도 한 몫 했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생리대의 주 원료인 SAP(고분자흡수체), 펄프, 부직포 등의 가격이 안정 및 인하되고 있는 가운데 가격 인상이 결정됐기에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며 “이는 55%라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지닌 유한킴벌리가 손쉽게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수익 증대를 꾀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90% 이상의 배당률, 웃는 주주와 우는 소비자

유한킴벌리는 고액의 배당금을 최대 주주인 킴벌리클라크(70%)와 유한양행(30%)에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기순이익 대비 66%(2007년 기준) 수준에 머물렀던 주주배당이, 2007년 문국현 유한킴벌리 전 사장이 물러나고 최규복 사장이 취임하면서 평균 90% 수준으로 올라 의혹을 사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2008년 1100억원(당기순이익 대비 93.37%), ▲2009년 1450억원(97.26%), ▲2010년 900억원(95.57%), ▲2011년 1000억원(89.4%), ▲2012년 1200억원(87.44%), ▲2013년 1100억원(81.24%), ▲2014년 1300억원(90.24%), ▲2015년 1300억원(92.37%) 등 8년간 9350억원을 주주배당 명목으로 킴벌리클라크와 유한양행에 지급했다.

특히 7년간 헝가리 법인인 ‘킴벌리 클라크 트레이딩’에 지급된 금액은 6545억원에 달해, 최 사장이 경영 활동을 펼치는데 있어 킴벌리 클라크 社를 위한 전략을 펼치고 이를 통해 국부유출에 동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이 같은 최 사장의 주주 챙기기로 인해 앞서 논란이 됐던 생리대 가격 인상 문제가 야기된 것 아니냐는 지적 역시 나온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한다는 것은 다른 기업 대비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한다”며 “그렇기에 상품 개발 등에서 비용이 발생할 시 사측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외에도 주식소유 비율로 인해 킴벌리 클라크가 5명, 유한양행이 2명의 이사를 선임하고 있다"며 "유한양행이 주장했던 최규복 사장 해임안이 부결된 것만 보더라도, 유한양행이 경영일선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가 생리대를 면세 대상에 포함시키며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정부는 2004년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통해 생리대를 면세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생리대에 붙던 10% 부가가치세는 빠지게 됐다.

하지만 국내 생리대 가격이 미국, 프랑스, 캐나다, 덴마크 등 세계 주요국가보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70% 가까이 비싼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생리대를 면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보다, 가격 인상을 이끄는 유한킴벌리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피력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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