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법인세인상 불가 vs. 日, 법인세인상 검토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천문학적으로 늘어만 가는 사내유보금을 두고 한국과 일본 정부의 '스탠스'가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최근 한국에서는 법인세 인상을 놓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야당으로 대표되는 더불어 민주당은 이명박정부에서 법인세율을 내린 이후 기업들의 사내유보금만 쌓였다며, 기업투자가 예상보다 저조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내유보금이란 벌어들인 이익 중 종업원 임금이나 배당, 세금 등 외부로 지출하지 않고, 기업 내부에 남겨 놓은 잉여금을 의미한다. 사내유보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만 부자가 될 뿐, 시장에 전혀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849개사의 2015회계년도 기준 사내유보금은 1229조원으로 이는 2014년 1125조원에서 104조원(9.2%)늘어난 것이다.

사내유보금이 증가함에 따라 유보율은 2014년 1036%에서 지난해 1100%로 64%포인트 증가했다. 자본금의 11배만큼을 잉여금으로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주범으로 기업의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꼽고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해 배당이나 임금 등 사외 지출을 촉진하고자 했지만 기업이 사내에 쌓아두는 잉여금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불어난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난 1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1분기(1∼3월) 법인기업 통계(금융·보험업 제외)에 따르면 사내유보금을 의미하는 '이익 잉여금'이 3월말 시점에서 작년 같은 시기 대비 6% 증가한 366조 엔(약 3천 987조 원)으로 집계됐다. 

사내유보금은 제2차 아베 내각이 발족한 2012년 12월과 비교하면 34%나 늘어났다. 이같이 사내유보금이 아베정권 하에서 급증한 것은 2013년 4월 시작한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로 엔화 약세가 진행함에 따라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과 이익의 엔화 환산치가 크게 증가한데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기업들은 이같은 사내유보금 증가분을 해외 주식(유가증권)투자 등에 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재무성이 5월 24일 발표한 2015년 말 기준 해외 직접투자 잔고는 151조 6150억엔으로 전년대비 6.8% 늘어나 5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급증하고 있는 것은 조세회피처로 주목 받고 있는 영국령 케이먼제도에 대한 투자다. 일본은행이 5월 24일 발표한 국제수지통계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케이먼제도에 대한 투자 잔고는 전년대비 약 20%늘어난 74조 4000억엔으로 2005년 말부터 10년만에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미국 국채를 중심으로한 미국에의 투자(165조엔)에 이어 두번째로 많고, 프랑스나 영국을 뛰어넘는 규모다. 조세회피처을 통해 기업의 이익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연초부터 급격한 엔고로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이에 반해 종업원 급여 인상은 제자리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일본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지급한 급여는 28조 엔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보합세를 보였다.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무렵인 2012년 4분기와 비교하면 3% 감소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종업원들에 대한 임금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진작을 노렸던 아베 정부의 시나리오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부자들에 대한 분배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법인기업통계에 따르면 임원들에 대한 급여는 3조 5731억엔으로 전년동기대비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에 대한 상여도 1433억엔으로 전년동기대비 22.3%나 증가해 소득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과 예금액도 쌓여만 가고 있다. 기업의 현금 및 예금 보유고는 아베 정권 출범 이후 27% 증가하면서 3월말 기준 181조 엔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아베 총리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필두로 한 아베노믹스로 대기업들이 고수익을 얻게 하면, 대기업들은 임금 인상에 적극 나서고 그에 따라 개인 소비가 활성화하는 이른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강변해왔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초래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앞서 지적한대로 침체된 경기부양을 위해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을 도입했지만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은 증가한 반면, 실질적인 투자나 고용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여당은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와 법인세 인상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와 여당은 '기업소득환류세제' 연장이나 법인세 인상 방안에 대해서는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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