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치킨가게 등 외식업을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 역시 같은 과정을 밟았으며 그때의 기억과 추억 속에 도쿄에서도 외식업에 관심이 많이 간다.

한국의 경우 프랜차이즈를 통한 창업을 선호하며 초기비용도 많이 든다. 우선 가게에는 권리금이 존재하고 프랜차이즈 계약을 할 경우 화려한 실내디자인을 꾸미는데 평당 몇백 이상은 기본이다.

DIY로 나만의 가게를

도쿄의 작은 술집들의 컨셉은 주인의 개성이 들어간 작고 소박한 인테리어가 많다.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손으로 직접 만들어 장식한다. 인테리어비용의 가장 큰 비중은 인건비기 때문에 필자 역시 가게 오픈 초창기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직접 만들었지만 일본은 DIY매장이 워낙 발달돼있어 스스로 만드는 시스템이 한국에 비해 훨씬 쉽다.

메뉴판을 하나 만들어도 디자인회사를 거쳐 완성되기까지 몇 십만 원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일본 가게는 두툼한 노트에 직접 쓴 메뉴판이 흔하다. 심지어 주인의 엉성한 음식 그림은 재미를 더한다.

벽도 마찬가지. 가장 쉽게 꾸미는 것은 메뉴를 빼곡하게 붙여 고객에게 정보도 주고 주문도 유발시키는 전략이다.

술집 벽은 주인이 직접 쓴 안주와 술종류로 빼곡하다. /김정욱 특파원

도쿄에 20여 개의 가게를 소유하고 한해 수익이 200억 원을 넘는 “장사의 신” 저자 우노 다카시씨는 인테리어에 비용을 최소화 하고 가게위치가 1급지가 아니더라도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볼거리를 주며 손님을 편하게 대하는 경영철학을 고집한다. 실제 그의 가게 대부분은 뒷골목에 위치해 있으며 간판도 눈에 띄지 않는다. 몇 해 전 그의 아들이 오픈한 Bar 역시 시부야의 한적한 도로 가에 위치해 있으나 예약을 안 하면 자리가 없다.

방송을 통해 오픈 과정을 지켜봤지만 인테리어업자가 공사를 한 것은 거의 없이 스스로 가게를 만들었다. 빈 와인 병을 이용해 조명도 만들고 테이블도 직접 만든다. 어찌 보면 어설프지만 주인의 손길이 가게 곳곳에 스며있으며 손님 마음을 읽어가며 듬뿍 퍼주고 글라스 와인을 시키면 잔이 넘치도록 따라주는 넉넉함에 가게를 다시 찾고 단골로 이어진다.

사진이 첨부된 이자카야 메뉴판 장식/김정욱 특파원

권리금 대신 원상복귀

필자 역시 권리금 부담을 없애기 위해 신축건물에 들어갔지만, 결국 주인 좋은 일만 시켜주고 빠져 나올 때는 시설비를 조금이라도 더 건지려고 가게 문을 닫은 상태에서 매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월세만 꼬박 냈던 경험이 있다.

반면 권리금이 존재하지 않는 일본은 원상복귀를 원칙으로 한다.

한국보다 쉬운 창업환경

권리금이 없고 인테리어는 아이디어를 살려 스스로 만드는 “이노베이션”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선술집 창업에 도전이 가능하다. 권리금을 실제 좌지우지 하는 것은 부동산중개업소다. 시간을 길게 갖고 가게를 선택한다면 권리금이 작거나 없는 경우도 고를 수 있다. 가게매물이 창업 실패를 이유로 급매로 나온 물건도 있기 때문이다.

도쿄시내에는 항상 대기 줄이 많아 언젠가는 꼭 들어가 보고 싶다는 가게들이 있다. 그런데 막상 줄을 서서 30여 분 만에 들어가 보면 테이블은 없고 바 형태에 의자6개가 전부다. 점심을 먹기 위해 11시부터 줄 서는 이유를 알수 있다.

시부야에 위치한 "장사의 신" 우노씨의 가게 외관은 간판도 작고 입구도 초라하다./김정욱 특파원

일본 가게들이 바(bar) 형태가 많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외각의 작은 선술집은 혼자 또는 2명이 오는 경우가 많다. 가게의 작업 동선도 중요하다. 인건비가 높기 때문에 점장이나 주인이 바 안쪽에서 손님들에게 직접 건네주면 서빙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 혹시 주문이 뜸할 때는 손님과 대화도 가능해 1석2조라 할 수 있다. 나란히 앉아 술 마시는 장면이 다소 어색할 것 같지만 막상 앉아 보면 더 친근감도 생긴다. 특히 첫데이트를 하는 서먹서먹한 남녀관계에 있어서는 더욱 그런 것 같다.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Tag키워드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