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가시밭길 걷는 우버가 시가총액 74조 기업인 이유는?

공유경제의 대표주자인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인 '우버'의 약진이 무섭다.

우버는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로부터 35억달러(약 4조 2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 유치한 단일 투자 규모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우버의 기업 가치 역시 625억달러(약 74조 6천억원)까지 올라갔다.

차량을 단 1대도 소유하지 않은 자동차 관련 기업이 한국의 현대자동차 시가총액 30조원보다 2배 이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외부적인 상황도 우버에 우호적이다. 유럽연합 행정부인 EU 집행위원회도 28개 회원국에 대해 우버,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규제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내외적인 환경과 인식변화 때문일까. 차량공유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2006년 차량 1만1천500대, 회원 35만 명 규모였던 세계 차량공유 시장이 2014년에는 차량 9만2천200대, 회원 494만 명 규모로 커졌다고 밝혔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도 2009년 3천억 원대였던 세계 차량공유 시장 매출이 올해 3조9천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차량공유 시장의 성장에는 자동차에 대한 인식변화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세계 대도시를 중심으로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서울, 뉴욕, 도쿄 등 인구 1천만 명 이상의 대도시에서는 자동차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일례로 런던의 경우 1천 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2002년 335대에서 2012년 321대로 줄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동차는 이미 '이동수단' 이상의 가치를 두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차량공유 시장의 성장이 반가울리 없는 완성차 업체들도 이같은 변화를 인식한 듯 앞다퉈 차량공유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일반소비자의 자동차 구매가 감소하더라도 차량공유용 자동차 판매는 증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버는 출범 초기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3년 8월 한국시장에 진출한 우버는 “직접 고용한 기사도, 구입한 차량도 없어 여객사업이 아니다”며 “원하는 사람에게 차량을 연결해주는 기술 사업”이라고 주장했지만, 서울시는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제34조에 따라 우버를 불법 콜택시 영업으로 규정했다.

현재 우버는 프리미엄 콜택시서비스 '우버블랙'과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우버어시스트'만을 운영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차량공유서비스인 '우버엑스'는 여전히 규제에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원칙적으로 자가용을 이용한 유상 운송이 금지되어 있는 일본 진출도 만만치 않아 기존사업자와 협업해 도심부에서 하이어 택시의 배차사업에 한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우버 일본법인이 고령자가 밀집된 일본 교토부 교탄고시(京丹後市) 탄고마을에서 자가용을 이용한 유상 운송 서비스를 개시했다.  

인구 5만여명의 교탄고시는 교토부 북단 동해안에 산촌을 끼고 있는 지역으로 2004년 행정구역 대개편 때 기초단체 여러 개가 합병해 탄생했지만 매년 인구가 줄고 있다. 2013년 2월 100세 이상이 일본 평균의 2.5배인 60명으로 장수촌이다.

이곳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대중교통 없어 비영리기구가 운영하는 콜버스를 이용했지만 관광이 끝난 저녁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고, 마을 중심지까지만 운영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교통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우버 일본법인의 다카하시 사장은 "대중교통의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일본 국토교통성이 특례로서 인정하는 대중교통 공백지역 제도를 이용해 유상 운송서비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의 사례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서든 우버는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순탄한 길을 걷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버 영업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도 우버가 많은 택시회사를 경영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며 경계감이 강하다. 하지만, 최근 LA타임즈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의 택시 승객이 3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버의 마이크 브라운 우버 아시아지역 총괄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선 많은 택시 기사가 택시를 그만 두고 우버 영업을 하고 있다. 언제 일할지, 어디서 일할지를 자신이 정할 수 있고 승객을 기다리는 시간도 덜 들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존 산업이 쪼그라든다고 말하기는 어렵단 얘기다"며 "우리가 만든 시장은 택시 시장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시장을 창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컨슈머워치의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우버혁명과 소비자' 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우버는 소비자에게 큰 효용을 가져다주는 혁신의 대표적 사례”라며 우버의 강점을 "첫째, 우버가 택시보다 3배 생산성이 높다. 둘째, 우버는 교통소외지역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우버는 음주운전을 5~8% 줄였고, 이를 통해 연간 사고비용(13억 달러)을 절약하고 500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그는 “우버와 달리 택시는 운전자 중심의 운행에 승차거부가 빈번히 일어나는 개인교통체계”라며 “택시 및 공유버스를 기존 업자에게만 허용하면 혁신의 효과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택시 기사들의 거센 반발과 저항속에서 혁신적인 서비스 등장에 환호하며 우버 확산을 반기는 소비자들. 혁신적인 기술과 구제도 사이의 충돌은 ‘혁신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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