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의미없는 일본의 JC80 연비기준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25km vs.13.5km. 

휘발유 1 리터로 달릴 수 있는 거리(연비)에 대한 비교다. 미쓰비시 자동차의 연비데이터 조작 이야기가 아니라 도요타 자동차 'Vits'의 일본기준(JC08) 연비와 미국기준(EPA/고속도로·시내 평균)연비에 대한 비교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 연비기준은 너무 높아 비현실적이다. 일본 메이커의 카타로그에 '연비 25Km'라고 해도 미국에서 측정하면 13.5Km로 54%밖에는 안된다. 도요타의 '코롤라'의 경우에도 일본에서는 23.4Km 이지만 미국기준 13.7Km로 59%정도다. 어떤 차종이든지 60%이하다.

그렇다면 미국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는 "실연비는 카탈로그 값의 60% 정도"가 상식이다. 바꿔 말하면 미국기준이 실연비에 가까운 것이다.

불행하게도 친환경 자동차의 경우도 일본 연비기준은 정확하지 않다. 하이브리드(HV) 자동차 인 '프리우스'(2016 년형)는 일본에서는 40.8km이지만 미국기준으로는 21.98Km로 역시 54%다.

전기자동차(EV)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EV의 경우는 연료 1리터당이 아니라 1회 충전으로 달릴 수있는 거리 (항속 거리)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다. 닛산 '리프'의 최신형(배터리 용량 30kWh)의 경우 일본 JC08 기준으로는 280km로 닛산조차 "긴거리도 안심입니다"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EPA 기준은 172km. 일본 기준의 61%에 불과하다. 다른 차종도 여러가지 조사해 보았지만, 미국 기준 (≒ 실 연비)는 일본 기준의 60% 전후다. 미국과 일본의 주행패턴이나 장비가 다르다고 해도 이같이 큰 차이를 설명할 수는 없다.

일본에서 채용되는 JC08 기준은 무엇인가?

과거 일본국내의 승용차의 연비는 1991년 채택된 10 · 15 모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드에서는 가속이 너무 완만하거나 측정 속도가 일반 공도 보다 느려, 카탈로그 상의 수치와 실주행간의 차이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JC08 모드다. 주행 패턴을 실제 주행에 가깝도록 하고, 측정시간도 길게 잡아 측정에 필요한 평균속도와 최고속도를 높이도록 했다. 또한 10 · 15 모드는 엔진이 따뜻해진 상태 (핫 스타트)에서 측정했지만 JC08는 콜드 스타트시의 측정도 추가시켰다.

2011년 4월1일 이후에 형식승인을 받은 모든 자동차에 대해 이 JC08 모드 연비 값 표시가 의무화되었다. 의무화 이전 판매된 자동차에 대해서는 2013 년 3월 이후 JC08 모드 표기로 통일됐다.

그렇다면, JC08 도입으로 카탈로그 연비가 '현실'이 되었을까. 아니다. 일부 개선점이 있어 10 · 15 모드 연비보다 10 % 정도 가까워졌다고는 하나 실연비에 한 걸음 다가섰을 뿐 아직도 큰 격차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일어난 것이 이번 미쓰비시 자동차의 연비데이터 조작 사건이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지난 4 월 20 일 경 경차 4개 차종에 연비데이터를 조작해 실제 연비를 부풀리는 부정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연비조작에 연루된 자동차는 ‘eK왜건’ ‘eK스페이스’ 15만7000대와 닛산자동차에 납품한 경차 ‘데이즈’ ‘데이즈 룩스’ 46만8000대로 총 62 만 5000 대 였다.

그러나 문제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후의 조사에서 연비데이터 조작은 거의 전 차종에 걸쳐 행해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부는 주행 시험은 실시했지만 실제로 측정 된 값 대신 근거없는 수치를 검사기관에 제출하는 등 조작은 광범위하게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과거에도 리콜 은폐 등의 문제를 일으킨 바 있고, 이번 사건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인해 기업존속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닛산의 산하에 들어가 재건을 도모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한 듯 보인다. 2000억엔 이상을 출자해 미쓰비시 자동차의 지분 34%를 취득, 최대주주가 되는 닛산이 부정의 뿌리가 만연한 미쓰비시 자동차를 어떻게 재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문제는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미쓰비시 불법 데이터에 의한 연비 오차는 5~15% 정도로 발표됐다. 이러한 비리를 결코 용납할 수 없고,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국가가 지정한 '올바른' 방법으로 데이터를 뽑아도 '부정확한' 연비가 나오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소비자 시선으로 보면 미쓰비시 보다 더 큰 비리를 국가가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의 연비기준은 자동차의 전기자동차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더 큰 혼란의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미국 GM이 항속거리 320km의 순수 EV 'Bolt'를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는 2016년형 '리프'는 280Km. 언론에서는 '거의 동등'한 수준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것은 큰 착각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미국기준으로는 320Km 대 172Km이기 때문에 전혀 승부가 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산업이다. 언제까지나 일본 만이 이상한 기준을 사용하고 있을 것인가? 미쓰비시 문제와 상관없이 국가의 연비기준을 재검토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이처럼 국가의 연비기준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지만, 민간에서 실제 경험치에 기초한 연비가 발표되고 있다. (주) 이드가 운영하는 'e 연비'가 바로 그것이다. 2006년 6월에 개설된 자동차의 연료관리 · 정보 커뮤니티 사이트로 월간 페이지 뷰는 약 300 만에 달한다.

국가의 연비기준에 관계없이 전국 65만명의 사용자들이 기고한 급유데이터를 토대로 차종별 실 연비 데이터 'e 연비 랭킹'이나 '실시간 휘발유 가격' 등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e 연비'에 의한 수치는 대부분의 차종에서 미국기준 수치와 상당히 근접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요타 'Vitz'(JC08에서 25km)는 'e 연비'에서 13.91Km로 EPA 기준 13.5Km와 상당히 비슷하다.  '프리우스'(JC08에서 40.8km)의 경우도 'e 연비' 26.53Km, EPA 기준 21.98km 등이다. 

또한 'e 연비'는 JC08 기준에 대한 실 연비 비율을 '완료율'이라 칭해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주요 차종을 보면 완료율 60 ~ 70 % 정도가 대다수지만, 그 중에는 90 %이상 차종도 있다. 일본내 메이커 중 완료율 1위는 도요타의 '랜드 크루저 프라도 (디젤)'이 97.75%를 기록했다. (5 월 31 일 현재). 2 위는 혼다의 '시빅', 3 위는 도요타의 '랜드 크루저' 였다. 

운영회사인 '이드'는 1990년 10월 닛산의 100% 자회사로 출발해 2001년 11월에 매니지먼트바이아웃(MBO)으로 닛산으로부터 독립, 2015년 3월 도쿄 증권 거래소 마더스에 상장되어 있다.

이 기사는 닛케이비즈니스 온라인에서 발췌한 기사를 요약·번역한 것입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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