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와 스즈키 연비 조작의 시발점은 2010년 에코카 보조금 종료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미쓰비시 자동차의 연비데이터 조작 사건에 이어 일본내 4위 업체인 스즈키 자동차도 연비를 조작해 온 사실이 발각돼 일본 자동차업계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스즈키 자동차는 18일 일본 내에서 판매 중인 16개 전 차종의 210만대에 걸쳐 부적절한 방법의 연비 테스트를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미쓰비시자동차의 아이카와 데쓰로 사장이 연비 조작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을 발표한 날이기도 했다. 미쓰비시 자동차와 달리 수치 조작의 의도는 없었다고 애써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의 연비 조작 배경은 2010년 경차에 불어닥친 연비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미쓰비시 자동차에 이어 연비 데이터를 불법으로 측정하고 있었던 것이 발각 된 스즈키. 5월 18일 국토 교통성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연비를 불법으로 측정한 당사자에 대한 처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스즈키 오사무 회장은 "선의를 가지고 했다면 인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굳이 현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도 '미쓰비시 자동차와의 차이'를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의 도로운송차량법은 야외 테스트 코스를 달려 주행저항(노면 마찰, 바람, 습기 등으로 인한 저항)의 실측치를 구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때 바람의 강도와 측정결과의 오차 등 세부적인 조건이 설정되어 있다. 스즈키가 보유한 시즈오카 현 마키노하라시의 테스트 코스는 바람과 날씨의 영향으로 편차가 지나치게 커 실측치는 참고로 하고 타이어, 브레이크, 변속기 등 각 장치의 저항값과 풍동(風洞) 실험에서 나온 수치를 합쳐 자체적으로 주행저항값을 산출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혼다 오사무 사장은 회견에서 “정확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얻고 싶었다. 연비를 올리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반복해 변명했다.

스즈키는 재실험 결과, 불법 측정이 있던 차종의 연비와 공표된 연비의 차이는 미미해 판매는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같은 부정도 미쓰비시 정도로 더러운 것은 아니다라고 호소하는 스즈키. 그러나 미쓰비시와 스즈키의 연비조작 배경의 공통된 키워드는 '2010년'이다.

데이터 조작의 대상이 된 차량은 타사에 공급한 모델을 포함해 27개 차종으로 2010년 이후에 발매된 것이다. 

2010년에는 미쓰비시 자동차가 닛산 자동차와 경차 개발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한다고 발표한 해이기도 하다. 그 제1탄이 'eK 왜건', '데이즈'등의 개발로 연비데이터 조작이 시작되었다.

이 시기에 각 업체가 경차 개발 강화에 힘쓴 이유는 정부의 에코카 보조금이 2010년 9월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신차판매가 급격하게 떨어지던 중 저 가격의 경차는 비교적 영향이 적고, 인기를 끌었다.

보조금 종료이전 감소경향이 뚜렸했던 경차는 2010년에 바닥을 치고, 그 기세는 2014년에 승용차 판매에서 경차 판매비율이 최대 39.1%까지 치솟을 동안 지속됐다.

경차의 연비 경쟁도 2010년이 전환점 이었다. 2020년도 도입예정인 연비기준에 관한 논의가 시작돼 신차의 연비수준이 2015년도 기준에서 대폭 상향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형차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던 연비경쟁이 경차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또한 2010년은 도요타 자동차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방식으로 경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해이기도 하다. 도요타 뿐만아니라 스즈키와 점유율 경쟁을 벌이던 다이하트 공업도 연비를 가솔린 1리터당 30Km대로 높인 '미라이스'를 2011년에 투입할 것을 표명해 경차시장은 무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게 된다.

이러한 상황 미쓰비시 자동차의 마스코 오사무 회장 등 경영진과 간부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연비목표를 달성하라", "타사에 지지마라"면서 직원들에게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엔진 개발 부문의 간부는 직원들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연비목표를 달성하라. 방식은 당신이 생각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영진과 간부들의 발언이 현장에서 조작을 할 수밖에 없는 중압감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스즈키는 현장에 대한 압력의 부정요인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부정했지만, 스즈키 회장은 "소통이 잘되는 조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반성의사를 밝혔다.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스즈키 회장은 경차가 "일본 백색가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며 위기감을 표출하고 제살깍기식의 경쟁판매에 대해 수정할 뜻을 내비쳤지만 결과적으로 스즈키 브랜드, 그리고 경차 전체의 신뢰를 훼손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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