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일손 필요한 체질로 변화 중
디지털 경제 못따라가는 GDP 통계의 오류 가능성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2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디지털 경제의 확산에 따라 GDP(국내총생산)통계의 신뢰도에 금이가고 있다며 새로운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 무료강좌를 들을 경우 효용성이 높아지는 반면, GDP는 오히려 감소하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한은총재는 프랑스 정부가 2008년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를 주축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GDP의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한 사실도 언급하며 양보다 질적인 개념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경제 성장에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GDP가 실제로 한 나라의 경제의 크기를 말해주는 지표로서 그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일본의 2015년도 경제성장률은 플러스 0.8%였다. 불황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그에 비해 실업률은 낮고 노동력부족이 계속되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GDP 통계는 국내 총생산으로 한나라의 영역내에서 생산된 물건(서비스와 재화)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합계액이다. 

실질 GDP 증가율이란, GDP 증가율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것으로 '한나라의 영역에서 생산된 물건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살피는데 필요한 지표로서 활용된다.

실질 GDP 증가율이 크다. 즉, 경제성장률이 높다라는 것은 물건이 잘 팔리기 때문에 기업들이 활발하게 물건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것은 경기가 좋다라고 생각해도 무관할 것이다.

그렇다면 성장률이 '제로'라면 경기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제로'성장이기 때문에 불경기인 것이다.

'제로' 성장이라는 것은 전년도와 동일한 수량의 물건이 만들어져 판매되고, 사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문제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실업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기술의 진보라고 하는 것은 새로운 발명이나 발견이 아니라 한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술 수준이다. 기업이 설비기계를 최신 사양으로 교체하면 1인당 생산량이 증가하므로 지금까지와 같은 양의 물건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인원이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와 같은 양의 물건 밖에 생산하지 않았다면 필요한 노동력은 그만큼 줄어 들어 실업이 증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제로' 성장은 불경기인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대부분 최신 사양의 설비기계를 보유하고 있어 설비교체로 인한 급격한 인원 감소는 발생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0.5%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면 실업은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말하면 노동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0.5% 정도의 경제 성장밖에는 할 수 없다는 말이된다. 왜냐하면 그 이상 성장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이를 잠재성장률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아직도 구식 기계를 사용하는 공장도 많아 최신식 기계를 도입할 경우 1인당 생산량이 급증한다. 그러므로 7%정도 성장하지 않으면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도 고도 성장기에는 지금의 중국과 마찬가지로 잠재성장률이 높아 당시에는 5%성장해도 불황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일본의 2015년 경제성장률은 0.8%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사실상 제로 성장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2015년은 윤년이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을 감안해야 하고, 2014년은 소비세율 인상 직후로 갑작스런 수요 감소요인이 있어 GDP가 낮을 수 밖에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2015년 성장률이 더 낮기 때문이다.

GDP 성장률 수치만을 놓고 봤을때 경기가 나쁜 것이 사실이지만, 취업자수는 증가하고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져 노동력 부족이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가지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일본 경제가 일손을 필요로 하는 체질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GDP의 통계에 오류가 있어 사실 더 성장률이 높을 가능성이다.

산업별 근로자 수를 보면 가장 크게 늘고 있는 분야는 의료 · 복지 부문이다. 

고령화로 의료 · 복지 분야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의료와 복지 분야가 기계화되기 어려운 분야라는 점이다.

즉, 기계화된 제조업의 1인당 GDP는 의료등의 수배에 달한다. 따라서 제조업 취업 1명이 줄어들면 의료나 복지 분야의 취업자가 여러명 늘어나야 간신히 GDP가 전년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GDP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고, 제조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손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버블 붕괴 이후 장기간에 걸쳐 실업문제가 최대의 과제였던 일본경제가 이번에는 노동력 부족이 최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제로' 성장이라면 경기가 나쁜 것이므로 실업이 증가하고 기업의 이익도 감소할 것이다. 실업에 관해서는 의료와 복지 분야의 성장으로 어느정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타 직업의 종사자도 늘고 있으므로 간단히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리고, '제로' 성장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수익이 비교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해할 수 없는 점이다. 불황이라면 당연히 기업 수익도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실제 GDP 성장률은 훨씬 더 높을지도 모른다. 품질 차별화가 가능한 서비스업 비중의 증가, 디지털 경제 확대 등으로 실제 GDP는 증가하고 있는데 일본의 통계청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GDP의 한계를 다룬 영국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의 특집 기사에 따르면 학원에 가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강좌를 들으면 효용 가치가 더 높을 수 있음에도 GDP는 오히려 감소하고, 우버 택시나 에어비앤비의 경우 일반택시나 호텔 등과 서비스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거래의 특성상 많은 부분이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 인터넷뱅킹 서비스 등도 소비자의 후생을 증진시키지만 시설 투자의 감소로 GDP는 오히려 하락한다.

이주열 한은총재의 주장대로 GDP통계가 가진 이 같은 한계점들이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더욱 확대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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