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면 샐러리맨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편의점으로 향한다. 도시락이나 빵을 사서 공원이나 사무실 또는 차 안에서 밥을 먹기 위함이다.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일본 친구가 있는데 그와 3일 동안 함께 다니며 점심을 차 안에서 먹은 경험이 있다. 속도가 너무 빨라 스톱워치로 몰래 재 본적이 있는데 전자레인지에 데워 따뜻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2분40초.

군대시절 훈련소에서 공수훈련 받던 날 식사시작에서 식사 끝까지 교관의 명령에 1분만에 끝낸 기억이 떠오르는데 이 친구 정도면 대한민국 군대도 잘 적응할 듯 하다. (이때 고향 선임이 귀띔해준 동기는 1분 동안 밥을 안 먹고 주머니에 넣었다)

우리보다 국민소득 2배 높은 일본의 점심문화는 의외로 심플하다. 아내가 싸준 삼각김밥을 먹으며 도로를 달리는 드라이버들도 많고 걸어가며 빵을 먹는 사람도 많다. 우리의 한상 차려놓고 푸짐하게 먹는 점심문화는 보기 드물다.

서서 마시는 술집으로 '기본 안주값'이 없고 테이블 위의 접시에 돈을 넣어두면 안주나 술을 갖다 준 뒤 종업원들이 그때그때 돈을 가지고 간다/김정욱특파원

국수정도야 한국에서도 서서 먹는 경우가 있으나 이곳은 초밥은 물론 스테이크까지 서서 먹는 집이 최근 유행이다. 이쯤 되다 보니 밥뿐 아니라 술도 서서 마신다. 지하철 역 근처 ‘다치노미야’ 술집은 예전부터 많았지만 이제는 동네 술집과 긴자의 와인 바와 대중식당도 서서 먹는 경우가 많다.

얼핏 생각하면 다리 아프고 힘들 것 같지만 1시간 정도는 불편함을 못 느끼며 마실 수 있다. 서서 먹는 술집의 최대 장점은 싸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이다. 혼자 TV나 스마트폰을 보며 먹거나 여럿이 둘러서서 시끄럽게 마시기도 하며 기본적인 자릿세가 없어 편하다.

이자카야에 있는 자릿세는 '기본안주'가격이라 부르는데 보통 300엔~500엔 사이다. 4명이 들어가면 자릿세가 2만원인 셈이다.

모든 메뉴가 260엔인 토리키조쿠/ 김정욱특파원

최근 닭 꼬치 전문점 '토리키조쿠'가 곳곳에 있다. 집 앞의 경우 웬만하면 대기 없이 들어가지만 긴자나 히비야 등 시내에 있는 점포는 5시 오픈과 동시에 만석이다. 이후 손님들은 번호표를 받아 1시간 정도 다른 가게에서 간단히 마시고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생맥주, 와인, 사케, 안주 등 모든 메뉴가 260엔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진출한 오레노 이탈리아, 오레노 프렌치 등도 서서 먹고 마시는 술집이다. 특별히 좌석이 필요할 때는 테이블 차지가 붙는다. 업주입장에선 시간과 공간절약 면에서 효과적이다. 다만 오레노 시리즈 가운데 ‘오레노 스파니슈’는 착석해서 먹는 시스템이다.

오레노 스파니슈(스페인 요리)는 오레노 이타리안, 오레노 프렌치와 달리 좌석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좌석제'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정욱특파원

일본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곳의 트렌드는 한국에서 카피되고 히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양반다리에 등 따시게 먹던 필자 역시 이곳의 서서 마시는 술집이 의외로 편해졌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반응이 궁금하다. 국민소득과 최저임금이 한국보다 높은 선진국이지만 싸고 맛있는 '스마트'한 술집이 인기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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