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035년 생애미혼율 남성 29 %·여성 19.2 %로 상승 전망

<디자인=김승종기자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삼포세대. 연예, 결혼, 출산 세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말로 2011년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의 기획시리즈인 <복지국가를 말한다>에서 처음 사용된 신조어로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용의 지출 등의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 세대를 말한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한국의 '생애미혼(生涯未婚)율'은 비약적으로 증가해 1970년 남성 0.2%, 여성 0.1%에 불과했던 생애미혼율은 2010년 남성 5.8%, 여성 2.8%에 달했다.

'생애미혼율'이란 일생 동안 한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성인의 비율을 일컫는 말로 나라별, 조사기관별로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대부분 50세 전후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같은 사회적인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생애미혼'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일본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본의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에 남성 20.1%, 여성 10.6 %이었던 생애미혼율이 2035년에는 남성 29 %, 여성 19.2 %로 상승 할 전망이다. 즉, 남성의 약 3명 중 1명, 여성 5명 중 1명은 평생 독신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50세 이후에도 결혼하는 사람이 어느정도 있을 수는 있지만, 통계상 50세 시점을 기준으로 결혼 미경험자 일수록 남녀를 불문하고 결혼할 기회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2012년 일본의 취업 구조 기본 조사에 따르면 대졸 남성의 미혼율은 20 ~ 24세의 시점에서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95% 이상이 미혼이다. 하지만 35 ~ 39세에 이르러서는 정규직의 경우 25.3 %로 감소하는데 반해 파견 · 계약 사원의 경우 67.2 %, 파트 타임은 85.8 %가 미혼인 상태다 .

여성의 경우 35 ~ 39 세의 미혼 비율은 정규직 39.3%, 파견 · 계약 사원 46.9%로 고용 형태와 미혼율은 큰 상관 관계가 없었다. 남성과 달리 파트 타임직 여성의 경우 미혼율이 14.9%로 매우 낮지만, 이는 결혼을 한 전업주부가 파트일을 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조사 결과가 나타내는 바와 같이 결혼하지 못하는 것은 '비정규직 남성'인 셈이다.

생애미혼층의 고령화에 따른 문제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간호의 문제이다. 일본에서는 개호(介護)보험도입 이후 가족에 의한 개호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배우자도 없고 자식도 없는 생애미혼자의 경우 누가 돌볼 것인가? 돈을 지불하고 개호 서비스를 받으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낙관적인 생각이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60%에 불과해 현역시절에 충분한 개호 보험에 가입해 두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후 퇴직금과 연금 격차는 너무나도 크다. 남성 전체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18.4%이지만 이를 미혼자에 한정하면 40 %로 뛰어 오른다. 즉 두 번째 문제는 노인 미혼자의 빈곤이다.

이 외에도 미혼 남성은 부모의 개호가 필요하게 되었을 때 주저없이 일을 그만두는 경향이 있어 자신의 노후를 맞이하기도 전에 개호이직으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미혼 남성과 기혼 남성을 비교하면 심근 경색에 의한 사망률이 3.5 배나 높고 모든 원인의 사망위험도가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비정규직 남성 미혼자의 경우 이와같이 고령화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안이 커져가는 것이다.

그리고 미혼은 미혼자와 그 가족의 경제적 불안정을 높일 뿐만아니라 인구감소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본의 인구감소의 90%는 생애미혼에 의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신생아의 출생수는 기혼 여성의 출산율(有配偶出生率)과 미혼 여성의 결혼 비율(有配偶率)의 2가지 조건으로 결정된다. 이중 유배우출생율은 1980년 이후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추세이나 저출산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미혼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육원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라는 인터넷 블로그의 게재문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 부족을 저출산의 요인으로 보고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지만, 인구동태적으로 보면 이미 결혼한 사람에 대한 지원보다는 미혼자에 대한 지원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즉, 신생아의 출생율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결혼하지 않은 남자들에게 결혼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결혼 적령기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세대 중에는 "결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 않는 것은 본인의 선택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뉴스사이트가 그리는 미혼자도 바로 그런 이미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물론 결혼은 개인의 의사 결정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고 비정규 · 저소득에서도 결혼 한 사람은 존재한다. 하지만 높아지는 생애미혼율과 미혼자의 특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수치가 미혼자의 능동적이고 현명한 선택의 결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존재한다.

과거 결혼은 원래 조건만 갖추어지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임금이나 고용 등의 조건이 크게 악화된 현재는 결혼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시대다. 즉, 결혼 · 출산은 '사치'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혼인율을 높이려면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충분한 임금을 보장하고 교육 및 주거비용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춰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나도 빠르게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 우리나라도 미혼의 현실과 그에 대한 처방을 심도있게 논의해봐야 되는 시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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