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그룹 주력 3사 경영실적 악화로 지원 어려울 듯

<디자인=김승종기자 /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고객 보상·에코카 감세 추가 납세 부담·당국 행정처분 문제 등 난제 산적

연비조작 비리로 인해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가 존폐 기로에 섰다. 

2000년대 초반 결함·리콜 은폐 사건 당시 미쓰비시 자동차를 지원했던 미쓰비시 그룹의 주력 기업들 실적이 악화돼 그룹 내부에서 조차 미쓰비시 자동차에 대한 지원에 회의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제휴 관계사인 닛산자동차와 사용자 보상문제, 에코카 감세에 따른 추가 납세 부담, 엄격한 행정처분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쓰비시 자동차의 앞날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당초 27일로 예상됐던 2016년 회계연도 실적 예상치 발표시기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비조작 비리에 따른 보상 비용 산정과 기업 이미지 추락으로 인한 판매량 감소 등에 추산치를 제대로 산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비조작에 연루된 차종은 2013년 6월부터 생산돼 미쓰비시 이름으로 팔린 ‘eK왜건’ ‘eK스페이스’ 15만7000대와 닛산자동차에 납품한 경차 ‘데이즈’ ‘데이즈 룩스’ 46만8000대로 총 62만대 가량으로 미쓰비시 자동차는 연비조작을 시인한 20일 이후 해당 4개 차종들의 생산과 판매를 중지했다.

'eK 시리즈'는 미쓰비시 자동차의 국내판매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주력 차종이다. 경차뿐만 아니라 SUV (스포츠 형 다목적 차량) '파제로'와 전기차 '아이미브'등 10 차종에서 적어도 2002년 이후 국내 법령과 다르게 연비 시험 데이터가 측정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비조작 문제 뿐만이 아니다. 차체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소폭 변경하는 마이너 체인지에도  법령상 필요한 주행 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계산상의 데이터만을 정리하여 국토교통성에 제출했던 사례도 발각됐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이들 국내 판매용 차량이외에도 전체 판매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해외 판매용 자동차도 조사에 나선다. 이번 연비조작의 영향이 국경을 넘어 그동안 공들여온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에서의 사업에 까지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비리는 경차 개발에서 미쓰비시와 협력 관계인 닛산이 신 모델 개발을 위해 해당 모델에 대한 연비 측정 결과와 미쓰비시 자동차가 국토교통성에 제출한 데이터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함에 따라 미쓰비시가 자체 조사를 진행하면서 확인됐다. 닛산은 "현시점에서 제휴 관계에 변화는 없다"는 방침이지만, 내부에서는 "미쓰비시에 대한 불신은 해소할 수 없는 지경으로 관계를 지속하면 닛산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새어 나오고 있다. 

닛산과의 협업 여하에 따라 생산거점인 미쓰비시 미즈시마 제작소(오카야마현 쿠라시키시)의 가동율 저하 또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비조작에 연루된 차량 중 닛산용으로 생산하는 2개 차종은 총 46만 8000대로 약 75%에 달하는 규모다. '데이즈'는 2015년도 경차 판매 순위 3위인 인기 시리즈로 닛산에 대한 보상은 계약 위반 및 판매 기회 손실 등을 감안할 때 거액이 될 전망이다.

우려되는 보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연비조작 차량의 실제 연비가 에코카 감세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미쓰비시 자동차는 차량을 구입해 감세를 받은 고객의 추가 납세분도 전액 부담해야 한다. 또한 구매자는 실제 연비와 부정 값과의 격차에 해당하는 유류비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

미쓰비시가 향후 예상되는 경영난을 극복하는데 가장 큰 관건은 그룹 차원의 지원이다. 미쓰비시그룹의 핵심 3사는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중공업, 미쓰비시도쿄UFJ은행으로 2000년과 2002년에 결함·리콜 은폐 사건 당시 거액의 증자를 통해 미쓰비시 자동차를 지원한 적이 있었지만, 현재 이들 주력사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

미쓰비시상사는 자원가격 하락으로 창업 이래 2015년 결산에서 첫 적자가 예상되고, 미쓰비시UFJ은행은 1월에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정책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급격히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미쓰비시 자동차의 모태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은 미국 원자력발전소 거액소송과 소형여객기, MRJ 개발 장기화에 따른 누적손실, 대형여객선 사업 수조원대 손실 등 여러 경영악재가 겹쳐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그룹 주력사의 경영상황과는 별도로 그룹 내부에서도 안이한 구제론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당국의 엄격한 대응도 미쓰비시 회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시이 케이이치 국토 교통상은 지난 22일 기자 회견에서 "오랜기간 쌓아온 일본 브랜드에 대한 신뢰 · 신용을 실추시키고 사용자에 대해서도 큰 폐를 끼쳤다. 통렬한 반성을 촉구한다"며 자동차의 매입까지도 포함해 고객들에 대한 '성실한 대응'을 요구했다. 21일에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엄중히 대응하겠다"며 행정처분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미국 고속도로 교통 안전국 (NHTSA)도 22 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판매 된 차량에 대한 정보를 제출하도록 미쓰비시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국 신용 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는 22일 미쓰비시의 장기 기업 신용 등급을 현재의 '더블 B 플러스'에서 내리는 방향으로 검토하는'크레디트 워치'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미쓰비시 자동차의 주가는 연비조작 비리 발표일로부터 3일간에 41.6%나 폭락해 향후 주주들에 의한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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