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츠히사 회장, '타쿠미 오오츠가 가구' 설립…딸 쿠미코에 선전포고

<디자인=김승종기자 / 이미지=닛테레 뉴스화면 캡쳐>

쿠미코 사장, 2015년 주총 표대결 승리 후 사채반환 소송에 패소

"오오츠카 카츠히사(大塚勝久) 입니다.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첫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오오츠카 가구(大塚家具) 설립자이자 전 회장인 오오츠카 카츠히사(72)가 4월 20일 새롭게 설립한 가구 판매회사 '타쿠미 오오츠카(匠大塚)' 도쿄니혼바시 디자인 오피스 오픈식을 겸한 사업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올해 여름에는 고향인 사이타마 카스카베시의 세이부 백화점 터에 대형 가구 매장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카스카베시 매장 오픈 예정지 근처에는 장녀 오오츠카 쿠미코(大塚久美子)가 이끄는 오오츠카 가구의 카스카베 쇼룸이 있다.

지난해 오오츠카 가구 '부녀 경영권 분쟁'의 '제3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오오츠카 가구는 1969년에 설립된 가구 업체로 2000년 '이케아와 니토리(일본형 이케아)'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가구업체였다. 

고급가구를 표방하며 철저한 '회원제'를 원칙으로 운영돼 오던 오오츠카 가구는 2009년 취임한 장녀 쿠미코가 '저가 대중화 트렌드'에 맞춰 전통적인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손쉽게 접근 가능한 새로운 오오츠카'를 모토로 체질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창업 정신을 부정하는 쿠미코의 경영방식에 불만은 품은 카츠히사 회장은 2014년 7월 압도적인 지분율(18.04%) 을 무기로 지분 9.75% 보유한  쿠미코를 사장 자리에서 해임시키고 자신이 다시 사장에 복귀했다.

이에 쿠미코는 2015년 1월, 우호 주주들을 규합해 아버지인 카츠히사 회장을 사장 자리에서 다시 몰아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2015년 3월 27일 열린 오오츠카 주주총회의 표대결 결과 주주 61%의 지지를 얻은 딸 쿠미코가 승리해 창업자인 카츠히사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오오츠카 일가의 지분을 제외한 일반 주주의 80%가 딸인 쿠미코의 손을 들어 준 셈인데 그 이유는 실적 때문이었다. 아버지인 카츠히사 회장이 다시 사장자리에 복귀했던 2014년도의 하반기 실적이 120억원 적자로 돌아선 탓에 주주들은 '전통'을 고집하기 보다는 '변화'를 통해 '돈' 버는 회사를 만드는 딸을 선택한 것이다.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오오츠카 가구 '부녀 경영권분쟁'은 이렇게 딸인 쿠미코의 승리로 귀결되는 듯이 보였으나 같은해 10월 카츠히사 회장이 쿠미코 사장이 관리하는 일족 자산관리회사인 '키쿄우 기획'에 대해 15억엔 상당의 사채상환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부녀간의 경영권 쟁탈전은 '제2라운드'에 돌입한다.

이번 분쟁은 2008년에 카츠히사 회장이 '키쿄우 기획'에 사채15억엔 (5년 기한 연리 1.5 %)과 교환하는 형태로 오오츠카 가구의 주식 130 만 주식을 양도 한 것이 시초다. 

하지만, 상환기한인 2013년 4월에도 '키쿄우 기획'이 사채의 상환에 응하지 않차 소송을 제기한 것.

피고인 키쿄우 기획(쿠미코 측)은 "오오츠카 가구의 사업 승계 및 상속 대책이 목적이며, 사채 상환의 연기는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4월 12일, 도쿄지방법원은 연기에 대한 공식적인 합의는 없었다고 판단해 "피고는 원고에 대해 15억엔 및 이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라"고 이카츠히사 회장의 손을 들어 줬다.

이로 인해 쿠미코 사장은 지연금을 포함해 약 17억엔을 카츠히사 회장에게 지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 소송 배경에는 '키쿄우 기획'이 오오츠카 가구의 주식 약 10%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쿠미코 사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키쿄우 기획은 2015년 3월 오오츠카 주주총회에서 벌어진 표대결에서 쿠미코 사장이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듬직한 아군이었다.

그러나 이번 패소로 인해 이러한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키쿄우 기획의 자산은 거의 없기 때문에 15억엔 상당의 현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카츠히사 회장으로부터 양도 받은 오오츠카 가구의 주식을 대물변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쿠미코가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주주 배당 배증 정책으로 오오츠카 가구의 주가가 급등해 키쿄우 기획이 보유한 오오츠카 가구의 주가도 이에 비례해 많이 올라있는 상태다. 주식 대물변제라도 당시의 130만주를 모두 반환할 필요는 없지만, 쿠미코 사장의 입장에서는 오오츠카 가구의 '안정주주'를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카츠히사 회장이 얼마나 오오츠카 가구의 주식 취득에 집착하고 있는지 현재로는 밝혀진 바가 없지만, 오오츠카 가구의 '부녀간 경영권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러한 가운데 카츠히사 회장이 4월 22일 과거 오오츠카 가구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타쿠미 오오츠카 가구'를 설립하고 쿠미코 사장이 이끄는 '오오츠카 가구'에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 '부녀간 경영권분쟁'의 '제3라운드'를 예고한 셈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츠히사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패한 뒤의 절치부심했던 날들을 회고하며 "함께 하는 동료들은 과거 오오츠카 가구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프로들이다"며 "오오츠카 가구와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회사를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타쿠미 오오츠카 가구의 니혼바시 디자인 오피스는 고급 가구와 조명, 커튼 등 어딘가 예전의 오오츠카 가구와 닮아있다. 

타쿠미 오오츠카의 사장을 맡고 있는 장남 오오츠카 카츠유키는 "이곳은 우리들의 노우하우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장소일 뿐 판매를 위한 곳이 아니다."며 "앞으로 종합 인테리어 기업으로 거듭날 생각이다"고 의지를 밝혔다.

오픈 예정인 카스카베시의 매장은 전통적인 방식인 회원제로 운영될 예정이며 상품은 중·고급가구를 중심으로 폭넓게 구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세이부백화점터에 들어서는 이 매장은 건물면적이 4만8000 평방미터에 달해 가장 큰 오오츠카 가구의 도쿄 아리아케 쇼룸 보다 큰 규모다.

한편, '타쿠미 오오츠카 가구' 사업발표회 전날인 19일에는 오오츠카 가구 사장이며 딸인 쿠미코가 오오츠카 가구 신주쿠 쇼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타쿠미 오오츠카 가구 디자인 오피스 오픈일과 같은 날인 22일부터 대규모 '대감사회' 세일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쿠미코 사장은 타쿠미 오오츠카 가구의 디자인 오피스 오픈일과 같은 날짜인 것에 대해 "지난해에도 같은 날"이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어느쪽이든 상대를 의식한 날짜인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그는 "여러 강점을 가진 회사가 많다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는 것인 만큼 업계 전체를 볼 때 좋은 일"이라며 "우리는 해야할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창업자인 아버지 카츠히사 회장과 결별 후 1년, 오오츠카 가구 쿠미코 사장은 고급화 노선에서 탈피해 '보급형 캐주얼 가구'로 체질전환을 지속해 왔다.

다만 실적 회복까지는 아직 미지수다. 2015년 12월기에는 흑자로 돌아섰지만, 올해 들어 월별 점포 매상이 1월 10.7%, 2월 3.7%, 3월 11.8%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향후 매출 전망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해 5~6월 매출은 부녀간 경영권분쟁에 대한 '사죄 세일' 효과로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올해는 그 반대로 매출하락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쿠미코 사장 본인이 직접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얻은 방송노출 효과도 1년이 경과한 지금 옅어지고 있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부녀 경영권분쟁' 제3라운드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버지와 딸 둘 중의 어느 비즈니스 모델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은 주주도, 판사도 아닌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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