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산업은행 앞에 모인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 사진=김근화 기자
21일 산업은행 앞에 모인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 사진=김근화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 본입찰을 이틀 앞둔 21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주변은 유찰을 요구하는 노조원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인수 적격후보(숏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 모두 외부 자본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인 데,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회수에만 혈안이 돼 '졸속 매각'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산은을 향해 영구채 처리 방향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과 함께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 보장을 약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는 이날 산은 앞에서 ‘졸속매각 반대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무직 노조원 전체 750명 중 절반이 넘는 약 400명여 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이기호 사무금융노조 HMM 지부장은 "인수 후보인 동원과 하림이 입찰에 성공할 경우 인수 금액 절반 이상을 사모펀드 등 외부를 통해 조달해야한다"면서 "이는 미래를 위한 친환경 선박 투자에 사용돼야 할 HMM 자산이 투기자본인 사모펀드 입으로 들어가는 상황에 놓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본입찰에서 특정 기업이 낙찰됐을 시 인수 중단을 위해 지속적으로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영구채 처분과 관련해선 "산은이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9일 산은의 졸속매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노조 측은 산은이 주식 전환 후 남은 영구채 처리 계획에 대한 입장을 촉구했다.  

지난 10월 HMM매각 자문단이 2조7000억원의 영구전환사채(CB) 및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 중 1조원(1억9879만156주)을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남은 1조7000억원 가량의 영구 CB와 BW도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노조 측은 본입찰에서 특정 기업이 낙찰됐을 시 인수 중단을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번 HMM 매각전에는 하림과 동원, LX그룹 등이 뛰어들었다. HMM을 인수하려면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해진공의 합산 지분인 3억9900만 주를 주당 1만6000원에 매입한다고 가정한 약6조4000억원에 인수가의 20~30%인 경영권 프리미엄 1조2800억원~1조9000억원을 더한 7조원이 넘어가는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하림이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1조8000억원, 동원은 9000억원 수준이다. 

한편, 이번 본입찰을 앞두고 유력 인수 후보였던 LX그룹이 해운업황 불황 등을 이유로 인수전에서 빠질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상장증권 예정가격은 30일간 주가를 가중산술평균한 가격으로 정해지는데, 인수 후보들이 본입찰 때 적어낸 가격이 매각예정가격보다 낮으면 유찰된다. 

이에 이 지부장은 "유찰된다면 향후 몇 년이 됐던 다시 한 번 영구채 해결을 포함해 산은, 정부, 해진공, 해수부와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적합한 낙찰자가 없으면 유찰할 수 있다며 유찰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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