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영업 성장세와 중국 시장 부진 등은 개선해야

지난해 제약업계에 ‘매출 1조 트로이카’ 시대가 시작됐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등 3개 제약사가 동시에 1조원 상당의 매출을 달성한 것.

한미약품과 녹십자는 각각 1조3175억원, 1조478억원의 매출을 올려 창사 이후 처음으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또 2014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유한양행은 전년 대비 10% 성장한 1조12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1조원 달성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최소한의 여건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또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에 <프레스맨>은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등이 어떠한 길을 걸어옴으로써 ‘매출 1조 트로이카’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①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뚝심 리더십…빛난 R&D 투자

②유한양행, 독립운동 영광이어 국내 리딩 제약사로 우뚝

③일관성의 녹십자...글로벌시장 진출 본격화

<디자인=김승종기자 / 이미지출처=Getty Image Bank>

올해 초 임성기(76) 한미약품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주식 약 90만주(1100억원 상당)를 임직원 2800여명에게 무상 증여했다.

임 회장의 통 큰 증여가 가능했던 이유는 한미약품이 지난해 사노피·얀센·베링거인겔하임·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8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한미약품은 2015년 1조3175원 상당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중 기술료 수익은 5125억원으로, 한미약품이 마일스톤(단계별 기술이전 수익)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던 만큼 당분간 기술료 수익을 통한 매출 증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이 처음부터 국내 최고의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뛰어난 영업전략으로 주목 받던 제약사였다.

예전의 한미약품은 영업사원들에게 무제한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고가의 휴대전화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보장해 왔다. 또한 2000년 의약분업이 시행되자 영업사원 수를 5배 이상 늘리고 동네 소규모 병원과 약국까지 자신들의 영업 대상으로 삼는 등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정부가 리베이트 규제를 강화하며 한미약품은 위기를 맞는다.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는 등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이전과 같은 영업전략을 고수할 수 없게 된 것.

이에 임 회장은 “기술 개발에 매달리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도 바랄 수 없다”며 영업 대신 R&D 부문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2009년 한미약품의 R&D 투자 비용은 824억원으로, 이는 매출 대비 13.4% 수준이다. 이어 2010년 852억원(14.3%), 2011년 840억원(13.9%), 2012년 910억원(13.5%), 2013년 1156억원(15.8%), 2014년 1525억원(20%), 2015년 1871억원(23%) 상당을 꾸준히 투자해 왔다.

50대 제약사가 2013~2015년 매출 대비 7~9% 수준을 R&D 부문에 투자한 것을 감안한다면, 한미약품이 얼마나 신약개발을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사진 제공=한미약품>

물론 R&D 과정에서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형질전환흑염소를 이용한 항암보조제 G-CSF 생산 기술을 개발했으나 시장성과 채산성의 문제로 중단하기도 했고, 글로벌 2상까지 진행했던 C형간염 신약도 글로벌제약사 길리어드가 한미 측보다 더 복용이 간편한 신약을 출시하면서 철수해야 했다. 또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높은 연구개발비 책정은 기업 성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R&D LETTER를 통해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신약개발에 대한 열망과 의지가 꺾인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이는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며 연구진에 힘을 실어준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미약품은 고무적인 R&D 성과와는 다르게 영업 부문과 중국 시장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로수젯·아모잘탄·로벨리토 등 복합신약을 줄줄히 출시했음에도 불구, 한미약품 제품·상품매출액은 전년대비 3.5% 증가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지나친 R&D 중심의 사업개편이 영업 역량 저하를 야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중국 시장 역시 전년대비 27% 감소한 170억원 대의 영업수익을 기록하면서, 수익 개선을 위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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