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향 가득담아 수출하는 "향원"

얼마 전 일본에서는 녹차 거품 세안 비누가 큰 히트를 쳤고 그 무렵 대한민국 천연비누가 일본에 들어와 판매가 됐지만 사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너무 아름다워 집안에 장식해뒀기 때문이다. 집들이나 명절 선물로 받아 창고에 쌓아두고 쓰는 생필품 비누와는 격이 달랐다.

향원에서 만든 수제 비누.

이 제품을 제조한 대구의 작은 업체 “향원”은 10년 전 아로마테라피를 취미로 시작해 연구에 몰두한 김경원 대표로 자동차딜러인 남편의 잦은 술자리로 피부가 거칠어지자 천연 재료로 직접 만든 비누를 만들어 건넸다. 최고급 재료를 이용해 만든 비누는 금새 피부를 연애시절로 돌려놓았으며 효과를 체험한 남편 류태규씨는 비누사업을 시작하자고 아내를 설득했다.

향원에서 만든 비누는 100% 천연소재로 효과와 향기는 물론 한국의 미가 담긴 디자인이 포인트다. 소비자 타깃보다는 기업의 선물용품으로 대량 생산해서 워런버핏이 대주주인 대구텍의 절삭공구를 비누로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시작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수리온 헬기캐릭터, 세계적 타이어회사인 일본 브릿지스톤, 싱가포르 국립식물원의 서양란 등을 비누로 만들어 납품했다.

스스로 "영업부장"이라 말하는 남편 류태규씨와 김경원 대표(오른쪽)가 도쿄 마쿠하리멧세 '케이콘'행사장 전시부스에 참가해 바이어들과 수출상담회를 진행했다./김정욱 특파원

2년 전 행사가 가장 많은 4-5월에 세월호 사고로 주문이 전량 취소되며 위기를 맞았는데 기업의 주문형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6천여만원의 디자인, 주물비용 등이 한 순간에 날아가버렸다. 이를 계기로 변수가 많은 국내시장의 헷지기능으로 당시 10%선인 수출비중을 절반까지 끌어올리기로 전략을 세웠다.

첫 목표는 중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일본으로 잡았다. 세계적으로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을 성공하면 이를 토대로 시장을 넓혀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최신설비의 청결한 곳에서 생산한 제품을 선호한다면 일본인들은 스토리가 있으며 “테츠쿠리(수제)”에 대해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특히 선물문화가 있어 공산품의 비누가 아닌 후생노동성의 허가를 받는 목록이라 “프레젠토”로 비누가 통할 것 같은 전략이 맞아 떨어져 도쿄와 오사카에 대리점과 락텐(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향원의 향기가 일본 전역을 누비고 있다. 최근 들어 어색한 양국 사이에 향기 가득한 “비누다리”가 놓임으로써 '한국의 미'에 감동받은 일본시장이 열린 것이다.

향원 홈페이지.

향원은 일본 수출을 계기로 중국과 싱가포르에도 한국적 디자인과 향기를 담은 “작품”을 수출하는 기반이 마련돼 올해는 생산설비를 늘려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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