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소매업 전설 스즈키 회장 퇴임…세븐일레븐 '포스트스즈키' 시대 돌입

"가장 장사를 잘하고 있는 시기 이기에 떠나기로 결심했다"

1970년대 편의점 프랜차이즈 세븐일레븐을 미국에서 일본으로 들여와 일본의 대표 유통서비스그룹으로 키워낸 일본 소매업계의 전설적 인물인 스즈키 토시후미 세븐앤아이홀딩스 회장 겸 최고경영책임자가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다.

7일 오전에 열린 세븐앤아이 홀딩스 이사회에서 핵심자회사인 세븐일레븐재팬의 이사카 류이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58)퇴임안이 부결된 직후 나온 결정으로 업계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카 류이치 씨를 교체하고 후임에 후루야 카즈키 부사장(66)을 승진 발령하는 내용을 포함한 그룹내의 신경영체제 전반에 걸친 인사안이 상정돼 4명의 사외이사를 포함 이사 15명에 의한 무기명 투표방식으로 진행됐으나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해당 인사안을 상정했던 스즈키 회장이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룹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는다.

앞서 세븐앤아이홀딩스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잡음은 스즈키 회장과 세븐앤아이홀딩스 주주인 美펀드 서드포인트社와의 사이에서 표면화 되고 있었다.

지난 3월27일, 지주회사인 세븐앤아이홀딩스의 창업주 스즈키 토시후미 회장이 아들인 스즈키 야스히로를 차기 회장으로 임명하려하자, 서드포인트의 대니얼 로브 최고경영자(CEO)가 서한을 보내 후계 선정의 시급함보다도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는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전달하고 나선 것.

로브 CEO는 서한에서 세습경영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함과 동시에 주요 계열사인 세븐일레븐재팬의 이사카 류이치 사장에게 두터운 신임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세븐앤아이홀딩스에 투자한 서드포인트의 투자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2년간 진행한 일본 내 투자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동주의 투자펀드로 알려진 서드포인트는 세븐앤아이홀딩스의 후계자 문제 이외에도 세븐앤아이홀딩스가 거느린 유통체인 이토요카도의 축소와 재편, 세이부와 바니재팬, 닛센홀딩스 매각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드포인트가 투자한 일본 회사의 경영에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에도 '전자사업에 집중하라'며 소니의 엔터테인먼트 사업부 지분을 최대 20% 매각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같은 배경 속에서 이번 스즈키 회장의 사임은 사실상 행동주의 투자펀드 CEO인 대니얼 로브의 승리라고 볼 수 있지만, 이사카 류이치 사장이 이끄는 세븐일레븐 재팬이 2016년 2월기까지 5분기 연속 최고이익을 갱신한 것도 인사안 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 열린 이사회의 투표결과는 찬성이 7표, 반대 6표, 기권 2표였다고 전해진다. 찬성이 7표라는 이야기는 반대로 말하면 스즈키 회장의 인사안건에 대해 과반수에 해당하는 8명이 지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만큼 스즈키 회장의 구심력도 흔들리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스즈키 회장은 현 83세. 일본을 대표하는 유통서비스 그룹 세븐앤아이홀딩스의 경영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스즈키회장은 퇴임으로 대답을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

세븐앤아이홀딩스의 주가는 7일 일시적으로 10%가까이 하락했지만, 스즈키 회장의 퇴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폭을 줄이며 마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산업사에 한 획을 그은 입지전적인 경영자로부터 독립해 '포스트 스즈키 시대'를 맞이하는 세븐앤아이홀딩스. 앞날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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