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비세율 인상시기 또 미루나

<디자인=김승종 기자 / 이미지출처=Getty Image Bank>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년 4월로 예정된 2차 소비세율 인상 시기를 정치적 판단에 따라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힌 가운데 일본내 여론도 소비세 인상 연기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일본의 소비세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붙는 세금인 직접세로 아베정부는 2015년 10월 예정돼 있던 인상시기를 지난 2014년 11월에 한차례 연기한 바 있다. 당시 아베총리가 인상시기를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 정권 당시 정해진 소비세 인상 법안에 경기조항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조항이란 소비세율 인상 결정 시에 경기 상황에 따라 인상시기의 연기나 정지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아베 총리는 이 조항에 근거에 인상시기를 연기한 것이다.

하지만, 2017년 4월로 연기된 소비세율 인상에는 경기조항이 붙어있지 않다. 따라서 특별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예정대로 소비세율을 인상해야만 한다. 아베 총리가 "연기할 경우 법개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베 총리는 그간 "리먼쇼크와 같은 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한 소비세 인상을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주창해왔다. 공공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소비세를 올려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당위론때문이다. 

문제는 소비세 인상 판단 결정 시기까지 경기회복이 계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 소비세 인상으로 인해 2014년 처럼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팽배해 있다.

물론 지금 단계에서는 소비세율 인상 판단 시기의 경기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최근의 경기흐름으로  판단해 볼때 소비세율 인상을 예정대로 진행시키기에는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저유가의 영향으로 연초부터 일본에선 엔고 및 주가 하락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엔고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일본 GDP의 6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침체되면서 일본 정부는 지난 23일 내놓은 경제보고서에서 5개월만에 경기 판단을 하향 조정했다. 이는 소비세율을 예정대로 인상할 경우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의 근거로도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경제상황이외에도 아베 정권이 선뜻 소비세 인상을 예정대로 시행하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국가 재정보전을 위해 소비세 인상이 필요하다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소비세 인상은 달갑지 않다. 그만큼 제품값이 올라가기때문이다. 이처럼 인기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표심에는 악재다. 정권 입장에선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인 셈이다. 

실제로 소비세율 인상을 들고 나온 역대 일본 정권은 여지없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12년 민주당 정권을 밀어내고 아베 정권이 출범할 수 있었던 것도 민주당 정권이 법제화한 소비세율 8%(2014년 4월)·10%(2015년 10월) 단계 인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베 총리는 2014년 11월, 당초 2015년 10월로 예정돼 있던 소비세 인상 시기를 2017년 4월로 연기하고는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며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해 집권 자민당의 압승을 이끌어낸 바 있다. 

아베 정권이 2017년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 연기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것은 2014년의 경우와 같이 아베 총리는 소비세율 인상을 보류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묻는다는 명목으로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시행해 모두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서 승리하면 아베 총리 임기도 2020년까지 연장된다. 

현재 자민당 규정상 총리직 유지에 필수적인 당 총재직은 연임만 가능하다. 하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 성공을 위해 규정 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2020년까지 장기집권이 가능할수도 있다. 

정권의 저주라는 소비세율이 아베총리에게는 장기집권을 위한 카드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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