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경쟁, 제 살 깎아먹기 멈추고 사업모델 재구축해야

<디자인=김승종기자 / 이미지출처=Getty Image Bank>

일본 시중은행, 국채 등 안전자산 운용으로 수익 기대할 수 없어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이후, 일본의 은행들의 한숨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고객들의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수도 없고...", "도대체 어떻게 수익 창출을 하라는 말이냐!?"

지난 1월29일 일본은행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 초과분에 대해 -0.1%의 금리를 적용하면서 시중은행들의 고민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만을 놓고 봤을때는 일본은행이 경기부양을 하자고 은행들의 목줄을 졸라 고사시킬 듯이 보이지만, 일본은행이 은행 본연의 기능인 금융중개기능을 마비시키면서 까지 경기부양을 할리는 만무하다. 벼룩을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같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은 그간 예금과 대출의 마진에 기대 편한하게 수익을 창출했던 은행들에게 스스로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보다 먼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럽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비판하는 시중은행들에게 불평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 산하 다니엘 누이 단일은행감독기구(SSM) 의장은 23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해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은행 스스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여지가 있다"며 "은행의 디지털화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민간 금융기관은 통상적으로 대출이나 국채 등 유가증권 운용외의 자금에 대해서는 일본은행에 예치해 둔다. 

하지만, 지난 1월 29일 일본은행이 이같이 시중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지급준비율(시중은행이 예금액 가운데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맡겨야 하는 일정 비율) 초과분 가운데 전년도 초과 지준의 평균 잔액을 넘어서는 부분에 -0.1%를 부과하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면서 더이상 예금이자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예금이자 수익뿐 아니라 예치수수료를 부담해야 함으로 은행의 부담은 이중으로 늘어난 셈이다.

무엇보다 은행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1월에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시중 금리는 더욱 내려가 2월 상순에는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은행의 최대 안전자산 투자처인 국채금리가 거의 소멸돼 더이상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듯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 정책 탓에 은행의 조바심과 위기감은 극에 달해 있다.

시중은행 들이 신규 자금 수요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은행 들도 대출 경쟁에 속속 뛰어 들고 있다.

수도권에 본점을 둔 한 지방은행 지점장은 "발굴할 수 있는 모든 거래처를 찾아낸다는 심정으로 뛰고 있다"며 "어차피 신규 자금수요는 없다. 어떤 산업이 유망한지 차라리 가르켜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 했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으면 경쟁은행이 그나마 있던 고객마저 빼앗아 갈 위험이 있어 금리를 낮춰서라도 거래처 확보에 안간힘을 기울이며 울며 겨자 먹기로 출혈경쟁에 속속 뛰어 들고 있다.

금리인하 경쟁으로 금리의 추가하락이 전망되는 가운데 낮출 여지가 거의 없는 예금금리의 취급도 골칫거리다. 

일본의 은행들은 오랜동안 대출보다 예금이 많은 예금초과의 상태였다. 국채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금의 증가는 오히려 공포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 금리 폭이 더욱 커질 경우 예금계좌 유지 수수료가 탄생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며 "먼저 유지 수수료를 도입해 매를 먼저 맞을 수는 없지만, 항상 시행할 준비는 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이 눈치보기만 하면서 금리경쟁에 뛰어들어서야 은행의 기대수익은 점점 떨어질 뿐이다. 은행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효율성을 높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어떻게 재구축하느냐에 달렸다.

지난해 12월과 올 2월 일본의 금융청이 융자 대상 1000개 기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은행들의 융자에 관한 기업의 인식차이를 엿볼 수 있다.

설문에 참가한 기업들은 '기업과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은행을 선정한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금리' 때문에 선택했다는 응답보다 3배나 많았다. 

반면, '어드바이스'나 '정보'를 기대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약 30%에 달하는 기업이 은행들과는 전혀 경영상의 과제나 고충을 상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업들은 오히려 대출금리 등 표면적인 이유보다도 기업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동반 성장해 나가고자 하는 자세와 노력을 보이는 금융기관등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은행들은 융자 대상 기업이 속한 업계의 동향이나 사업성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해 경영개선지원 등을 통해 기업들과 동반성장해 나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거래처를 확보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수익절벽에 내몰린 상황일 수록 더욱 더 은행 본연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일본은행의 예금이자나 국채투자 수익의 문이 닫힌 일본의 은행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금리 경쟁이 아니라 변혁의 각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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