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시행 앞두고 日기업들 재택근무제 도입 서둘러…근로자 근퇴관리 등 시스템 구축 필요

<이미지=Getty Image Bank>

이름 조차 생소한 '여성활약추진법'이 일본에서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여성활약추진법이란 여성의 채용 및 승진의 기회를 늘려 인구 감소로 노동력 부족이 우려되는 일본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아베 정부의 시한 입법으로 종업원 301인 이상의 기업이 그 대상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이에 해당하는 기업은 1만5000개에 이른다.  

현재 일본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1% 수준으로 20~30%가 여성임원인 유럽이나 미국에 한참 못 미친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과장급 이상 관리직의 여성 비율을 30%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기업 실정을 외면한 탁상 행정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이 여성활약추진법에 대해 일본내 주요 114개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답한 기업은 11%(12개사)에 그쳤다. 반면 '어렵다'는 응답은 61%(70개사)에 달했고 '애초부터 달성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5%(6개사)였다.

목표 달성이 '어렵다'거나 '달성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한 이유를 복수 응답으로 물은 결과 '여성채용이 적어 후보자가 부족하다'는 답이 71%로 가장 많았고 '여성이 관리직을 희망하지 않는다'(12%)는 응답과 '관리직이 되기 전에 이직한다'(11%)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조사결과 오는 2020년까지 '달성할 수 있다'는 응답은 의류업종 단 한 기업뿐이었다. 한편 제조업을 중심으로 70개사(61%)가 '어렵다'고 응답했으며 '처음부터 달성할 생각이 없었다'고 응답한 기업도 6개사에 달했다.

아울러 현재 정부 목표인 여성 관리직 비율 30%를 달성하고 있다고 답변한 곳은 여행사 단 한 업종뿐이었다. 백화점이나 금융 등 9개 업종이 20%대로 비교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 자동차 등 43개 업종(38 %)은 3% 미만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 신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정부의 목표와 기업실정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는 셈이다. 

한편, 여성활약추진법 시행을 목전에 둔 기업들은 저마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및 직업의식 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여성 직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업체와 건설업체들이 주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는 올해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한다. 혼다는 여성 관리직이 일본에서도 낮은 기업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재택근무제를 통해 육아나 가사를 계속 하면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혼다는 가정 내 아이나 아픈 사람이 있는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25%를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사업장에 보육원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 건설대기업 시미즈건설도 유연근무제를 도입한다. 지난 2014년 기준 시미즈건설의 여성관리직은 전체 직원의 0.5% 수준인 19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5년 이내에 3배인 약 60명으로 늘리고 여성이 일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여성인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여성관리직 비율이 10%를 기록하고 있는 음료기업 산토리홀딩스는 2020년까지 그 비율을 15%까지 높일 계획이다. 여성사원 비율이 낮은 생산 부문이나 산하 기업에도 여성 배치를 늘려 선후배가 상호 도와가면서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로 했다.  

직업의식 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도요타 자동차는 4월부터 관리직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여성 직원들의 경력 의식 개선에 나선다.

여성활약추진법의 시행에 따른 재택근무제 도입 등 근무환경 개선 움직임 이외에도 일과 간호·육아를 양립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재택근무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미쓰이 물산도 이같은 경우로 4월부터 입사 4년차 이상 35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제를 도입한다. 

일본정부의 여성활약추진법 시책에 화답하듯 많은 기업들이 근무환경 개선이나 여성의 커리어우먼 의식 고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성 관리직 30% 채용 등 정부의 목표 달성은 그리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현재 정부 일자리에서 여성 관리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5%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대단한 성과로 볼 수 없지만, 여기까지 달성하는 데 10년 넘게 걸렸다. 일본이 처음 여성 관리 고용 목표를 발표했던 지난 2003년 여성 관리직 비율은 1.6%였다. 

일본 기업에서 여성이 남성처럼 활약하는 사회, 이제 첫발을 디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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