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최근 화학업계의 주요 기업들이 '도시유전'이라 불리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활성화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당장 SK지오센트릭과 LG화학은 2년 안으로 대규모 화학적 재활용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일각에선 규모와 전략 면으로 볼때 SK지오센트릭이 상대적으로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결국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후 공정에 필요한 폐플라스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지오센트릭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기존의 물리적 재활용과 달리 화학적 반응을 통해 플라스틱을 최초의 원료 형태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자원이나 매립, 소각이 필요 없어 이상적인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꼽힌다. 상용화된 기술로는 열분해, 해중합, 고순도 PP 추출 등이 있다.

LG화학은 지난 3월 충청남도 당진에 총 3100억원을 투자한 열분해유 생산시설을 착공했다. 오는 2024년 공장이 준공되면 초임계 열분해 기술을 통해 연간 2만톤의 열분해유를 생산한다. 연간 투입되는 폐플라스틱 양은 약 2만5000톤이다.

초임계 열분해는 일반적인 열분해와 달리 온도와 압력이 물의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에서 생성되는 특수 열원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분해한다.

LG화학 관계자는 "초임계 열분해는 불을 직접적으로 가하는 방법보다 공정 내 탄소덩어리(그을음)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기 위한 보수 과정이 필요없다"며 "생산성이나 비용 측면에서 기존 열분해보다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에 총 1조7000억원을 투입한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울산 ARC)'를 오는 11월 착공한다. 오는 2025년 완공이 목표다.

울산 ARC에는 초임계가 아닌 일반적인 열분해 공정이 탑재된다. 대신 고순도 PP 추출과 해중합을 포함한 3가지 기술을 모두 가동할 수 있는 시설로 조성된다. 3대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모두 갖춘 것은 세계 최초다. 매년 투입할 수 있는 폐플라스틱 양은 연간 25만톤이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3가지 기술을 한곳에 모았기 때문에 PE나 PP 등 재활용을 할 수 있는 폐플라스틱 종류 범위가 넓다"며 "자체 후처리 기술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열분해유를 석유 공정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는 SK지오센트릭이 LG화학보다 공장 준공이 1년 늦더라도 생산 규모나 시장 수요 대응 측면에서 우세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평가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열분해 기술 한가지로는 모든 플라스틱 종류를 재활용할 수 없다"며 "시장이 원하는 다양한 폐플라스틱 재활용 요구에 SK지오센트릭이 조금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폐플라스틱 대기업 자체 수거 불가능…조달 능력으로 승부 '판가름'

다만 완공 이후가 문제다. 공장들이 본격 가동되는 오는 2025년부터는 공정에 투입되는 폐플라스틱을 수급이 중요해진다. 현재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폐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선별할 수 없다. 해외 수입도 불가능하다.

앞서 지난해 10월 동반성장위원회는 플라스틱 선별업과 플라스틱 원료재생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LG화학, SK지오센트릭 등은 '플라스틱 재활용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화학적 재활용 제품 제조에 집중하기로 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적 재활용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폐플라스틱을 많이 모을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폐플라스틱 수급을 중소기업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선 플라스틱 선별 시장 자체가 커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LG화학과 SK지오센트릭은 서울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폐비닐을 공급받기로 했다. LG화학은 스타트업 넷스파와 별도로 협약을 체결해 해양에서 발생하는 폐어망을 열분해 공정에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양사 모두 공장 운영에 필요한 폐플라스틱 수급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여러 중소기업들과의 협약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공급받는 만큼 계약 기밀 조항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 소장은 "글로벌 환경 규제로 고품질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제품 수요는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다"며 "설비도 이에 맞춰 확장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제는 설비 자체 규모보다 폐플라스틱 조달 능력이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주요 능력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프레스맨]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