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조직 정례회 예정…일본 치안당국, 이케부쿠로 등 '항쟁위험지대' 선포

<디자인=김승종 기자 ⓒ프레스맨>

지난 3월 15일 고베 야마구치 구미 정례회가 예정된 동경 신주쿠 카부키쵸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가는 관광객들 사이에 섞여 조직원들로 보이는 한무리의 남자들이 주변을 서성이는 가운데 거리 곳곳에는 사복 경찰관이 세심하게 주의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 들 사이로 방송용 촬영장비를 어깨에 둘러맨 카메라맨과 DSLR을 목에 건 취재기자들이 이리저리 분주히 뛰어다니며 모두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카부키초에서 도내에서 활약하는 고베야마구치 구미의 정례회가 열린다는 정보가 들어와 관할 신주쿠 경찰서의 경찰들이 특별경계 태세에 들어간 것이다"<수사 관계자>

결국 이날 고베야마구치 구미의 정례회는 열리지 않았고, 조직원들간의 무력 충돌도 없어 동경의 번화가가 항쟁의 무대가 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0년간 유지돼 오던 일본 야쿠자의 대명사 ‘야마구치구미(山口組)’가 지난해 9월 2개의 세력으로 분열되면서 크고 작은 항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급기야 일본 경시청은 지난 7일 이들의 분열 사태를 '항쟁(抗爭)'으로 규정하고 대책본부를 만들어 본격 대응에 나섰다.

이번 항쟁은 제6대 보스 시노다겐이치가 이끄는 야마구치 구미와 한때 야마구치 구미의 파벌이었던 야마켄 구미가 가맹 13개 단체 조직원 3300명과 함께 조직을 이탈해 지난해 9월 결성한 고베 야마구치 구미와의 세력 다툼이라고 볼 수 있다.

13명의 가맹단체장(오야붕·두목)들은 야마켄 구미 보스인 이노우에 구니오(井上邦雄)를 새 조직의 리더로 추대하고 조직명도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해 야마구치 구미의 발상지인 '고베'를 넣어 ‘고베 야마구치 구미’로 명명했다. 준 구성원들까지 합치면 약 7,000명으로 야마구치파 전체의 30%에 해당한다.

일본 치안 당국이 이들의 분열 사태를 두고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유는 과거 항쟁사태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싸움에서 조직원들은 물론 민간인들도 큰 피해를 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제3대 보스 다오카 카즈오의 사망 이후 후계자 선정에 불만을 품은 야마모토 히로시가 조직원 6000명을 데리고 이치와카이를 결성 야마구치를 탈퇴해  ‘야마이치(山一)항쟁’이라는 분열 및 유혈사태를 불러왔다. 1985년부터 1987년 사이 벌어진 이 분열 사태로 제4대 보스인 다케나카 마사히사 등 야쿠자 25명이 숨지고 시민ㆍ경찰관도 70명이나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 9월 분열이후, 양 조직의 세력 다툼은 최근 연일 일본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화염병을 던지거나, 총을 쏘거나, 차량으로 돌진하는 일이 거의 매일 발생하며 일본열도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경시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3월 6일까지 두 조직이 관련돼 발생한 사건은 49건에 이른다. 총기를 사용한 사건이 4건, 화염병 투척이 3건, 자동차로 사무실에 돌진한 게 9건이었다. 일본 경시청은 "2월 이후 충돌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치안 당국이 경계의 끈을 더욱 조여매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일이 또다시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은 날로 떠올랐다.

3월 20일은 양 조직의 정례회가 동시에 열리는 날이다. '충돌X데이 3·20'라고 불리우는 이날 일본 치안 당국은 특별 경계 장소로 이케부쿠로, 우에노, 시부야 등 복수의 번화가를 '항쟁 위험지대'로 정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에는 야마구치 구미의 동경지구 정례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에 맞춰 고베 야마구치 구미도 20일로 연기했을 가능성이 있다."<폭력단 관계자>

두 조직 모두 표면적으로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같은 날짜에 모임을 정한 듯이 보이지만, 오히려 더 큰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마구치 구미 산하의 유력 단체 세력 범위인 시부야나 우에노 그리고 고베 야마구치 구미가 회동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이케부쿠로가 가장 위험하다. 특히 시부야는 2월 초에도 양 조직원의 몸 싸움이 있었던 지역이라 경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수사 관계자>

일본은 춘분인 20일(일)의 대체휴일로 21일까지 3일간 연휴에 돌입한다. 현지인들 뿐만 아니라 일본 방문 예정인 관광객들도 가능한 한 시부야, 우에노, 이케부쿠로 등 번화가는 피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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