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다음, 네이버, 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이미지=다음, 네이버, 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네이버와 다음의 격차가 잇따라 커지면서 국내 IT플랫폼 '양강'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네이버는 포털 기능 강화를 위한 서비스 준비에 분주하지만 다음은 카카오 내 사내독립기업(CIC) 설립으로 분리돼 매각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음이 혁신적인 신기술을 론칭해 검색 서비스에 접목하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시대'를 멈출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1분기 매출 2조2804억원 영업이익 330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3.6%, 영업이익은 9.5% 상승한 수치다.

특히 포털사이트 네이버로 대표되는 서치플랫폼 부문 매출이 851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0.2% 오른 것으로 네이버의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치플랫폼 매출 중 6230억원은 검색 서비스에서 창출됐다. 글로벌 경기 하강 기조에 따른 광고주 예산 축소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5.3% 성장한 수치다.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 강화를 통해 서치플랫폼 부문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차세대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이고 검색 등 서비스 전반에 이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이미지와 음성 등을 이해하고 계산기, 지도 등 다양한 기능의 API를 활용한 답변이 가능하다는 것이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포털사이트 개편도 앞두고 있다.

앞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8일 열린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된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 후 고도화 중"이라며 "네이버의 매체력 강화를 위해 오픈톡, 이슈톡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숏폼' 적용을 통해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등 네이버 웹을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개편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다음' 본진에서 떼낸 카카오…매각설까지 '솔솔'

한때 네이버와 함께 경쟁했던 다음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71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5.2%가량 감소했다. 특히 포털비즈 부문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7% 감소한 83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으로도 포털비즈 부문 매출은 42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줄었다.

지난 5일 카카오는 다음 사업을 담당하는 CIC를 오는 15일 설립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카카오와의 합병 후 9년 만에 다시 분리되는 상황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발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다음도 이에 대응해 독립적인 의사 결정 구조 하에 포털 서비스를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CIC 설립이 매각을 위한 준비절차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의 격차가 커지면서 카카오가 포털 사업을 본진에서 제외하고 분사나 매각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가 지난 4일 개최한 컨퍼런스콜에서 "경쟁력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업은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 후 CIC 설립이 발표됨에 따라 매각설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카카오 측은 "CIC 설립은 다음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것이지 매각이나 분사 등과는 관계없다"고 일축했다.

◆ 다음이 뒤집을 수 없는 점유율…"네이버, 독과점 우려 해소해야" 목소리도

NHN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검색 점유율은 네이버가 62.81%, 구글 31.41%, 다음 5.14%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 1월 네이버 앱 월간활성이용자(MAU)는 3808만8569명, 다음 앱 MAU는 797만7998명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네이버가 포털을 통한 검색 사업을 꾸준히 강화했다면, 카카오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활용한 각종 사업에 집중하면서 다음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위정현 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은 "검색과 관련해서는 다음이 네이버를 뒤집기는 힘든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졌다"며 “국내 사용자들에게 '검색은 네이버'라는 인식이 스며들었기 때문에 네이버의 포털 독주 체제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챗GPT' 등 혁신적인 AI 기능이 등장하면서 반전의 가능성이 적게나마 생겼다"며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적인 AI 신기술을 개발 중인데, 다음의 검색 기능에 이 기술들을 빨리 적용하는 식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면 이용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이 CIC 설립 후에도 획기적인 도약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국내 검색 포털은 네이버가 사실상 독과점하는 위치에 오르게 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검색 등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시장 지배적 지위가 인정되면 독과점 규제를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위정현 학장은 "다음이 위축되면서 네이버의 검색 독점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며 "공정위에서도 플랫폼 독과점에 대해 유심히 관찰하는 만큼 네이버 스스로도 독점에 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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