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맥주시장의 변화…롯데의 등장과 수입맥주의 선전
외국계 인사 중심의 체제 개편…발 빠른 대처 못해

2014년 11월 오비맥주는 후발주자의 추격에 맞서 맥주시장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브라질 태생의 프레데리코 프레이레(한국명 김도훈)를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김 사장이 오비맥주 경영권을 잡은 지 1년 4개월여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한 성과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어 업계의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오비맥주의 최대주주인 AB인베브 연간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오비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57.0%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60.4%보다 3.4%p 감소한 수치로,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하이트진로 맥주사업부와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의 2015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42.99%, 26.9% 증가한 1340억원과 452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경쟁사의 승승장구에도 불구하고 오비맥주가 뒷걸음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그 원인을 △시장의 급격한 변화, △외국계 인사 중심의 체제 개편 등으로 꼽았다.

국내맥주시장의 변화…롯데의 등장과 수입맥주의 선전

2014년 4월 롯데칠성음료는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국내 맥주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국내맥주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양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롯데라고 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롯데의 유통시스템에 힘입어 출시 6개월만에 6000만병이 팔리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고, 이로 인해 기존 2강 체제였던 국내 맥주시장은 3강 체제로 변화하게 됐다.

이외에도 수입맥주시장의 성장도 오비맥주의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국산맥주 대비 수입맥주의 판매 비율은 5.5대 4.5다. 5년전 8대 2의 비율을 보였던 것을 감안했을 때, 수입맥주의 인기 상승세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또한 수입맥주의 매출 신장률 역시 2013년 33.6%, 2014년 40.6%, 2015년 74.9%로 높아지고 있다.

반면 국산맥주의 신장률은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편의점의 판매 자료에 따르면 국산맥주는 2013년 11%, 2014년 4.6%, 2015년 1%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새로운 경쟁사가 등장했고, 그들이 모기업의 유통망을 기반으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며 “이로 인해 국내 맥주시장이라는 한정된 파이를 3개사가 나누다 보니 자체 조사 결과 시장 점유율이 조금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더불어 해외맥주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맥주시장의 규모가 조금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AB인베브를 통해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는 것은 쉽지만 자체적인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긍정적일 것이라 판단해 지난해 ‘바이젠(6월)’, ‘카스비츠(7월)’, ‘프리미어OB(10월)’ 등 3개의 신제품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외국계 인사 중심의 체제 개편…발 빠른 대처 못해

외국 인사 중심의 체제 개편 역시 오비맥주의 하락세에 기여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4년까지 오비맥주 사장직을 맡아왔던 장인수씨는, 프레데리코 프레이레가 신임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같은 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장 부회장은 영업의 달인이라 불리며 2012년 30%에 머물던 카스의 점유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11월에는 오랜 시간 오비맥주를 이끌어오던 전 진로 출신의 한태원·임은빈·장철순 전무가 회사를 떠났고, 사내 주요 업무를 담당해 오던 팀장급 인력들도 대거 퇴사했다.

오비맥주는 이들의 빈자리를 외국계 회사 출신 임원들로 채웠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를 이끌어 온 주요 인력들이 대거 이탈하고, 이들의 빈자리가 외국계 인사들로 채워졌다”며 “외국계 회사 출신 임원들이기에 급변하는 국내맥주시장에 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오비맥주가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 출신 임원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오비맥주 임직원의 99% 이상이 한국인이기에, 국내시장 변화를 파악하고 전략을 제시하는데 있어 어떠한 어려움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장님을 비롯해 외국계 임원의 증가로 오비맥주가 국내기업이 아니라 외국기업 같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인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카스’를 아시아 대표 맥주 브랜드로 만들기 위함이었고, 이를 위해 올해 신제품 출시가 예정된 만큼 국내기업으로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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