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회계 부정 스캔들로 심각한 재정난에 노출된 도시바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매각을 결정한 의료기기 자회사 도시바메디컬시스템 매수자와 인수 금액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4일 실시한 도시바메디컬 매각 제2차 입찰에는 캐논, 후지필름, 코니카미놀타와 영국 투자회사 페루미라 등이 응찰했다. 도시바의 이사회는 인수 후 사업 계획 등도 포함해 3곳의 제안을 검토했으나 인수 금액과 사업 중복 등 독점금지 심사 통과 등을 고려해 봤을때 캐논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1차 입찰을 마친 단계에서 '4000억엔 규모'라고 보도 되기도 했지만 2월 4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도시바의 무로마치 사장은 "가격을 낮춰 조기매각할 생각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도시바는 지난달 4일 오는 3월말에 종료되는 2015회계연도의 결산 연결 최종적자(세후 당기순손실)가 7천100억엔(약 7조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이 최종적자 규모는 작년 12월에 발표한 5천500억엔보다 한층 더 확대된 것이다. 총매출은 예상보다 7% 적은 6조2천억엔(약 62조원)으로 예상됐다.

송·변전시스템 등 전력과 사회인프라 사업의 채산성 악화는 물론이고, 반도체나 가전과 같은 부진한 사업부문의 구조조정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도시바의 최종적자는 전년도 378억엔에 이어 2년 연속 발생하게 된다.

그 결과 2016년 3월기의 자기 자본은 1500억엔에 불과할 전망이다. 이른바 30%는 유지해야 안전하다는 자기자본비율이 2015년 12월말 시점에서 8%까지 떨어진 데 이어 2.6%까지 추락하는 셈이다.

'도시바메디컬시스템즈'는 도시바 헬스케어 사업의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주요 사업들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곳으로 채무초과의 벼랑끝에 내몰린 도시바가 구조조정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내놓은 알짜배기 회사인 것이다.

일본의 병원 등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기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올림푸스의 소화기 내시경, 시스멧크스의 자동 혈구 계수 장치, 데루모의 카테터 등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도시바의 100%자회사로 의료용 화상 진단 장치를 개발하는 도시바메디컬은 2015년 매출이 약 4000억엔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장치의 점유율은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 독일 지멘스에 이어세계 3위이다. 일본내 CT시장 점유율은 60%, 에코(초음파 영상 진단 장치)의 점유율은 35%로 일본내 업계 1위다.

일본정부가 의료분야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도시바메디컬의 입찰에는 많은 대기업들이 참여했다.

인수 후보에는 히타치 제작소, 후지 필림 홀딩스(HD), 소니, 캐논 고 니타미놀타, 미쓰이 물산, 미국 GE, 한국 삼성, 미 투자 펀드인 KKR 영국 투자 펀드 페루미라 등이 거론됐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힌 것은 캐논이다. 캐논은 안과 검사 장치 등을 판매하지만 CT나 MRI는없고 의료 사업 규모는 아직 작다. 도시바메디컬을 인수하면 의료 분야를 확대해 사무기기와 카메라에 버금가는 사업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타사도 마찬가지다. 도시바 메디컬을 인수하면 국내 화상 진단 장치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치열한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1월에 실시한 1차 입찰에서 후보는 2개사와 2개의 컨소시엄으로 압축됐다. 캐논, 후지 필림 HD, 코니카 미놀타와 페루미라의 컨소시엄, 미쓰이 물산과 KKR의 컨소시엄이다. 도시바는 라이벌인 히타치나 소니에게는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난무했었는데 결국 히타치와 소니는 응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궁금한 것은, 도시바 메디컬의 몸값이 얼마나 되느냐는 점이다.

도시바메디컬의 2015년 3월기의 매출액은 2,799억엔, 영업 이익은 177억엔, 순이익은 158억엔. M&A에서는 흔히 'EBITDA(상각 전 이익)을 몇배인가'라는 지표가 쓰이는데 통상적으로 5~10배가 시세다. 바이오 분야의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15배 정도가 리미트다.

도시바메디컬은 상세한 제무제표를 공개하지 않아 애널리스트 들은 "프리미엄분을 감안해도 2000~4000억엔 정도"라는 다소 엉성한 수치로 전망했다. 1차 입찰이 끝난 단계에서 "4000억엔 정도?"라고 보도된 것은 이런 전망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도시바의 무로마치 사장은 결산 기자회견에서 "보도한 금액보다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인수에 적극적인 회사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멘트다.

3월 4일 마감한 2차 입찰에서 7000억엔 이상으로 배팅한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시바메디칼 순이익의 44년분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제2차 입찰에는 후지 필름 HD, 캐논, 코니카 미놀타·페루미라의 3진영이 응찰했고, 미쓰이 물산·KKR연합은 응찰을 포기했다.

코니카 미놀타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을 제시해 결과적으로 캐논과 후지 필름 HD의 양강 구도 양상이 됐다. 도시바 회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도시바메디컬의 주인이 누가 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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